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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Jun 07. 2023

12 장애라고 다를 건 없다.(1)

가족.

 다운증후군인 막내 아이를 만난지 이제 1년이 지났다.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는 건강한 편이다. 간 수치가 좋지 않아 입원을 고려해야 했던 적을 제외하곤, 특별히 큰 수술을 받았거나, 큰 병을 가지고 있진 않다. 물론, 또래 아이들에 비해 늦은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아직 1년된 아이에게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무리라 생각된다. 물론, 앞으로 여러가지를 받아드려야 하겠지만...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즐겨 보는 만화 프로그램이 있다. 그 만화에 우유 캐릭터가 나오는데 머리에 우유의 영어 첫글자 M으로 찍혀 태어나야 하는데, W로 찍혀 태어난 장면이 나온다. 캐릭터의 엄마가 평생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아 걱정하고 있을 때, 아빠가 "우리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되면 되지" 라고 답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말을 늘 가슴에 되새기도 아내와 줄곧 나눠본다. 가정이 안정적으로 서있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에, 이 마음을 잊지 않길 소망한다.


 아직 두 아이는 막내 아이의 다운증후군에 큰 관심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은 막내 동생일 뿐이며, 다운증후군이 어떤 것인지 인지 하지 못했다. 태어난지 이제 막 1년 되었을 뿐이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없어서, 비교할만한 상황도 아니기도 하기 때문인듯 하다.


 첫 아이는 6살, 둘째 아이는 2살 (21개월 정도), 막내 아이와 차이가 난다. 두 누나들에겐 그냥 아기일 뿐이다. 막내 아이가 두 누나들의 적극적이고 들이대는 사랑에 울기도 했는데, 이젠 그 마저도 그러려니 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아이가 심지어 왔다 갔다 하다가 손을 밟기도 하고, 놀다가 부딪치기도 하는데, 울기는 커녕, 가끔은 이것저것 만지는 막내 아이에게 자신의 물건을 사수하기에 오히려 방어태세를 갖추기도 한다. 힘겨루기도 여러번 하고...


 첫째 아이에겐,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둘 정도로 한 없이 어리고 귀여운 막내동생일 뿐이다. 그래서 둘째 아이는 아직은 친구 처럼 대하고, 첫째 아이는 귀여운 아기로 대한다. 형제관계는 가장 안정적인 환경에서 사회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가야할길이 멀고, 느린 우리 막내아이에겐 두 누나들이 이런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것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로써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세상은 잘 모른다. 너무나 모른다. 아니 알아도 머리로만 알뿐이다. 그래서 두 누나들에게 여러가지 말들로 생채기를 줄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상황을 대면해야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막내아이가 언젠가는 감추고 싶고, 숨기고 싶을 일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사실이라도 누가 어떤 형태로 가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하길 소망할 뿐이다. 그렇기 위해선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건강해야 할 것임에 분명하다.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가끔 막내 아이를 가만히 바라본다거나, 세 아이가 노는 장면을 볼때면 불현듯 울컥 올라올 때가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될지 막막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간 삶을 살아오면서 내가 계획한대로 원하는대로 살아간 것보다 그렇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다면, 이것또한 당장 힘들게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부모로써 아이를 바라보는 그 가슴아픈 심정과 안타까움은 평생을 가져가야 하겠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에게 드러낸다거나,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계속 그 안에 머물다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김창옥 교수님의 강연에서도, 누군가 내게 화살을 쏘면 화살을 빼고 치유할 것을 먼저 해야 하는데, 누가 쐈는지 찾는게 우선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삶을 살다보면 전자보다 후자에 더 가깝게 행동할때가 많고, 복수할 생각으로 불타오를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 부정에서 시작된 것은 그 끝이 부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거의 100%라는 걸 생각한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진다.


 가족이란, 머리는 차갑더라도 누구보다 가슴은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존재이며, 편이 되어주고 기다려 줄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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