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행이다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아이템이 좀 약한거 같습니다."
"아, 그런가요?"
"억지스러운 컨셉이 있는거 같아요. 대표님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게 좋을거 같아요."
광명시에서 기획한 ESG 창업 스쿨 교육을 듣고 있다. 오늘이 4일차. 강사님께서 즉흥적인 제안을 하셨다.
"여러분이 괜찮으시다면, 한 분씩 준비한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시고 집단 피드백을 주는 게 어떨까요?"
평소의 나였다면 쭈뼛쭈뼛 대답조차 안했을테지만, 일을 하기로 결심한 이상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호기롭게 3번째로 발표를 했다.
나의 발표를 들으시고서 강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아이템이 좀 약한거 같습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고 창피함과 약간의 분노, 그리고 놀란 마음에 감정이 뒤섞였다.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랜만이라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강사님의 피드백을 일일히 다 받아적었다.(물론 그 이후로 대안이 될 만한 좋은 피드백도 많이 주셨다.)
발표가 끝난 후 도무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때부터는 분노나 창피함이 아니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왜 그걸 놓쳤을까? 왜 한 번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스스로도 찜찜하면서 이정도면 됐다며 대충 넘겼던 순간이 떠올랐다. 보기에 깔끔하고 화려한 그래프나 도표를 그려 넣을 게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더 깊게 고민했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런 질문들이 타인의 입에서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내 마음에서 떠올랐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다. 소홀히 하지 말자. 계속 되뇌이면서 잊지 말자.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