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004. 그리고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들.
e004.
도대체 브랜딩과 마케팅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들.
(저는 비전공자에 별다른 스펙이 없는 ‘브랜드 마케터’이며, 브랜딩 이야기인지 취준생 잡담인지 모를 애매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생각 중 틀린 부분이 있다면 댓글이 힘이 됩니다.)
마케팅과 브랜딩
'신선한 마케팅 활동을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에 대한 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는 이유는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비티가 브랜드를 알리는데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딩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 이것만으로 좋은 브랜드를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 역시도 물론 브랜딩의 영역이다. (…) 결국 브랜딩은 마케팅의 영역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다양한 접점에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브랜딩을 단지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써 접근하기보다는,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는 접점들을 돌아본 뒤 그중 가장 차별화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없다면 그것을 새롭게 설계해서 어떻게 보여주고 또 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브랜드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고 리브랜딩이란 명목으로 로고를 새롭게 교체하는 것보다 이런 고민을 하고 답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전우성
우선 브랜딩과 마케팅은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잘 팔려고 노력하는 것. 브랜딩은 내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수단인 마케팅과 PR과 광고를 통해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것. 그렇게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해나가는 것. 이를 통틀어 브랜딩이라고 본다. 즉 브랜딩이 훨씬 더 크고 기초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면 오늘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가 어떤 기업이 재밌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걸 보았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아, 이 기업 마케팅 잘하네”. 눈길을 끌고 관심 갖게 하고 사람들 입에 오르게 하고 사람들을 참여하게 함으로써 고객도 늘리고 브랜드의 팬도 늘린다. 마케팅의 영역도 굉장히 넓고 모호해서 이를 마케팅만으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렇게 관심도를 높여 매출을 높이는 활동을 묶어서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사람마다 브랜드를 따지는 분야가 다르지만 나는 옷이나 바디제품을 고를 때 취향이 확고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모 바디제품 브랜드는 향도 카피도 만드는 포스터도 다 그 브랜드답게 만든다. 요즘 부쩍 그 브랜드가 계속 좋아져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지인에게 선물을 보냈다. 그랬더니 환경을 생각한 친환경 포장재에 포장되어 배달되었다. 지인이 보내온 사진을 보니 내가 지불한 금액에 비해 초라한 포장지에 둘러 쌓여있지만 참 그 브랜드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그 브랜드가 공식 계정에 어떤 글을 올리던, 어떤 신상품을 론칭하던 ‘얘네 답네’라는 생각을 한다. 그 브랜드는 직원들도 뭔가 느낌 있고 감각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것이 브랜드가 브랜드답게 만들어지는 과정, 즉 '브랜딩'이다.
어차피 브랜드는 성장하고 생존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 ‘어떻게’를 상업적인 관점, 즉 광고비 투입 대비 매출 상승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정말 소비자들은 어느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이나 광고가 눈길을 끈다고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될까?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마케팅과 브랜딩은 이런 식으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해나가면 된다. 이제 실천해 볼 차례다. 브랜딩 부서는 마케팅 부서와 별개로 꾸려져야 하고 각 부서의 전략은 달라야 한다. 브랜딩은 굉장히 장기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순서'. 마케팅보다 브랜딩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브랜드의 방향을 결정지은 후에 어떤 마케팅 전략을 짜고 어떤 채널에서 어떤 타겟팅을 할지 정해질 테니까 말이다.
모 중견기업 마케터로 일하는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기획을 하고 경쟁사 분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들고 보고하고 추진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시간 손실이 많았을 것이다. 요즘 스타트업들이 택하는 ‘시장의 흐름에 맞게 짧게 시도해보고 방향을 즉각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방법’과 비교하면 말이다. 먼저 모든 것에 기초할 브랜드 방향을 설정하고 브랜딩 목표를 잡고 비용을 최소화시키면서 각양각색의 작은 시도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무작정 돈 써서 티비 광고 맡기기에는 뉴미디어 세상은 수많은 기회들로 가득하다.
잘 파는 데 치우쳐 브랜드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 마케터의 일을 ‘장인 정신과 상인 정신 사이의 균형’이라고 정의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늘 애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김키미
마케팅에서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나’에게 이전시키는 것이다. 즉, 브랜드가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소비자가 받아들여 자신의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이미지 중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을,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이미지 중 자신을 더 잘 나타내는 것을, 아이폰과 갤럭시의 이미지 중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는 것을 선택해서 자신의 이미지로 만든다.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배지를 사서 달고 다니는 것이다.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브랜드와 브랜딩
브랜드는 ‘거시기’할 정도로 모호하다면 무척이나 모호한 영역이고 두루뭉술한 개념이다. 하지만, 그러므로, 누구나 쟁취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곧 브랜드다’ -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김키미
브랜드라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상표 그 자체이고, 브랜딩은 이를 더 브랜드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고 있는 것은’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사람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고, 그 사람만의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 것도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는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부른다.
브랜딩은 모호한 개념이고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냥 뭉뚱그려 해석된다. 그러니까 지금,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있는 것이다. 몇 년 동안 모두가 마케팅에 집중해왔고 좋은 제품이라고 포장하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좋은 브랜드인지 확인하고 소비를 한다. 소비를 함으로써 나의 이미지도 형성되기 때문이다. ‘ㅇㅇ지역 필라테스’라고 검색했는데, 많은 광고성 글들 사이로 ‘안녕하세요. ㅁㅁ필라테스 강사 ㅁㅁㅁ입니다.’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진솔한 제목에 이끌려 들어갔더니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필라테스를 가르치는지, 왜 필라테스 강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 고객들한테 어떤 부분이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몸에 대해 얼마나 연구하면서 살고 있는지’ 적혀있다. 기술적으로 필라테스를 잘 가르쳐줄 수 있는 곳은 너무 많다. 그리고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후기를 찾아본다. 그러나 일정 금액을 지원받고 쓴 후기가 너무 많아서 우리는 너무 피곤하다. 이 상황에 진솔한 글과 진짜배기 노력이라니. 당연히 돋보이지 않겠는가.
당신이 생각해도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는 ‘진짜’ 좋은가?
마케팅과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제품과 서비스. 과연 당신이 생각해도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는 ‘진짜’ 좋은가? ‘객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가? 정말 우리의 브랜드가 많이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가?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한다면 '나조차도 여기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데 포장지만 잘 꾸리고 광고만 돌린다고 해서 오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 브랜드가 고객 자신도 모르고 있던 불편함을 개선해주고 있다면 고객들이 언젠간 그 가치를 알아본다. 그것은 우리가 기다리면 될 일이다. 우리만의 이미지로 브랜딩 해나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물어야 한다. 나는 내 브랜드를 사랑할 자신이 있는가. 우리 회사 직원들은 우리 회사 제품을 인정하는가.
마케팅과 브랜딩의 영향이 지대해졌지만 역시나,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고 매출로도 이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직원과 조직을 속이는 데 성공하고 고객을 속이면서 성공하는 브랜드는 언젠가 들통난다. 브랜딩 방향이 설정되는 대로 제일 먼저 직원 전체에게 설득되어야 하며 신입이 언제든지 들어와도 우리 내부 브랜딩에 참여할 수 있게 체계화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