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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간호사 Jul 04. 2023

이기심과 욕심은 챙기고, 양심과 열정을 버려 얻은 기회

파견직 모두가 의료진으로서의 사명감이 1순위는 아니었다. -7



"응. 맞는데-? CRRT(*)까지 볼 수 있는 사람들만 발령 냈다고 했어."

"... 네."

"왜? 무슨 문제 있어?"

"아, 아닙니다."

"그래."

*CRRT(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지속적 신대체 요법, 만성 신장질환 환자가 아닌 급성 환자에게 흔히 사용한다. 보통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경우 일주일에 2-3번씩 내원하여 3-4시간 동안 투석을 진행하지만, 급성 신장질환 환자의 경우 24-72시간 정도 CRRT를 돌려 신장기능을 재빠르게 되돌려 주는 투석기계라고 보면 된다. 보통 CRRT 업체로 흔히 Prisma flex, 혹은 FMC 사를 자주 사용한다.

출처: https://sondoctor.co.kr/136 , (좌) Prisma flex / (우) FMC



수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당황한 채 발을 옮겼다. 서소윤 선생님은, 파견 발령을 받고자 거짓말을 치고 온 게 분명했다.


왜지? 기다렸다가 자신 있는 부서에 가는 게 맞지 않나..?

아-. 파견매칭을 거부라면 뒤로 밀리기 때문에.


그들에겐 일단 발령 나는 것이 중요하니까.

대한민국에서, 간호사가 이 정도 페이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너무나도 드문 일이니까-.



간호사에게 '파견직'이란 때론 좋은 기회와 같았다.

기회를 잡기 위해선 그 어떤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는 것.

그뿐이었다.






그랬다.


이번에 대거로 발령 난 10명의 선생님들 중 반 이상이 중환자실 출신이 아니었거나, CRRT를 다룰 줄 모르는 선생님들이었다.


이미 코로나19 파견이 시작된 지 약 9-10개월 정도 된 이 시점. 처음 코로나19 파견이 시작되었을 땐 지원자가 적어 그 인력이 신규였든, 출신부서가 어디였든, 휴직기간이 아주 길든 간에 무작위로 발령되었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파견 지원자가 폭등하면서 부서마다 필요인력을 추리기 위해 발령전화 시 간단한 질문을 하곤 했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이곳, 코로나19 전담병원 중환자실에 발령된 10명에게 '출신부서'와 '인공호흡기와 24시간 투석기를 다룰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고 한다.


그래-. 이 10명의 간호사들이 경기도청이든 중앙수습본부든 이 파견발령 연락을 받았을 때, 자신은 하나같이 중환자실 출신이며, CRRT 경험이 많다고 이야기했으니까 발령된 것이었다. 사실 ECMO를 돌리는 병원은 흔하지 않았고, CRRT는 종합병원급이라면 중환자실에서 꽤나 흔한 기계였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계 중 손이 많이 가고 다루는 방법을 익히는 데에 은근한 시간이 들어서 CRRT를 다룰 줄 안다면, 다른 기계들(예를 들어, infusion pump, 인공호흡기 등)은 당연하게 다룰 줄 안다는 것. 그러니까, 기계마다 회사가 다양하니 오리엔테이션정도만 제공하면 별도의 기계 교육 없이 어느 정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인력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반 이상이 중환자실출신이 아니었거나 전혀 다룰 줄 모르는 기계임에도 다룰 수 있다고 거짓말을 쳐왔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모든 건 "중수본에서 전화 와서 이거 저거 물어봤는데, 사실 증명할만한 자료를 요구하지는 않던데요?"라는 정보통이 허다하게 많았을 테니, 이런 뻔뻔한 거짓말도 가능했던 거겠지-.. 싶다.


사실 경력관련된 서류 한 장만이라도 받았더라면, 모두가 윈윈(Win-win)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윈윈이든 행복이든- 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지금처럼 서로에게 악감정은 덜할 것이었다.

병동출신 선생님들은 병동으로, 중환자실은 중환자실로, 휴직자 거나 신규선생님들은 선별진료소나 생활치료센터에 발령된다면 정말 베스트였을 텐데-. 경력과 능력치, 강점은 상관없이 지원순서에 따라 발령이 나 버려서 중환자실 출신들이 선별진료소에 가있고, 10년 이상 휴직자나 신규선생님들이 중환자실에 발령이 나 그곳에서 다루는 기계들을 1부터 100까지, 즉 이론부터 실전까지 트레이닝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았다.


