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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pr 25. 2023

비도(非道)

Sweet Sorrow of Mother - BIBI

눈  깜빡이는 시간보다 짧은 미소

온기도 느끼지 못할 만큼의 손길 

흘러가듯 자연스레 입으로 향하는 눈빛 

초 시계까지 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시선


타자를 칠 때마다 느껴지는 진동은 그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 같았다.

너와 나만이 알고 있는 이 떨림 

그때마다 은은하게 퍼지는 우디향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새로운 만남 그리고 아찔함.

그 모든 것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체취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그를 눈에 담았지만 입에 담지 않았다는 핑계로 

그를 여전히 마음속에 품었다.


얼굴을 씻어내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입술 끝의 떨림에 

거울 속 모습은 만개한 복숭아꽃 같았다. 

이런 화사한 붉은색을 품고 잇었는데

그동안 잊고 살았다.  


꽃잎이 떨어지면 시들어가기 시작하고 

그전에 꺾어버리면 그만이거늘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마지막 꽃잎이 떨어질 때까지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면 이 떨림이 진정될 수 있을까?

아니면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먼저  뜯어내야 할까?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의 목을 조여올까 

아님 내가 먼저 그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게 목을 조일까.


몸의 모든 떨림을 한숨과 함께 내뱉으며 

가슴속에 그를 묻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직까지 마지막 꽃잎 뜯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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