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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간호사 Mar 04. 2023

기술이나 역량보다, 우선순위나 열정

파견직 모두가 의료진으로서의 사명감이 1순위는 아니었다. -2



파견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2주 차였다.


일주일 전, 현재 일하고 있는 병원 코로나19 중환자실에 나와 함께 파견 발령받은 인력은 나를 포함해 10명이었는데 10명이 전원 중환자실 출신이었다.



파견이 처음이었던 나는 나름 중앙수습본부에서 발령부서를 고려하여 파견을 보내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와서 보니 다양한 부서 출신의 선생님들이 계셨었다.



병동 출신, 요양병원 출신 선생님들은 수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처음 본 기계와 처음 접해보는 중증도에 신규 간호사가 된 느낌으로 일을 해야 했다 말했다.

그리고 심지어 자신보다 간호사 경력은 짧고 나이도 어리지만, 중환자실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1주 차에 병동 출신의 선생님들과 듀티가 겹쳐 그런 이야기를 듣고, '무시당하는 느낌.. 나는 그런 느낌을 주지 말아야겠다-.' 라며 다짐했다.






2주 차에는 환자실 출신의 선생님들과 스케줄이 맞아 함께 일했다.



'아, 저 사람이 김수진.. 그 선생님이구나.'

그중 한 명은 첫 주에 이름 석자를 듣게 된 선생님이었다. 어찌 되었든 근 3년간 겪어온 태움에 질려버렸던 내겐 마치 주의를 요해야 하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본원 선생님들께서 짜준 팀대로 들어가 일을 했다. 사실 연휴다 뭐다 해서 코로나19 환자가 대폭 늘어날 것을 대비해 많은 사람들이 추가로 발령이 났다지만 사실상 그다지 바쁘지가 않았어서,

"선생님, 할 것도 다 끝난 것 같은데 잠시 앉을 까요?"

".. 아, 네. 좋아요."

앉아서 쉴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 나눌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은 파견 처음이세요?"


"어.. 네. 전 처음이에요. 선생님은요?"







나는 저 선생님이 '그, 김수진 선생님'이라는 걸 잠시 잊을 정도로 그 선생님과 꽤나 스테이블(*) 한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은 적당한 웃음으로 나를 대했고, 선 넘지 않는 사적인 이야기부터 근무에 있어서 좋은 팁까지 알려주었다.

"비품약은 안에 따로 없고.. 아, 창고에 NS(*)랑  주사용 증류수만 있어요. 나머지 약들은 전부 넣어 달라고 클린존 스테이션에 말씀하셔야 해요. 아무래도 안에 들어온 순간 무조건 써야 돼야 해서 안에 넣는 비품들을 최소화하려는 것 같아요."




그때 '삐-빅'하고 무전기가 울렸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무전기를 귀에 갖다 대었다.

"선생님, A룸 3번 베드에 신환 받을 준비 좀 해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필요한 거 있을까요?"

".. 음, 일단 high flow(*) 갖다 놔주시고요. 오자마자 A-line(*)을 잡을 것 같아서, 물품들 넣어드릴게요."

"C-line(*) 요?"

"아직이요. 일단 A-line만. ABGA(*)를 계속 follow up(*)할 것 같다 해서요. 음.. ABP(*)를 봐야 하는 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니터 세팅해 주세요."

"high flow 세팅은 요?"

"일단 50%에 60L/min이요. 근데 도착하려면 아직 30분 정도 남은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서로 '삐-빅'대던 무전기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high flow: High Flow Nasal Cannula(HFNC), 고유량 비강 캐뉼라.  비강으로 고용량의 가습/가온된 산소를 흡입할 수 있다. CO2 제거와 기도압을 증가시키며 산소 유량, 유속을 설정가능한 기기. 비강으로 흡입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코로 숨을 쉬는 환자들, 식사가 가능하나 고용량의 산소를 필요로 하는 호흡곤란/호흡부전이 심한 환자에게 사용한다. 보통 중환자실, 준중환자실, 응급실, 회복실 등 환자 모니터가 가능한 부서에서 사용해야 한다.

