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uichi Sakamoto - 四季
물을 마셔도 해결되지 않는 갈증을 소주 한잔으로 해결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익은 복숭아처럼
향은 짙어지지만 누르면 푹 꺼지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과일 속 수분이 줄어들면 과일 특유의 향이 짙어지고
사람 속 수분이 줄어들면 악취가 짙어진다.
농익은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어도 악취는 덮이지 않았다.
사람은 가장 밑바닥 일 때 본성이 드러난다는데
고독과 슬픔 밖에 남지 않아 그저 방구석에 처박혀있는 게 전부였다.
7평 남 짓 독방에 갇혀 그저 핸드폰만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주인공만 존재하는 세계에서도 문을 굳건히 닫고
그저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만 염탐하며 좋아요만 열심히 누를 뿐
누구도 문을 두드리진 않았다.
의미 없는 손동작만 있을 뿐 갈 곳 잃은 시선은 그저 멍하니 화면만 응시했다.
풋사과처럼 싱그럽고 산딸기처럼 향긋할 때
다가오는 사람 가리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은 대가일까?
가장 힘들 때 옆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며 다독여주는 게 벗이라는데
홀로 소주 한잔 입에 머금으며 쓰고 아린 기분을 달랬다.
보랏빛 바닷속을 걸으며 내 마음속 도 저렇게 멍들어있지 않을까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