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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oo Mar 27. 2022

무례한 육식인을 대하는 방법

무례한 육식인을 용서할 수 없는 비건에게

비건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을 거예요. ‘식물은 안 불쌍하냐’부터 시작해서 ‘그런 거 해서 도덕적 우월감 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 등등 말문이 막히는 그런 질문들 말이에요. 저는 처음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정말 어이가 없어서 대꾸도 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저 내 건강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동물을 위해서 비건을 실천하겠다는 건데 말이에요. 내가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비건을 실천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기를 먹어야만 건강하다고 믿으며 자랐죠. 키가 자라지 않는 이유도 내가 우유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때 저는 동물을 죽이고 싶어서 육식을 한 것이 아니었어요. 환경을 파괴하고 싶어서 육식을 한 것도 아니었죠. 그저 기업과 그들의 광고, 그리고 사회 구조가 ‘육식을 유도하는 정보’를 계속해서 양산하고 교육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믿은 것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그냥 ‘과거의 나’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지난날들의 나를 되돌아보며 ‘맞아, 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나라면 남이 나에게 어떻게 말해줬을 때 비건에 대해서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까?’ 이런 질문을 떠올리며 그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러한 질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면, 이제는 ‘식물은 안 불쌍하냐'라는 말을 들어도 웃으며 ‘비건을 하는 게 식물을 덜 낭비하는 방법이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어요. ‘너는 왜 가죽 신발을 신어?’라고 물어봐도 ‘새로운 신발을 사는 것보다 예전에 샀던 신발을 신는 게 환경을 덜 파괴하거든.’이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죠. 제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도움이 돼요. 그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노력을 알고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날이 앞당겨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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