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이 흘러나오던 그 공간은 결코 크지 않았다.
서랍 2개만 간신히 달려있는 오래된 나무 책상과 취향을 알수 없이 수집되어 있는 책들,
그리고, 몇몇 옷가지와 상자들이 쌓여있는 그 작은 공간에서
그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가끔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들창은 자그맣게 나무틀을 끼고 뿌연 유리창 사이로 바깥의 빛을 통과시켰다.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공간으로 들어온 빛은
바깥세상을 전하기는 커녕, 공간자체를 오래된 냄새가 가득한 아늑한 곳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구조는 나선으로 되어있다고 생각해.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선이 언젠가는 일어났던 같은일을
반복시키고 또 반복시키는 거야. 그렇지만 나선의 모양이기 때문에, 그 구멍은 점점 커지게 되는 거지.
그렇게 세상은 커져가고 있어"
그는 아직 세상에 발자국조차 떼지 않는 것이다.
빛이 있고, 좁지만 공간을 이루고 있는 완벽한 내부에서,
오래된 냄새를 버릴 생각조차 없이, 웅크리고 있었다.
독립된 외계체의 자궁.
그렇게 그들을 감싸고 있는 '공간'이 세상 곳곳에 퍼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