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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Nov 12. 2023

슬로리딩 음미하기

정답 찾기보다 생각하는 것을 즐겨라!


독서의 계절, 그 계절은 이제 가을뿐만 아니라 봄, 여름, 겨울도 해당되는 것 같군요. 독서는 창의성의 원동력이고 문해력의 샘이 되는 것이니까요. 유명한 하시모토 다케시의 <슬로리딩> 사례를 적용하며, 우리 실정에 맞게 "그해 여름"이라는 브런치북으로 온 책 읽기와 슬로리딩을 지도하고 있답니다.


일본에서 하나의 고전이자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한 나카 간스케의 작품 『은수저』. 1913년 나쓰메 소세키의 추천으로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최근까지 누적 판매 120만 부 이상을 돌파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책 한 권을 3년 내내 천천히 깊게 읽는 ‘슬로리딩’ 수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교사 하시모토 다케시가 채택한 책으로도 유명하죠.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써 내려간 자서전적인 이 소설은 어린아이의 세계와 자연에 대한 묘사가 돋보입니다. 어른의 기억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보고 느낀 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일들을 옛 시대의 아름다운 언어로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답니다.


하시모토 선생은 교과서를 가르치기보다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였습니다. 하시모토 선생은 나카 간스케가 지은 <은수저>라는 책을 이용해 수업을 전개했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국어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국어능력이 단순히 높아진다고 보지 않았죠. 자연스럽게 아동들이 국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맘으로 느낄 수 있게 돕는 것이 교사이자 부모들의 역할이라고 보았습니다. 그것을 나름대로 실현해보고자 한 결과가 <은수저>라는 책을 활용해 수업을 한 것이고요.


<슬로리딩>은 단순히 책을 천천히 읽거나 한 권의 책을 장기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선정된 책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줄거리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데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그래서 그는 <은수저>라는 책을 즐기면서 꾸준히 배울 수 있도록 읽어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부교재인 <은수저 연구노트>를 작성하여 활용했답니다. 그 노트의 처음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공부방법을 적어 놓았다네요.



책을 읽어가며
샛길로 빠질수록
지식은 더 많이 쌓인다!


슬로리딩은 한 권의 책을 빨리 읽고, 책 속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이야기의 다양한 배경이나 인물들과 교감하며, 샛길로 빠져 즐기다가 다시 책 속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다시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현실 속에서 책 속의 장면을 실연해보기도 하죠. 책을 읽으며 생기게 된 샛길은, 또 다른 샛길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국어수업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 연날리기가 나오면 밖으로 나가 직접 연을 날리고, 전통과자가 등장하면 교실에서 실제로 먹어보는 활동도 합니다. 지금의  교과통합 수업과 같은 것을 그 옛날에 실천했다니 놀랍습니다. 교사의 창의적 발상과 소신에 따른 수업이란 다양한 경험을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죠. 단원의 재구성이나 블록수업과 같은 융통성을  부여한 수업이 즐겁게 노는 것처럼  진행되기도 하나,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연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군요.


슬로리딩의 핵심은 사전에 교사의 충분한 선정도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선정도서 연구노트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샛길 맵을 통해 풍성한 요소를 많이 추출해 놓아야 하겠군요. 다시 말해 "오늘부터 이 책으로 슬로리딩을 시작합니다."와 같은 무미건조하고 준비 없는 책 읽기와는 거리가 있는 거죠. 그런 전통적인 독서지도는 아이들에게 재미는 물론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전혀 안 되니까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슬로리딩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국어에 흥미가 없었던 아이들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점차 국어 수업을 기다리게 되는 아이들이 많아진다면 좋은 징조입니다. 그리하여 책 읽기를 즐거워하고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게 된다면 더욱 유익한 독서활동이 되겠죠.  슬로리딩은 아이들을 평생 독자로 키우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세상은 많이 변했고 교육의 방법도 크게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의 교사들은 더욱 다양하고 유익한 방법으로 슬로리딩을 전개시킬 수 있는 역량과 재량을 가지고 있으니 즐겁고 흥미진진한 책 읽기 수업이 되겠군요.

여기서도 결국 교사나 부모의 고민이 필요하겠군요. 어떻게 하면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샛길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해...


"그해 여름"으로
슬로리딩 적용 사례 공유


저는 직접 집필한 "그해 여름"이라는 책으로 온 책 읽기와 슬로리딩을 3년간 하고 있답니다. "그해 여름"은 인물이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신비한 스토리의 장편소설입니다. 책은 40화로 구성되어 있고, 글은 주로 아침시간에 아이들이 돌아가며 낭독해서 읽도록 합니다. 


