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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Jan 06. 2024

엄마 교사가 2박 3일 연수를 가는 마음

엄마 교사도 더 성장하고 싶다

(23년 7월에 쓴 글)


  "옥돌샘, 승진 욕심 있어? 방학 때 애들 두고 2박 3일 연수를 왜 가?"

  내가 여름방학 중에 2박 3일로 국어 교육 연수을 간다고 말하자 친한 선배 선생님께 들은 말이다. 교사가 된 이후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짧은 연수나 온라인 연수, 외박하는 직무연수는 참여했어도 전국 규모로 며칠에 거쳐 참여하는 자율 연수는 처음이다. 1정 연수마저도 잦은 육아휴직으로 계속 밀려서 결국 석사학위로 대체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매번 방학 때마다 신나게 연수 다니며 새로운 배움과 교육의 지경을 넓혀가는 미혼인 국어 교사 친구를 보며 나는 몹시 부러웠다. 나도 아이 낳기 전에는 친구와 함께 일주일씩 밤을 새우며 마음껏 국문학을 공부하고,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임용 공부를 하고, 밤늦게까지 초과근무를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수업 연구를 했다. 그러나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최소한의 학교 업무와 수업 준비만으로도 버거웠기에 의무가 아닌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은 내게 사치였다. 방학 중 며칠간 연수를 가버리면 아직 세 돌도 지나지 않은 막내를 포함한 아이들은 누가 돌본단 말인가.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해 가며 나의 부가적인 성장과 즐거움을 추구하기에는 평소에도 충분히 양가 부모님께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둘째가 세 돌을 맞이했다. 우리집에는 더 이상 유아기의 아기가 없다! 미취학 아동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린이들만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지금은 엄마로서의 내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7년간 꾹꾹 눌러놓았던 나도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올해도 여전히 고3 담임이긴 하지만 두 번째 하는 거라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있고, 2학기에는 상대적으로 수업 부담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에 더 용기가 생겼다. 

  남편에게 2박 3일 아이들 육아를 부탁하고 전부터 꼭 참여해보고 싶었던 전국 국어 교사 연수부터 신청했다. 이어 지난번 참여했던 교과서 검토 일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교재 집필도 수많은 집필진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해 보기로 했다. 큰 욕심 내지 않고 야금야금 내가 당장 할 수 있어 보이는 작은 일부터 시도해보고 싶다. 

  주위에서 말한다. 결국 한때라고, 별 의미 없다고, 경력도 조금만 쉬면 금방 단절이라고, 아이 둘 키우며 주어진 일만 하기에도 힘든데 무슨 욕심이냐고... 

  그건 그들도 해봤으니까 하는 말이고. 나도 해보고서나 그런 판단을 스스로 내려보고 싶단 말이다. 해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 부러워하느니 해보고 미련 없이 살고 싶다. 아이를 낳은 뒤 나는 내 인생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위축되어 소극적인 태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내 여학생들에게는 '너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세상이 너희를 어떻게 규정하든 그 말 믿지 말고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살아가라.'라고 말하면서 나 자신에게는 그 말을 들려주지 못했다. 내 학생들에게 매일같이 내뱉는 말을 삼십 대의 나에게 돌려주고 싶다. '나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고.

  국어 교육 연수에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한 권 들고 오라고 했다. 나는 고민 끝에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책을 샀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인데 각자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쌓다 나름의 이유로 안식년(갭이어)을 보내고 다시 인생의 방향을 재조정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집으로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제목만으로도 용기를 주는 책이라니 소중하지 않은가!

 교사인 나, 아내이자 엄마인 나, 세상의 수많은 역할을 감당하는 나. 그 모든 것이 나이지만 내가 가장 되고 싶은 것은 '나다운 나'이다.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고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인지 살아가며 끊임없이 찾아 나서고 싶다. 한 번뿐인 인생, 나 자신으로 우뚝 서서 정수를 누리며 살고 싶다. 


  연수 한 번 가면서 이런 거창한 마음을 지녀보는 것이다. 육아가 아닌, 학교 업무가 아닌, 오직 국어 수업에 대해 2박 3일 동안 떠들고 배울 생각을 하니 설렌다. 아니,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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