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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Dec 22. 2021

로사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생활기록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단상 20210511

 영화가 끝이 났다. 

 엔딩 크레딧의 음악이 끝의 아쉬움을 더욱 진하게 한다. 영화의 여운과 내 속의 어딘가에 닿을 듯 말 듯한 순간을 놓치기 싫어 영화의 OST를 찾아 틀어놓고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졌다. 설레임 인지 아득함 일지, 모호한 감정에 젖어들었다.

 

 핸드폰의 스피커를 통해 천천히 음악이 공간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커튼을 활짝 젖혀 놓았음에도 방안은 어두컴컴 했다. 비가 오고있었다. 가끔은 창을 등지고 있음에도 소리가 진한 풍경이 되어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땅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맡지 못하는 냄새가 비가 되고 나무가 되어 코끝을 맴돈다.




 그는 늙고 오래된 분장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인생의 순간들을 더욱 아름답게 전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다니고 사람을 바라보면서 스스로의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을 수 있다니. 

 살아가는 시간마다 그렇게 진심을 담아서 보낼 수 있는 것일까.

 

 홀로 죽어가는 인간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오롯이 가지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과 애정의 바운더리가 개인의 이야기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쏟아야 할 것은 오직 애정 뿐, 사랑이라는 이름을 안고 타인을 침범하지 않는 지지를 보내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은 서로에게 돌아올 곳이 되어주는 공간이고 단지 무조건하게 안심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주섬주섬 오래 된 공책을 챙겨든다. 10대의 기록들이다. 그곳에는 오직 자신만의 미래와 바램을 담은 내가 있다.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린 나는 이제는 이룰 수 없다-고 생각되어 지는, 기록들로만 남겨진 시간이다. 죄책감을 가지지 않고 가족을 이루면서 또 개인인 나만의 시간을 살수 있는 것일까.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의 죽음을 곁을 지키고 바라보았던 벤자민은, 정작 자신의 어머니로써 살아왔던 퀴니의 죽음은 함께 하지 못했다. 성장하고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시선. 결혼으로 묶지않는 관계. 그곳에는 어떠한 도덕적 잣대도 들어있지 않다. 천천히 바라보면서 받아 안을 뿐이다. 

 



 타인의 인생을 바라보면서 드라마틱하지는 않아도 나의 이야기를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얻은 혜택인 것 같다. 순간의 시간을 지나 거꾸로 흘러가는 거대한 시계는 점점 물속에 잠기어도 나의 이야기는 여전히 흘러간다. 벤자민 버튼의 미스테리어스한 영화음악속에서 의자에 접힐 듯 등을 구부려 내 이야기의 갈 길을 함께 헤매어 본다. 아직 비는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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