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촌개구리 Feb 19. 2024

촌개구리의 삶(1)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어떤 분야든 10년 정도 집중해서 파고들면 고수가 된다고 하는데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보기 플레이다.

10년이 지나 웬만하면 싫증이 날 법 도한데 요즘도 라운딩 날짜가 잡히면 기다려지고 설렘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골프가 뭐길래 짝사랑할 때처럼 사람을 이렇게 애달프게 만드나?

개그맨 신동엽도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 하루에 70~80프로는 골프 생각을 한다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그러다 보니 골프를  멈출 수 없다. 골프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재미있다'라는 말이 맞는 거 같다.


골프는 천하의  타이거 우즈, 박인비도 완벽한 스윙, 완벽한 라운딩, 완벽한 타수를 이루어 낼 수 없다. 그러므로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선수는 물론 골프를 친다는 사람들은 더 잘하기 위해 매일같이 연습장과 필드에서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가며 노력한다. 


오죽하면 "루를 연습 안 하면 자신이 알고, 3일을 연습 안 하면 동반자가 알고, 일주일을 연습 안 하면 모든 사람이 안다"는 말이 있을까.


나는 프로로 나갈 것도 아니므로 무리하게 자주 연습하지 않는다. 나처럼 적당히 연습하여 보기 플레이를 유지하면 불러주는 사람이 많고 인기도 좋아 고수처럼 외롭지 않다. 


골프는 남녀노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체격이 크고 힘이 좋다고 잘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60대가 30대를 이길 수 있는 것이 골프의 매력이다.


몇 년 전 추석 연휴에 동네 산에 갔다가 골프장 쪽으로 내려오는데 마침 18홀 그린에서 아빠, 엄마, 딸, 아들로 보이는 가족들이 '하하 호호' 하며 천 원짜리 주고받으며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골프는 필드에 나가면 식사와 라운딩까지 거의 하루를 함께 보내며 골프뿐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므로 빠르게 친해지는 장점이 있다.


골프장 근처에는 맛집이 왜 그리 많은지. 땀 흘리고 나면 뭔들 맛없겠냐마는 실제로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퇴직 선후배들과 매월 이어지는 일박이일 투어는 당일치기와 달리 저녁에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골프는 인생과 비슷하다. 전반전 잘 나간다고 자만하다 후반전 엎어지기도 하고 전반전 헤매다가도 후반전 역전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래서 장갑 벗을 때까지 결과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더 재밌다.


가끔 드라이버가 슬라이스나  숲 속으로 들어갔는데 공이 페어웨이로 굴러 내려온 행운도 있고 반대로 카트도로를 맞고 숲 속으로 들어가는 불운도 있다.


그래서 골프는 실력 외에 운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진행되므로 한 샷 한 샷 최선의 선택을 하며 인내심과 평정심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쉬움에 18홀을 마치면 동반자 덕분에 즐겁게 라운딩 한 것에 감사하며 모자를 벗고 인사를 나누고 겸손하게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


인생은 단 한 번이지만 골프는 기회가 또 있다. 다음에는 잘될 거라는 기대감에 또 도전하게 된다.


나는 라운딩 하며 카트 대신 최대한 걸으려고 한다. 탄력 있는 파란 잔디 위를 걸으면 건강에도 좋고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주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즐거움도 있다.


새벽 티오프인 경우 여명이 올라오는 보랏빛 하늘을 마주하며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 타깃을 바라볼 때 황홀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오후 티오프인 경우 석양이 불게 물든 마지막 홀에 온 해서 캐디에게 퍼터를 건네받아 그린에 올라갈 때 행복감은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외에도 부부간에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어 저녁을 먹고 나란히 앉아 골프채널을 보며 '콩이니 팥이니'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도 무시 못한다.


골프는 늙어서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중 최고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삶의 활력소이며 건강에도 좋은 골프를 모르는 동료, 선후배들을 많이 입문시키고 골프대회 및 골프투어를 통해 골프의 맛을 느끼게 해 준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 들이 이제는 골프에 푹 빠져 은퇴 후 "긴긴 날 들 골프안 했으면 뭐 하고 놀았을까? 안 했다면 무지 심심했을 거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이란 것이 선택의 연속이지만 골프에 입문한 게 가장 잘 한 선택이며 60대를 넘어 70대에도 건강관리 잘해서 골프를 즐긴다면  그것 자체가 행복의 원천이고 기쁨일 것이다.  


이렇게 골프가 좋은 이유는 100가지도 넘지만 골프가 싫은 이유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골프가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