출처: 구글


*A-line: 동맥에 catheter(카테터, 관)을 삽입하여 환자 모니터와 연결하여 사용한다. 환자의 동맥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ABGA(동맥혈 가스분석)이 원할 때마다 가능하여, 검사가 필요할 때마다 환자의 동맥을 찌르는 것을 막아준다. A-line을 준비할 때 필요한 것으로 고정장치/cathter(22G, 20G 등) or arrow catheter/pressure bag/NS(생리식염수) 1L를 준비한다. 생리 식염수 1L에 pressure bag을 걸어 환자의 평균 수축기압보다 높은 압력을 걸어 놓는다. (그보다 낮은 압력을 걸어놓을 경우 환자의 동맥압이 더 높아 피가 역류할 수 있음.) 흔히 radial artery에 많이 시행함. femoral, brachial artery도 간간이 사용한다.

출처: https://m.blog.naver.com/kimedicine/221499221492

*C-line: CVC(Central Venous Catheter). 중요한 약물들을 사용할 때 보통 씀. 환자의 큰 정맥, 중심정맥(보통 subclavian, jugular, femoral vein)으로 접근하여 심장까지 catheter가 들어간다.

출처: https://gimi-drug.tistory.com/337

*ABGA: Artery Blood Gas Analysis, 동맥혈 가스분석. 동맥혈을 0.3cc 이상 채취하여 나가는 검사로, 환자의 동맥 안에 산소나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흐르고 있는지부터, pH, 기본적인 전해질 검사까지 가능함. 산소요법을 하며 주의 깊게 모니터가 필요한 환자들, 즉 폐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겐 특히나 자주 시행하는 검사로, 코로나19 부서에서 필연적임. A-line이 있으면 검사 때마다 찌를 필요 없음.

출처: 아산병원 / Elsevier

*follow up: 조치 후 추후 경과를 다시 지켜봐야 할 때 사용하는 말. f/u으로 줄여서 사용함.




수진 선생님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생각에 눈 빛으로, '대화 내용을 다 듣고 있었으니 뭐가 필요한 지 다시 안 알려줘도 됩니다.'의 느낌이었다.



"음.. 30분 후면, 저희가 받진 않겠네요. 혹시 선생님 신환 받는 거 처음이세요"

"네네, 이 병원에서 처음이에요. 그러고 보니 20분 후에 교대니까.. 기다렸다가 같이 받고 나가거나 하진 않아도 되려나요?"

"뭐.. 세팅만 다 해놓으면야.. 중증이 심하지 않아서 어렵진 않을 거 같아요."

"그럼 최대한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해놓고 나갈까요?"

"제가 베드 세팅(*)할게요. 선생님은 high flow 가져와 주시겠어요?"

"네. 그럴게요."

"어디 있는지는 혹시 아세요?" 선생님은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왜인지 무시하는 말투로 내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듯,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아, 네네. 저 쪽 문쪽에.."

알고 있다는 나의 대답에 선생님은 싱긋 웃으며,

"네. 소독 100% 되었는지 확인해 주시고 가져와 주시면 돼요."

"아, 근데 circuit(*)은 어디에 있어요? 저번에 보니까 그건 안에 따로 없는 것 같던데.."

"그건 안에서 넣어 주실 거라.. 제가 A-line 준비물품들이랑 전부 들고 갈게요. 선생님은 기계랑 멸균 증류수랑.. NS만 갖고 와주세요."

"네." 

*베드 세팅(Bed Setting): 신환이 온다거나 전동을 온다거나 하였을 때 환자가 침대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것을 일컬어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침대 시트, 환의, 이불, 베개 등을 준비해 놓는 작업.






나는 high flow 소독을 위해 그것들이 위치해 있는 구석의 한 공간으로 향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동떨어져 오직 1개의 bed만 들어갈 정도의 이 공간은 코로나19 이전에 1인실이나 격리실로 쓰였던 공간 같다.

이 병원 환자실에는 high flow가 총 5대로 총 14 베드인 것에 비해 나쁘지 않은 정도로 구비되어 있는 듯했다.

14명 전부가 입원한다 하더라도 보통 ventilator, simple O2 만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high flow 5대 중 3대는 소독용 circuit이 꽂혀 있었다. 보통 high flow 기기 소독을 시작하면, 소독이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는지 화면에 표시된다.

