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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Mar 16. 2023

목줄을 한 채 도망치다


드넓은 공원 잔디밭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포메와 달리, 목줄에 끌려다니는 또 다른 포메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불안하고 날카로웠다. 분명 같은 견종이고 귀여운 모습도 비슷했지만 유심히 관찰하던 아이들의 눈에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집에만 갇혀 있던 강아지들이 야외로 나와서 그런지 두 마리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목줄을 매지 않은 포메는 멀리서 놀다가도 견주가 부르면 곧장 주인에게 신나게 달려가 안기기도 하고 또다시 달려나기도 했다. 신이 나서 점프를 하기도 하고 잔디밭 위에 뒹굴기도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 아이들 같았다. 목줄이 묶인 다른 포메도 즐겁게 놀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맘껏 멀리 내달려 나가지는 못했다. 목줄을 차고 있어 달려 나가다 목줄에 걸려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줄의 길이만큼만 내달려 나가다가 이내 멈춰져 잔디밭에 나자빠졌다.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그 모습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멋동이가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볼래?"

"좋아. 저쪽 벤치에 앉아서 관찰해 보자."

"학원 시간에 늦지 않을까?"

"늦으면 보충하면 되지."

두 아이는 학원 시간에 좀 늦더라도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견주의 고함이 들려왔다.

"뽀미, 게 섰거라."

"도로에 나가면 위험해. 뽀미, 뽀미"라고 강아지를 부르는 다급한 외침이었다. 화들짝 놀란 두 아이는 견주 쪽으로 머리를 돌려 급히 바라봤다. 목줄에 묶여 있던 뽀미라는 포메라니안이 공원 옆 도로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견주는 목줄을 차지 않은 강아지를 안고 도로 쪽으로 나가는 뽀미를 뒤쫓고 있었다.


정말 아찔한 상황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뽀미는 견주가 목줄에 잠시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목줄을 한 채 저 멀리 도망치고 있었다. 도로 쪽으로 나온 뽀미는 무척 신나고 즐거워 보였다. 견주의 부름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를 가로질러 내달렸다. 하마터면 지나가던 차와 부딪힐 뻔도 하였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끼익, 키이익"

도로를 달리던 동차들은 연신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소란스럽게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주변은 갑자기 온통 어수선해졌다.


두 아이는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바라보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말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니?"

"그러게 말이야."

"평화롭던 공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공원에서도 맘껏 달릴 수 있었는데, 왜 위험한 도로 쪽으로 달려간 거지?"


멋동이가 늘 하던 특유의 말버릇이 또 나왔다.

"저건 뭐지? 저건 뭐지?"라고 하며 목줄을 찬 포메의 엉뚱하고 위험한 행동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동백이도 한 마디 거들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를 연발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전하고 뛰놀기 좋은 공원 잔디밭을 벗어나 위험한 도로 쪽으로 달려 나간 뽀미라는 강아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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