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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May 30. 2023

11 첫 도장을 깨다

 지난 12월. 

 막내아이의 간 수치 검사가 기준치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이것역시 다운증후군 아이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중에 하나라고 한다.

 결국 돌도 안된 아이는 2주간의 약물치료가 시작되었다. 두 누나들은 감기가 걸렸고, 여지없이 옮았다. 아이는 감기약과 간 치료를 위한 약을 병행하며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이 단 것도 아니고, 아이는 온몸으로 저항하기도 했다. 몸을 비틀기도 하고, 혀로 막아보기도 하고, 뱉기도 하고... 아내는 2주간의 시작을 보냈다.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입원 확정이었다.  병원에서는 처음 검사때에도 4일~7일의 입원을 권유했다.


 두 누나들을 맡길 때도 마땅치 않은 상황과 그렇다고 나도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아내는 우선 약물치료로 돌렸던 것이다.


 아픈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특히나 여러가지 병에 취약한 다운증후군 아이와 함께 한다는 건, 여러모로 녹록치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좋으려만,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누군가는 말이라도 '그럼 얘기하지.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알아봤을텐데' 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누군가는 '내 간도 안좋은데...' 라며, 나름 분위기 쇄신을 위해 했을 말이었겠지만.. 그래도 예민해있는 우리 부부에겐 생채기가 나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여러모로 많은 것들을 부딪쳐야 했다.


 재 검사 결과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수치가 크게 오르진 않았다. 그나마도 감사한 상황이었다. 아직은 좀더 지켜보기로. 그리고 다시 약물치료가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는 그 와중에 감기를 계속 달고 살았다. 뭐 누나 둘도 마찬가지였으니.. 여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단 2주 정도만 빼고 매주 병원에 갔다. 감사하게도 좋은 소아과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 아이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아주셨는데, 특히 막내 아이의 히스토리를 알고 계셨기에, 더욱더 신경써주셨다. 감기약 하나를 쓸 때에도, 간수치와의 상관관계를 말씀해주시며 괜찮을거라 다독여주셨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약은 끊고 관찰기간에 들어섰다. 그리고 정기검진이 있던 지난 5월 중순.

 아내가 검사를 받고 나서 현장의 분위기를 내게 전해주었다.


 - 의사 선생님이 피 검사 결과를 보더니 두 손을 들며 환호해주었어요. 검사 결과 정상이라며, 이젠 괜찮다구요. 정말 기뻐해주셨어요.


 여러모로 기뻤다. 검사 결과도, 그에 관한 소식을 전해주는 선생님의 모습도. 너무 감사했다.


 정상 아이를 키우면서 아무리 유사한 경험이라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너무 감사했다.

 도장 하나를 깬다는게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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