하지만  3대 중 한 대는 전원이 꺼진 듯 까만 화면만 보였다. 콘센트가 완전히 꽂혀 있지 않은 것을 보니, 소독이 완료된 상태인지 아님 소독이 안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콘센트를 세게 밀어 넣어 전원을 켜봤다.


그리고 나머지 두 대는 circuit 없이 전원마저 꺼져 있었다.

보통은 소독되지 않은 기계는 소독된 것과 함께 두지 않음으로써 분리하거나 서로 인계를 넘기기 위해 기계마다 메모를 해놓지만,

'음.. 소독 완료 표시가 따로 없네.'

그 마저도 없어서, 소독 완료된 시간이 뜨고 있는 두 대 말고는 실치 않았다.



.

.


나는 이 공간에는 콘센트가 총 세 개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독완료 상태가 확실한 두 대의 circuit을 분리시킨 후 콘센트를 뽑았다.

'흠, 이따가 소독 완료 확인된 기기들에는 표시를 좀 해놔야겠다.'



나는 소독이 완료된 기기 두 대를 끌며 공간 밖으로 나왔다. 두 대 중 소독을 시행한 것이 조금 더 최근이었던 기기를 소독 공간 바로 앞 복도에 세워두었다.

그리고 소독한 지 가장 오래된 기기는 신환에게 쓰기 위해 끌고 나와 바로 옆 NS와 주사용 증류수가 쌓여있는 창고로 향했다.



.

.

.

.

수액 백 두 개를 왼손으로 안아 들고 남은 손으로 high flow를 끌며 A룸의 3번 자리로 향했다.


자리의 침대 매트리스에는 이미 일회용 시트 깔끔하게 써져 있었다. 그 위로 일회용 환의와 일회용 이불이 놓여 있었다.

아직까지 코로나19의 감염경로가 확실하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기 쉬워 접촉, 비말, 공기 감염 모두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었다. 공기 코로나19 환자가 입고 있던 옷들이나 지니고 있던 물건들은 오염존에서 다시 클린존으로 나가게 되었을 때,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지나야지 바이러스가 소멸된다고 보고 있었다. 때문에 면으로 된 환의나 시트를 사용하기엔 세탁과정이 복잡해 일회용을 사용했다.


그리고 베드 왼쪽 발치에 폴대가 꽂혀 있었는데, 폴대에는 A-line용 pressure bag이 걸려 있었다.


침대의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체온계와 스테인리스 트레이가 있었는데, 트레이 안에는 정맥용 22G 카테터 4개, 바늘이 긴 long needle 20G 4개, 3-way 2개, 토니켓 2개, 그리고 정맥 주사 고정용 테이프 2개, 뜯지 않은 새것의 알코올솜 1개가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A-line용과 함께 준비해 둔 모양이다.


누가 봐도, 김수진 선생님은 손이 꽤나 빨랐다. 그녀는 이미 베드 세팅은 진즉에 끝냈고, 환자 침대 오른쪽에서 모니터에 달린 여러 선들을 푸르고 있었다.

"아, 선생님. high flow circuit은 이쪽에 있어요."

나는 김수진 선생님 뒤쪽 높은 단상에 high flow circuit이 놓여 있는 것을 확인 후 기기를 끌고 김수진 선생님의 뒤쪽으로 향했다.

"이 쪽에 준비할게요."

"네." 선생님은 EKG electrode(*) 3개를 선에 연결하며 대답했다.

high flow의 콘센트를 연결하고, O2 호스를 힘을 주어 꽂았다.

*EKG electrode : 12 lead EKG와 다르게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모니터에서의 electrode는 보통 3개에서 5개의 접착식 electrode로 되어있어 24시간 심장 상태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심장 쪽을 좀 더 특화되어 보는 부서(CCU 등)는 5 lead를 흔히 사용한다. 이는 병원마다 다를 수 있음.

출처: 구글 (좌) 3lead / 5lead


"전원은 나중에 켜도 되겠죠?"

"아, 네. 1층이라고 할 때 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네." 나는 circuit 포장지를 찢고


.

.


김수진 선생님은 BP cuff기까지 마저 연결해 놓고 모니터를 만지작거렸다.

"patient monitor가 이게.. 좀 복잡하더라고요. 처음에 신환이 온다고 하면 세팅이 잘 되어있는지 확인해줘야 해요. 이게 전원을 완전히 꺼버렸다가 다시 켰을 때 가끔 뒤죽박죽.."