아니 그럼, 원하는 부서 발령이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고?


발령을 거부하면, 추후 원하는 부서에 T/O(*Table of Organization, 빈자리)가 났을 때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목록에서 누락되는 느낌이 컸다. 그러니까-, 원래 5번이었던 내가 발령을 거부한 이후에 30번 차례가 되었을 때 이미 5번은 잊힌 존재가 되는 것과 같은. 그럴 때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하며 중수본에 전화해 무수히 통화 중이라는 안내를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


나 같은 경우는 첫 직장을 관두고 몇 달간은 파견직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니 '그래, 내가 필요하다는 곳에 가서 일하자.'며 사직한 지 3개월 후 지원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필요하다는 곳에 가서 일하자.'라는 생각이 어찌 보면 상당히 거만한 자세였다는 걸.



'.. 언론에선 파견직 의료진들이 모자란 것만 같았는데..'

코로나19 전선 속 영웅이라며 의료진이 방호복으로 땀에 젖어 떠도는 사진들을 보며, 그리고 간호협회나 보건복지부, 중앙수습본부, 도청 등 다양한 곳에서 파견직 공고를 내놓은 것을 보고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게다가 친한 동생이 이미 파견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 또한 필요한 인력으로 쓰이고 싶었다. 사실 그때까지는 급여가 어떤지 자세히 몰랐다.

근데 왜 그렇게 기다리느냐고? 사실, 나도 의료진으로서- 우리나라 간호사로서 일하는 것이 뿌듯한 일임을 새삼 느끼고 싶었다.



지원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발령 전화는 오지 않았다. 은근히 연락이 안 오니,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나는 이미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는 친한 동생에게 '너는 지원하고 며칠 만에 연락 왔어?', '왜 난 아직도 연락이 안 오는 거지...' 라며 칭얼댔다.


- 언니, 나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 딱 부족할 때 지원했어. 그래서 금방 불려진 것 같아. 지금은 수요가 많은 듯해.


동생은 수화기 너머 불안해하는 내게 '너무 불안해말고 기다려봐.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요즘엔 두세 달 정도 걸리기도 한대.'라며 덧붙였다.



그렇게 정말 2개월과 5일 정도 지나 처음 중앙수습본부에서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거부했다. 이유는 발령 부서가 '투석실'이었다.


- 선생님, 중환자실 출신이라고 쓰여있던 데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 그러면 투석기도 써보신 적 있으시겠네요! 왜냐면 저희 투석실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어서요-!

수화기 너머 들리는 중앙수습본부 직원의 목소리는 꽤나 친절했고, 투석기 이야기를 할 땐 은근히 들뜬 듯 보였다. 하지만 좌절했다.

".. 하,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쓰는 투석기계랑 투석실에서 쓰는 거랑은 다를 텐데요.."

- 아, 그러면 투석실에서 쓰는 기계는 익숙하지 않으신 건가요?


'그야 당연하죠....'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 5초만 더 생각해 보자. 근데, 진짜로 병동도 아니고 투석실은, 가서 민폐만 될 것 같아.


그래서 그랬다.



친한 동생이 그걸 왜 거부하냐며 본인이 더 당황스럽다는 듯이 이야기해서, 순간 내가 엄청난 실수를 한 건가-? 싶어 다시 급하게 중앙수습본부에 연락했다. 수많은 시도 끝에 간신히, 몇 시간 만에 연락이 닿았고 돌아오는 답변은 이미 내가 거부한 자리는 다른 선생님에게 돌아갔다며, 아쉽지만 발령은 좀 더 기다려보셔야 할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

내가 차버린 자리에 아쉬움을 느끼는 아이러닉 한 상황이었지만, 사실 그렇다고 또 곧장 그곳에 발령되었다면 새로운 것을 다시 배우며 일해야 한다는 막막함이 더 컸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은근슬쩍 속 시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 당신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저를 써주세요.'를 어필하겠다며 주기적으로 중앙수습본부에 연락을 시도했다. 첫 발령전화로부터 2개월 넘게를 더 흘려보내고, 끝내 원하는 부서에 발령받았다.


