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지 20201125
어릴적 좋아하던 만화영화중에 ‘2020 원더키디’라는 미래 우주배경의 이야기가 있었다. 1980년대의 상상속에서 2020년은 우주를 날아다니며 다른 행성에서 자원을 캐내는 수준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룬 세상이었고 예쁜 외계인 친구까지, 내용도 흥미진진했지만 특히 순수하게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그 시절로선 드문 만화영화라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그때는 어린아이었던 내가 2020년을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상상도 못했던 터라 나에게 진정한 의미로 공상과학 영화였던듯 하다.
지금의 나는 만화속 세상이었던 2020년을 살아가고 있고 나의 아이들이 이미 그 만화를 보던 때의 나보다도 나이가 많지만, 그 때에는 이곳의 세상이 이런 모습일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분명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전화기가 만들어 지고 국민학교 6학년때 선생님과 반친구들이랑 함께 상상해보았던 집에서 학교를 가지않고 컴퓨터와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 모든 것이 과거 우리가 상상했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인해 격리와 고립을 위한 기술이 일상에 펼쳐지고 있다. 단지 기술의 발전이 생활 형태의 전반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깨달음의 전제가 참 우울하고 슬프다.
오늘 큰아이는 엄마 앞으로의 역사속에서 2020년은 확실히 기록되겠다, 그치? 하고 말했다. 그렇구나 언젠가의 페스트 언젠가의 스페인 독감처럼, 그리고 한국전쟁이나 독립의 기억처럼 전세계를 휩쓴 이 전염병은 이제 어느나라에 있던 세계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남게 될것이다. 우리나라가 1980년대 끝에 어떤 기술의 욕망과 추구를 꿈꾸며 만들었던 2020 원더키디는 지금 현실속에서 전세계에 몇 안되는 국가 전지역 온라인화와 디지털화, 면역관리등의 기술적 발전을 이루어내어 빛나게 달려가고 있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은 오히려 과거의 살을 맞닿으며 타인과 교류하는 시간을 갈구하고 있는 중이다. 진짜 2020 원더키디- 코로나 키디들이 이시간을 잘 뛰어넘어 기술발전따위의 표면적 변화보다도 좀더 인간의 본질적 충족을 이루며 살아갈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