선생님은 끝말을 흐린 채 까치발을 한 채로 모니터를 만졌다.


"아, 모니터 세팅 순서는 지금처럼 하면 되나요?"

"네.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그녀는 가지고 온 모듈을 꽂으며,

"이게 또 우리가 원하는 세팅인 지 확인해야 해서.." 이야기했다.

모듈을 인식한 모니터엔 'CVP(*)'라는 글자가 떴다.

*CVP: Central Venous Pressue, 중심정맥압. 대기압을 영점으로 중심정맥 내 압력으로 대정맥과 우심방이 만나게 되는 압력이다. 우심방의 압력 변화를 보고 혈액의 양과 심장으로 돌아오게 되는 정맥 혈액량을 측정할 수 있다. 정상범위는 모두 다르게 이야기하는데 2-8mmHg(cmH2O)로 보기도 하고, 5-15mmHg까지 보기도 함. 우심부전 등의 이유로 우심실 수축력 저하 시 혈액이 축적되면 CVP가 정상보다 높아지며, 수액을 제한하거나 이뇨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CVP감소 시 순환혈량의 감소로 쇼크나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C-line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모니터 하지는 않는다.

출처: 구글


"여기 모듈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이것처럼 화면에 글이 떠요. 그때, 여기 세 번째 메뉴를 선택하면 이렇게 모드를 바꿀 수 있어요."

"아, 다행히 어렵진 않네요. 혹시 그 초기 세팅하는 것부터 해봐도 될까요?"

"당연하죠. 그럼 전 바이탈 돌게요."

나는 황급히 시계를 봤다. 벌써 정각 10분 전이었다.

"아-. 벌써 바이탈 할 시간이네요.. 그럼 바이탈 하고 해 볼게요."

"아니에요. 선생님 저희 곧 바이탈 하고 바로 교대라서, 환자도 몇 없어서 저 혼자 해도 3분 만에 끝날 것 같아요. 지금 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내 프리셉터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김수진 선생님은 막힘없이, 그리고 내가 딱히 질문하지 않아도 가르쳐 주었다.


.

.


교대를 위한 인력들이 들어왔다.


생각보다 교통체증 때문인지 환자의 도착시간이 조금 더 늦춰져서 같이 신환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애매했다.



"고생하셨어요. 도와달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죠."

다음 턴으로 들어온 선생님이 장난스레 웃으며 입을 뗐다.

아, 순간 이 말의 의도가 무엇인지 나 홀로 심각해질 뻔했다.


"아, 그리고 A-line 잡는 건 완전 100% 확실한 건 아니라고 하셔서, NS bag은 안 뜯은 상태예요. high flow 전원도 따로 안 켜놨어요. 세팅값 50%에 60L/min 래요."

수진 선생님이 인계했다.


"네네. 고생하셨어요. 얼른 나가세요." 교대를 한 선생님들이 이야기했다.

"네. 고생하세요."



나가려다 말고 우뚝 서 수진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다.

"아, 맞다. 선생님 저 high flow 기기들 소독 표시 확인 좀 하고 가려고요."

"확인이요? 무슨 확인이요?"

"아까 보니까 기계마다 소독된 건지 만 건지 표시가 없어서 확인해 보려고요."


"아-. 그럼 같이 빨리 하고 나갈까 봐요."

우리는 기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

.



공간 옆쪽에는 ventilator(*인공호흡기), CRRT(*)도 몇 대 구비되어 있었다.

함께 high flow 기기들의 소독상태를 확인하고 '소독 완료(+)'를 적은 종이를 스킨 테이프로 기기마다 붙이고 있는데 수진 선생님이 내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다니시던 병원에서는 이 ventilator 쓰셨나요?"

"아, 제가 다니던 곳에서 쓰던 ventilator는 대부분이 Servo-i(*인공호흡기의 업체에 따라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그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였어요. 여기 회사 거는.. 한두 대정도 있던 것 같아요."

"Servo-i 알죠. 저희도 몇 대 있기는 했거든요."

"흔한 거 같긴 하더라고요. 복잡한 기능도 없고, 딱 필요한 모드들로만 되어있어서 심플하고.. CRRT는 prisma flex 던데, 그거 말고 또 있는 건 아니죠?"