그래. 파견직 발령에는 적어도 2-3개월은 걸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거부하면 또, 기약 없이 발령연락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많은 간호사들이 발령전화 한 번에 '저는 그곳에서 아주 필요한 인력입니다.'라며 거짓말로 어필하기도 했다.


결국 어이없게도 거짓말을 친 사람들은 파견 발령이 되어 기존 멤버들과 똑같은 급여를 받음에도 즉각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트레이닝'이라는 것을 받았다.


'......'

파견직이라는 게, 어찌 되었든 어느 곳에서 인력이 필요해 '필요한 인력'이 배치되는 것임에도 막상 배치된 이력들은 전혀 그 구실을 하지 못했다.







".. 중환자실 출신만 뽑았다고 했다니까 -!?"

수선생님 방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려왔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빼꼼 쳐다봤다.


".. 아." 수선생님과 대화하고 있던 선생님은 데이번으로 일하던, 나와 꽤나 친분을 쌓았던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수선생님의 말이 예상했던 대답이 아니었는 듯, 현실과는 전혀 다른 답변을 들은 듯, 크게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은 나보다 3개월 정도 일찍 발령나 일하기 시작하셨는데, 내가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을 발견해서 선생님께 이야기할 때마다-

'선생님, 팀장님이나 수선생님께.. 아니다. 팀장님한테 가서 말 좀 해주세요... 저는 너무 많은 불만을 이야기해서 이제 몇 번 더 하면 잘릴 까 무서워요.'라 했었다. 이후 건의할 점이나 불만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자제'하고 있었음에도 이렇게 불만 어린 의구심을 표출했다는 것은-,

결국 선생님도 참다 참다 이야기한 꼴이었다.


"아니, 어제는 마취과 의사가 새로 온 선생님 연차가 몇이냐, 신규인 거냐 그러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수선생님은 '중환자실에서 일한 사람들로 발령 낸 거 맞아, 맞대-! 맞다 했다고-! 중수본에서 발령낼 때 모두에게 물어보고 조건에 맞게 발령 냈다 했다고-!' 라며 어제의 에피소드 이야기를 꺼냈다.


'아, 어제 그 서예인 선생님 얘기구나.' 현장에 있던 나는 어제를 문득 떠올렸다.





<<





"4번에 김대수 환자분 intubation(*기관 내 삽관)하고 C-line(*) 잡을게요."

*Central line, 중심정맥관. 큰 정맥에 카테터를 삽입하여 수액이나 약물을 주입할 수 있다. 혈관이 좋지 않아 간호사가 말초혈관을 확보하기 힘들 때, 혹은 승압제, 진정제 등 중요약물을 사용할 때 잡는다.


환자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High flow(*)로도 환자의 산소포화도나 ABGA(*) 결과에 호전이 없어 결국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그때 모니터를 보는 멤버였다. 10명의 선생님들이 발령한 이후로 내부 인력이 부족해 모니터를 보던 인력들이 추가로 들어갈 일은 현저히 적었다. 즉, 내부에 3명이 존재해서 intubation 할 때 두 명이 assist를 하고 한 명은 나머지를 커버할 수 있었다.

*High Flow: airvo, 고유량산소요법. 보통 nasal prong> simple mask> reservoir mask로도 산소포화도나 ABGA가 좋지 않을 때, High flow까지 시도해 볼 수 있으며, 이로도 안될 경우 BIPAP, NIV 시도가 가능하다. 이로도 안될 경우 intubation 하여 ventilator(인공호흡기)를 사용함. 하지만 많은 병원에서 BIPAP이나 NIV가 불가한 경우가 많아 high flow로 안될 경우 바로 ventilator치료로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ABGA: Arterial Blood Gas Analysis. 동맥혈 검사. 환자의 동맥에 산소 및 이산화탄소 등 수치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



때 마침 그 환자 옆에 서있던 '서예인'선생님은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멀뚱히 그 광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부에서 서예인 선생님과 팀이 되어 일하던 김진규 선생님은 저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는 급하게 응급카트를 끌고 자리로 향했다. 때마침 intubation을 하기 위해 주치의가 방호복을 모두 입고 오염존안으로 들어왔다.




"준비는 다 됐나?"

서예인 선생님은 멀뚱히 광경을 바라보았다. 김진규 선생님은 급하게 E-tube를 생리식염수 병에 꽂아 주사기로 E-tube의 ballooning check를 하고 있었다.

