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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튜라 Nov 08. 2020

일주일에 몇 번 행복하신가요?

  출근길이 싫어졌다. 극소수의 아주 특별한 직장인들과는 다르게. 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오가는 일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로 위에는 차들이 어찌나 그리 많은지, 언제나처럼  동부간선도로는 변함없이 꽉 막혀있었고, 그 변함없음에 지쳐버렸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도 흥얼거리지 않았다. 그냥 운전을 했다. 앞으로 똑같은 길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걸까? 손가락, 발가락을 합해도 다 세지 못할 숫자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하게 엉켜버린 느낌이었다.


  교사가 된 지 3년이 되었을 무렵의 일이었다.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졌다. 학교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수업은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그저 지친 상태로 버텼다. 버티고 버티다 겨우 집에 돌아와서 누워있기만 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너무 무료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흐름 속에서 의미보다는 무의미를 더 많이 떠올렸고, 의식보다는 무의식 속에서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간단한 계산을 해봤다. 일주일은 7일 그중 주말은 이틀. 나는 주말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데, 내가 흘려버린 5일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일주일에 5일은 괴로움에 찌들어 살다가 이틀 동안만 행복을 잠시 느낀다면, 내 인생은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한 달에는 8일만, 1년에는 96일만 행복한 인생이라면 아무리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도 굉장히 큰 손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나름 인생이 순탄한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까? 못해낼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무리할 정도를 감당해 과부하가 걸린 상태는 아니었다. 다만, 열정이 소진된 느낌을 받았다. 기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래된 자동차처럼 탈탈거리면서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잃어버린 내 열정은 어디로 사라 버린 것일까? 초심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의 열정은 사라지고 적당히 일을 해치우고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는 직장인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평일에도, 심지어 업무 시간에도 행복할 수는 없을까?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워라벨’을 반대한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그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life balance)가 맞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며 정시 퇴근 보장,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와 같이 현대 직장인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주는 ‘워라벨’을 왜 반대하는 것일까?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워라벨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둘 중 하나를 추구하고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는 거래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도한 워라벨 추구는 그것이 일이든, 사생활이든 무엇 하나를 잃게 만들 것입니다.” 베조스는 일과 생활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방식은 어느 한쪽이 희생할 때, 다른 한쪽이 채워지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는 ‘위라벨’ 대신 ‘워라하’(work life harmony)를 주장한다. 어느 한 쪽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을 조화를 통해 전체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일과 삶을 분리시키는 것은 일과 행복을 분리시키는 것과 같다. 우리의 삶은 퇴근 후에서만 있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생의 3분의 1 정도를 버리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인생의 모든 순간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내야 한다. 



나름 행복해지는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1) 의미를 찾아내기

2) 사소한 것에 자주 기뻐하기

3) 길게 꾸준하게 시도하기     


  적어보면 ‘별거 없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행복이란 게 별게 아니라는 게 아닐까? 행복을 여기가 아니라 다른 어떤 곳에 숨어있는 것처럼, 이 괴로운 순간이 지나가야만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은 행복과 내 삶을 자꾸 분리시킨다.


  특별하지 않은 곳이라도 모든 순간 속에 깃든 행복을 찾을 때, 비로소 행복은 내 삶에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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