"음,  네. 선생님네는 FMC업체 거 쓰셨어요?"

*CRRT(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지속적 신대체 요법, 만성 신장질환 환자가 아닌 급성 환자에게 흔히 사용한다. 보통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경우 일주일에 2-3번씩 내원하여 3-4시간 동안 투석을 진행하지만, 급성 신장질환 환자의 경우 24-72시간 정도 CRRT를 돌려 신장기능을 재빠르게 되돌려 주는 투석기계라고 보면 된다. 보통 CRRT 업체로 흔히 Prisma flex, 혹은 FMC 사를 자주 사용한다.

출처: https://sondoctor.co.kr/136 , (좌) Prisma flex / (우) FMC


그리고 수진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대체적으로 담백하고 유익했다. 그녀는 근무에 있어서 단 한 명, 아니. 사람뿐 아니라 일에 대해서도 그 어떤 평가도 하지 않았다. 파견직이기에 내 직장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대로 그리고 느낀 대로 내뱉을 법도 한데, '인력이 부족해요.'; '체계가 없어요.'의 흔한 불평 불만조차 없었다.


"FMC랑 Prisma flex, 둘 다 있었어요-."

나는 대답했다.


"근데 저는 CRRT priming(*)은 nurse job(*간호사의 업무를 칭할 때 씀)이 아니었어서..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나중에 같이 들어가게 되면 한 번만 가르쳐주세요." 나는 말을 덧붙였다.

*CRRT priming: CRRT 기기 관들에 공기가 차있을 경우 투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이 먼저 프라이밍을 실시한다. 즉, 치료 전에 배관 속을 치료액으로 채워놓는 작업.


"오, nurse가 안 했어요? 기계가 설명을 잘해주긴 해서 읽어보면 알아서 할 수 있긴 할 텐데.. 당연하죠."

수진 선생님은 의외라는 사실을 알게 된 듯, 살짝 놀란 듯하다가 이내 싱긋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며칠 후였다.

처음 파견 발령을 받고 회식을 주도했던 윤석 선생님과 한 팀이 되었다.


"선생님, 오늘 같은 팀이네요!" 나는 반갑게 말을 걸었다.

"네, 그러니까요.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은 작게 목을 숙이며 대답했다.


스테이션에 앉아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환자 센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센터 모니터 알람이 크게 들리지 않아 주의를 기울여야 해서 긴장을 늦출 수만은 없었는데, A룸 환자 한 명의 SpO2가 89%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윤석 선생님 쪽에 무전기가 있었는데, 선생님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모니터를 못 본 듯했다.



나는 그 환자의 SpO2 웨이브(*)가 정확히 나오고 있는지 보기 위해 모니터를 크게 확대했다.

*Wave: 환자 모니터를 볼 때, 웨이브가 고르게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글지글한 모양이거나, 심하게 불규칙한 모양일 경우 SPO2가 환자에게 잘 붙어있지 않을 수 있어 수치가 부정확할 수 있다. 해서, 환자의 SpO2 수치가 비정상적일 경우 wave 먼저 확인하여 환자의 SpO2가 정확한 수치라고 말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함. SpO2 wave 모양은 맥박 및 동맥압 등과 함께 움직임.

출처: 구글, SpO2 wave 모양

모니터에 보이는 웨이브는 꽤나 정확했다.

"A룸에 3번 환자분, SpO2 89%인데 안쪽에 말씀드릴까요?"

'킥, 킥' 소리를 내며 웃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제야 그는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봤다.

"아, 네. 말씀드릴게요."

오염존 안에 있는 두 명의 선생님께 A룸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나는 조용히 뒤로 돌아가 무전기 한 대를 들고 자리로 왔다.


.

.


교대시간이 되어 방호복을 입고 오염존으로 들어가 교대를 했다. 들어가자마자 전산 앞 환자에 대한 브리핑 종이가 꽂혀 있는 판떼기를 들고 A룸 환자부터 이그젬(*)을 시작했다.

*Examine: 환자의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확인해 보고 이전 상태와 변한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아래 항목처럼 확인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신규 간호사 때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져 한 명당 1분도 안 걸리는 경지에 다다른다.

