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구석방
애플의 잡스 형님도 아니고, 방구석에서 창업을 했습니다. 저희 집은 용인에 있는 작은 아파트 입니다. 방이 3개가 있지요. 그 중에 가장 작은 방은 이름이 "아빠 놀이방" 입니다. 발 그대로 제가 취미생활을 하는 방인 것이지요. 이 곳에는 제 컴퓨터와 각종 RC같은 장난감들이 있는 그런 곳이죠. 일단 이곳을 사무실 비슷 한 곳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무실을 구하려니까 일단 시간도 부족하고 또 돈이 많이 들 것 같았으니까요. 그래서 사업이 어느정도 괘도에 오르면 이사가는 것을 전제로 아파트 한구석에 회사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차릴때는 그 회사가 그 장소에 정확히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서 같은 것을 세무서에 제출하여 증빙해야 하지만 저야 뭐 그냥 제 집에 차렸으니 이 부분을 소명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문제점이 빠르게 발생하더군요.
누구나 겪는 일반적인 문제점은 아닐껍니다. 일단 제가 취급하는 물건의 크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몇개만 들여놓아도 방이 순식간에 꽉차버리더군요. 도저히 무언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고객중에는 직접 찾아오기를 원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럴 경우에는 손수레에 물건을 싣고 동네 입구에 있는 편의점 앞으로 나가 마치 스파이 접선하듯 물건을 판매하고 오니 제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좋아질 일는 없을 것 같더군요. 게다가 무엇보다도 "업무"와 "집안일"이 제대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이런저런 재미있는 것들의 유혹도 심하구요. 넷플릭스라던지, 플스라던지 말이죠. 이런 일을 여러번 겪고나니 사무실이 절실해 졌습니다. 그래서 몇달만에 집구석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무실은 일단 집과 가깝고 저렴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습니다. 직장인이 아니니 멀리 떨어진 회사에 가느라 출퇴근 고민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렴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정도가 저렴한 것인지, 시세에 비해 저렴하면 저렴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을 생각했을때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저렴한 것인지 말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네이버 부동산 등을 참고해서 사무실이 그나마 많이 있는 집 근처 지역을 찾아 봤습니다.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 주변 그리고 2동탄에 사무실들이 많더군요. 2동탄은 건물들이 수려하고 도로도 넓직해서 좋아보였지만, 집에서 가까운 쪽은 기흥캠퍼스쪽이라 패스, 그러니 지식산업센터 3개가 몰려있는 곳이 보이더군요.
부동산에 한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주 작은 사무실 임대를 알아보고 있다고 하니 약 20평(전용면적은 10평 정도)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에서 60만원 정도. 구매를 할 경우에는 월 이지만 한 30만원 정도 나갈 것 같아서 분양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일반 오피스 건물보다 주차장이나 화물 엘리베이터가 잘 되어있어서 왠지 편리할 것 같았습니다. 분양 사무소에서 연결해준 은행에서는 70% 정도 대출이 나오는데 제 주거래 은행에 가서 물어보니 80% 까지 해준다고 하네요. 당시 금리는 3% 초반에 고정금리로 했습니다. 변동금리로 하면 2%대 후반으로도 가능했는데, 왠지 금리가 올라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어 그냥 고정으로 하기로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준공한지 한 1년 좀 넘은 상태인데 공실이 많아서 부동산 차액은 챙기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무실과 공장은 거의 다 찬 상태고 1층과 지하의 상가 구역은 아직도 공실이 넘쳐나는 상황이네요. 하여간 계약 후 2021년 여름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이사였고, 가구도 이케아에서 저렴한 것으로 구입해서 사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혼자 짐 나르다가 무릎 부상을 입었는데 잘 나아지지가 않네요.
옛날에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부르던 형태의 건물입니다. 큰 건물안에 소규모의 공장 여러개가 들어가 있는 형태의 부동산이 되겠네요. 제가 있는 곳은 지하2층~10층 까지 있으며 지하1층에서 1층은 상가, 2층에서 8층까지는 그야말로 공장, 9층 10층은 사무실이 있는 형태 입니다. (물론 공장도 사무실로 사용해도 되긴 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제조업이나 지식기반 산업의 경우 세금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체로 주차 공간이 넓고 공장 문 앞에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제조업을 하는 경우에는 편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입주사가 늘어나다 보니까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물론 저의 경우가 일반적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겠습니다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아까는 주차공간이 넓다고 했으면서 왠 부족 타령이냐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실제로 주차 면수는 많습니다. 하지만 관리실에서 월 정기 주차권을 남발하면서 차량에 비해 주차면이 많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가 자기 공장 앞 주차공간을 사유화 하면서 주차 공간이 더더욱 부족하게 됩니다. 무슨 대표님 전용 자리라고 우기지를 않나, 자기네 회사 전용이라고 주차금지 팻말이나 각종 물건을 쌓아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관리실은 나몰라라 합니다. 입주자들과 트러블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겠죠. 몇번 이야기 해 봤는데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2. 주차가 어지럽다.
주차 하려면 빙글빙글 돌아돌아 8층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저도 1층에 세워 놓고 싶은데 조금만 늦어도 거의 7층 까지는 꽉 차게 됩니다. 빙글빙글 올라갔다가 차 몰고 나가려면 또 한참을 내려와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선 폭이 좁고 불법 주차한 차들이 많아서 교행이 어려울 떄가 있다는 점입니다. 또 퇴근할때는 길이 막혀서 4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데 까지 30분 걸린적도 있습니다.
3. 면세? 노노 어쩌면 다 토해놔야 할 수 있다.
분양받아 입주하는 경우 취득세를 50% 감면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도 처음에는 취득세 감면을 받았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지식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 교육분야는 전혀 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매출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구청에서 실사를 나오는데요, 실제로 제조업이나 지식기반의 사업을 하는지, 매출의 대부분은 어디서 나오는지 등을 조사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세금을 토해내야 합니다. 저 세금 많이 냈습니다.
일단 크게 생각나는 것은 이정도 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무실 보다는 조금 저렴하기도 하고 은행 대출이 잘나온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