"그해 여름"의 주요 키워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삶과 성장, 내면의 목소리에 따른 모험과 도전,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어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이야기,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서사 등등
출처: 장편소설 그해 여름


일주일에 1~ 2편씩 읽히되 각각 독후감을 쓰게 하고, 책 속의 장면 중에 골라서 실연 체험도 가지게 하죠. 아이들은 처음에는 좀 생소한 느낌을 보였지만 곧잘 적응하게 됩니다. 책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그걸 해보고 싶다고도 해요. 예를 들면, 장기자랑 장면에서는 아이들의 평소 잘하는 끼를 준비하여, 책에서 처럼 해보는 거죠. 놀이나 게임이 나오면 그것도 따라서 해보게 하면 무척 재미있어하니까요. 책에서 새로운 장면을 만나면 당연히 그것도 실제로 해보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니 아이들의 적응력이나 책을 대하는 창의성은 놀라울 뿐입니다.


책 속의 사례를 활용한 수업도 효과가 매우 높아요. 예를 들면 전학 온 친구가 인사말을 하는 장면의 글을 추출해, 실제 교실에 겨시판에 붙여두고, 그 글에 맘을 전하는 글을 써보게 하기도 했었죠. 아이들은 아주 실감 나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더군요. 사회나 과학 등의 교과 시간에도 책 속의 사실을 가져와 활용이 가능하답니다.


사회시간에 생산과 소비, 촌락과 도시 등의 생활에 관한 사례입니다. 인물들이 휴가지에서 조개나 게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활동은 '자연 속에서 얻사회시간에 생산과 소비, 촌락과 도시 등의 생활에 관한 사례입니다. 인물들이 휴가지에서 조개나 게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활동은 '자연 속에서 얻는 생산'과 연계시켜 지도하니, 아이들은 생산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는 것 같았어요. 소설의 배경이나 장소를 통해 도시나 촌락의 생활모습은 물론, 교류의 사례를 찾는데도 활용이 가능하니 결국 슬로리딩은 교과 통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교류의 사례를 찾는데도 활용이 가능하니 결국 슬로리딩은 교과 통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과학도 사실은 우리 주변의 생활 속에서 지식을 얻기 쉬운 교과이죠. 최근에는 기후환경 영향으로 폭우나 홍수를 빈번하게 접하게 됩니다. 이런 폭우나 홍수로 모래톱이 쌓이는 과정은 물론이고, 개기월식이나 밀물, 썰물은 우리 주변에서 관찰이 가능한 자연현상이니까요. 소설을 읽어가며 과학적 지식을 책 속의 인물들이 터득해 가는 과정을 통해 현실의 아이들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공유할 수가 있답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 슬로리딩의 강점인 것 같아요.


요즘은 디지털시대로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슬로리딩과 연계한 '문해력 학습지'를 만들어 활용하니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직접 집필한 "그해 여름"이란 책은 장편소설인데 흥미를 주는 서사에 의도적으로 관용표현을 대거 집어넣어 놓았기에 가능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교과서 단원에서 다루는 관용구나 속담은 물론이고, 확장성이 높은 관용표현과 어휘들을 책이 담아내도록 의도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로는 해당 편을 읽고 난 후 독후감 쓰기가 끝나면 문해력 학습지를 하게 됩니다. 먼저 관용표현을 찾고, 그 표현을 넣어 짧은 문장을 만듭니다. 10여 개의 관용표현이나 모르는 어휘로 문장 만들기를 하고, 최종적으로는 앞에서 찾은 관용표현이나 어휘를 활용해 "짧은 글짓기"를 문단으로 쓰고 나면 활동이 마무리 되게 됩니다. 이런 활동들 중 관용표현 찾기는 아동들이 상호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면 수준차를 극복하기 쉽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자료를 개발해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며 독서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장편소설  《그해 여름》은 주요 인물들이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의 서사 속에는 늘 학습공간이 따라붙습니다. 학습이 인물들 주변에 온통 려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그 속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삶과 성장을 이끌어나갑니다. 아울러 자기주도학습은 누가, 어떻게 관찰하고 탐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인물들이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해갈 때, 독자인 현실의 아이들도 그 요령을 터득하고 토의토론도 가능한 구성으로 집필되어 있답니다. 독서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지금은 양도 좋지만 질적 독서 시대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선생님이나 부모님께서 독서지도를 해나가시면 아이들의 창의성은 물론 문해력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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