<examine시 보통 환자 한 명당 확인하는 것들>
1. GCS(Glasgow Coma Scale, 의식 사정할 때 쓰임.)
2. 동공 사이즈, 동공 빛 반사
3. EKG 모양
4. 신경과 환자의 경우 NIHSS
5. 들어가고 있는 수액, 남은 용량, cc/hr
6. O2 적용 요구량, ventilator mode
7. E-tube, T-tube 기관 내 들어가 있는 관이 얼마나 깊게(cm), tube의 사이즈(fr), 가래 양상
8. L-tube 비위관 깊이(cm), 사이즈(fr)
9. F-cath 요도 관 way 개수(2,3..), 사이즈(fr), 소변 양상
10. IV line 주사 바늘 굵기(18,20,22,24G가 흔함), 위치(ex. 오른팔, 왼팔.. 등)
11. C-line/PICC 등 중심정맥관 위치와 피가 새어 나오거나 빨갛게 변하는 등 염증 반응은 없는지, lumen 갯수,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 lumen은 생리식염수를 적당히 밀어 넣어 function 확인 & CVP zeroing
12. A-line 위치와 피가 새어 나오거나 빨갛게 변하는 등 염증 반응은 없는지 & A-line zeroing
13. 외의 다른 관들은 어디에 있는지, 부위에 이상반응은 없는지
14. 환자의 몸이 이전에 비해 부어 있는 등 달라진 곳은 없는지
15. 수술 부위 드레싱 상태
16. 욕창이나 상처 악화되진 않았는지, 드레싱 상태
17. 말초 순환 상태(말초 맥박, 피부 색깔 등 확인)
18. 가지고 있는 물품 등







윤석선생님도 라운딩을 끝낸 듯했다.

"back care 할까요?" 윤석선생님이 말을 걸었다.

"아, ventilator 환자 가래가 좀 있는 것 같아서요. suction 한 번 해주고 올게요."

"도와드려요?"

"네? 아, 아뇨. 도와줄 게 없어서.."


suction을 마치고 오니 윤석 선생님은 오염존 내의 전산 앞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선생님, 이제 back care 돌까요?"


윤석선생님은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은 체구가 아주 좋은 선생님이어서, 힘쓰는 데에 자신 있다 말하곤 했다.


.

.


back care 후 시간은 한가로이 흘러만 갔다.

"오늘따라 할 게 없네요.."

"그러게요. 또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석 선생님은 싱글벙글 웃으며 이야기했다.


"파견시작하시고 나서 이런 날이 많았나요?"

"제가 지금 한 두세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음 요즘 좀 한가한 것 같기는 해요."

"이러다 잘릴까 봐 걱정이에요."

"에이, 설마요."


그때였다.


"선생님, 한 분만 안 쪽에 high flow 확인 좀 해주세요."

무전기를 통해 클린 존의 본원 선생님 음성이 들려왔다. 드디어 할 게 생겼다.

"제가 보고 올게요." 나는 벌떡 일어나 기기가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

.

기기를 다 보고 돌아왔는데 윤석선생님이 A룸의 ventilator  환자에게 가 있었다. 음, 알람을 해결하려고 갔나? 생각했다.  그리고, 두세 달 정도 되셨다고 하니 ventilator 알람 해결방안 몇 가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 high flow 소독 확인 다 했어요. 완료 종이 붙어 있는 것도 확인했고요."

무전기를 들어 클린 존에 전달했다.



가만 보니 , 윤석 선생님이 A룸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눈을 찡그려 확인해 보니 ventilator에서 붉은빛으로 알람이 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선생님은 그야말로 얼어붙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알람이 울리는데.. high.. 뭐..라고.. 울리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안녕하세요. 오늘입니다.

요즘 공부를 하느라 글 쓰는 게 상당히 늦고 있네요 ㅠㅠ

3월 말 마무리를 지으면 꼭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글 자체가 조금 길어서 짧게로라도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오늘 들고 온 내용은 저번 편에 이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1편도 함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불어 신환을 받기 전 해야 할 것들,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이야기해 봤습니다. :)


내 출신과 다른 부서에 발령이 난다 하더라도, 아무리 신규 간호사라 하더라도 배우고자 함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아는 것이 의료진으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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