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출근 후, 책상 옆 창가로 들어오는 초여름의 시원한 바람과 햇살이 사무실로 은은하게 흘러 들어온다. 책상 위에는 방금 내린 아메리카노를 담은 컵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감싼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조심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다. 사람들을 너무 믿지 말자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처음엔 모두가 낯설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친숙해진다. 그 과정에서 신뢰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그 신뢰가 깨지는 순간, 상처는 더욱 깊어진다. 마치 내 온몸을 다 내어준 것처럼 마음의 깊은 곳까지 아픔이 스며든다.
나도 한때는 사람들을 무턱대고 믿었다. 사람들 역시 나에게 믿음을 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된 것은 그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내가 받는 상처는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만큼의 고통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적당한 거리란,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고, 과도하게 얽히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냉담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거리가 마음의 편함을 가져다준다. 상대방의 단점을 받아들이면서도, 내 마음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상처받을 일도 줄어든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은 마음의 창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 창이 항상 열려 있을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만 열고, 나머지 시간에는 닫아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피할 수 있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침묵 속에서 상대방의 진심을 느끼고, 나의 진심도 전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또 치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을 너무 믿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마음의 편함을 찾는 길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햇살이 점점 강해지며 사무실 온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적당한 온도를 갖고 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적당한 거리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나의 마음을 지키겠다고. 그리하여 나중에 상처받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신중하게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