*Endotracheal Tube, 기관 내 관. 기도에 관을 삽입하여 인공호흡기와 연결해 기계호흡으로 숨 쉬게 할 수 있다. E-tube 끝에는 일종의 풍선 같은 것이 있는데, 기관 내 삽관을 성공하면 이 풍선에 공기를 주입하여 환자의 기도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서, 기관 내 삽관 전에 보통 간호사가 이 풍선이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리식염수에 꽂아 풍선을 불어넣어 본다. 그리고 생리식염수에 담갔다 뺌으로서 윤활제역할도 함.


".. 거, 거의 다 되었습니다-!"

아, 아직-. 저것만 준비한다고 될 게 아닐 텐데. Sedative(*)는 뭘 쓸 건지 물어보고 약도 재놔야 하고.. videoscope.. suction 준비, ambu bagging.. ventilator는 준비된 건가?

나는 클린존 스테이션 앞에 서서 내부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필이면 다른 환자들도 손이 가는 사람들이라 나머지 한 선생님들도 바삐 뛰어다니고 있었다.

*sedative: 진정제. 보통 intubation시 환자가 깨어있으면 삽관이 어렵고 환자가 고통스러워할 수 있어 재우고 근이완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미다졸람, 에토미데이트가 있으며 근이완제로는 베카론이 흔하다.

**참고: 네이버 블로그 ‘해찬이의 간호일지’ <E-tube, Endotracheal tube, Intubation(기관 내 삽관 간호, 절차, 고정, 적응증, 물품)

          https://blog.naver.com/lhc930102/222308633280



".. 예인 선생님 뭐 해야 될지 모르시나 본데요-."

주치의가 들어간 지 몇 분이 흘러도 진전이 없는 상황에 본원 선생님들도 일어나 내부를 살피다 세컨드 차지가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서예인 선생님은 괜스레 PAPR(*) 후드를 고쳐 쓰며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차라리 못하겠으면 손이라도 바꾸면 될 텐데-.

*PAPR: Powered Air Purifying Respirator, 우주복같이 생긴 후드. 보호구에 속하는데, 허리에 차고 있는 기계 안에 있는 필터를 통해 외부 공기가 정화되어 후드 안으로 제공된다.


결국 지금 근무를 함께하는 본원 정규직 선생님들 중, 두 번째로 높은 세컨드 차지 선생님께서 B룸에 있는 선생님께 무전을 했다.

"선생님, 다른 환자들 스테이블 하면 저기 intubation assist(어시스트) 좀 같이 해주실래요?"

선생님은 '아-네.'라며 급히 뛰어갔다.



본원 선생님들 중 한 명이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들어가야 했을까, 아니. 안에 세, 세 명이나 있는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내부에서 세 명이 옹기종기, 다른 환자들은 모두 내버려 둔 채 김대수 환자에게만 몰두했다.

그나마 다행히 주치의가 스킬이 형편없지 않아 중심정맥관 삽입까지 무리 없이 빠르게 마쳤다. 서예인선생님을 제외한 두 선생님은 중심정맥관 삽입술까지 모두 마친 후 환자의 활력징후를 체크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었다.


서예인 선생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리고 모든 시술을 끝낸 주치의가 어느새 오염존을 벗어나 손을 씻고 곧바로 클린 존 스테이션으로 다가가 한 말.


".. 저 안에, 여자선생님은 신규인가? 아무것도 못하던데-."

파견직으로서 질적 인력으로 인정받고 싶고, 간호사로서 그 어떤 직종에게도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데-, 상황이 썩 좋지는 않아 보여 턱에 힘을 주어 입술을 꾹 닫았다.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본원선생님들도 고개를 푹 숙였다.



클린존의 간호사들은 환자 바로 옆에 있지도 않은 데도,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어쩌지-'를 반복했다.



하지만 정작,

무지함과 무경험, 그리고 배우고자 하거나 돕고자 함도 없는 무열정, 그것들이 있는 척 거짓말을 쳐서라도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 누군가는 아무것도 몰라서 '오히려' 응급상황에도 쭈뼛대는 것에 당당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 반도 채워지지 않는 이기적인 무양심에 혀를 끌끌 차며, 매겨지는 값진 수식어와 비싼 급여가 아깝다는 생각을 스치듯 했다.



열정 없는 욕심, 남에게는 독이 되고 민폐가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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