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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Mar 23. 2021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 아니야? 결혼 7년 차의 현실

워킹맘 이야기


"여보 일어나! 9시에 늦었어"


오늘도 늦었다. 삼 교대를 하는 우리 부부는, 일정치 않는 근무시간으로 인해서, 잠이 무지 많다 (이것 역시 또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지만)


허겁지겁 아이들을 깨워서, 세수 시키고, 후다닥 옷을 입혀서 데리고 나왔다.

아침은 오늘도 패스다...

(유치원에서 아침 간식 주잖아 그치?)


오늘도 등원 차량 선생님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버스 안 탄지 한 달 넘었는데.... 버스 탈 시간에 나오지 않으면 그냥 출발하시라고... 말씀드려놨는데... ㅎㅎㅎㅎㅎ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든다





집에서 유치원까지 차로는 5분 정도 걸리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걸어서 등원을 한다. 신랑과 나는 오후 (이브닝) 근무라서, 운 좋게 아침 등원을 같이 할 수 있었다.



"00 아빠는 일 쉬고 있나 봐? 낮 시간에 동네 빵집에서 만났거든. 등 하원도 00 아빠가 다 시키고, 요즘 일 안 해?"

큰아이 네 살 때, 친한 동네 언니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던 질문이다. 신교대 하는 우리 신랑, 가끔 백수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신랑 직업 있어요..^^


새삼, 아빠와 큰딸이 손잡고 등원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뭐 행복이 별거 있나?

든든한 신랑과 이쁜 두 딸. 같이 아침 등원을 하는 평범한 모습. 이런 게 행복이지~

곧 초등학생이 될 큰딸. 나는 아마 입학하는 첫날 학교 교문에 붙어서, 아이를 보며 울지도 모른다. 첫 유치원 등원하는 날도 울었으니까 말이다.



두 놈들 등원 완료!


등원길에 아파트 길목에, 철쭉이랑 벚꽃이 피어 있었다. 큰아이, 작은아이 낳을 때쯤 항상 벚꽃 놀이가 한창이었는데, 출산하고 조리원에 가 있었다.

그래서, 벚꽃만 보면, 조리원에 가있었던 기억밖에 없다. 그리고 7년 전 이쯤, 우리가 결혼식을 했던 것 같은데??


"여보 오늘 며칠이야? 혹시 우리 결혼기념일 아니야?"

응? 달력을 살펴보니, 바로 그날이다. 우리가 7년 전 결혼했던 날...

사실 나는, 낭만이 없는 여자이다. 결혼기념일 따위 뭐가 중요해~ 화이트 데이 따위, 사탕 안 받아도 그만. 신경을 안 쓰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거다. 날짜라도 기억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물론 나도 기억 못 했지만)

혹시 꽃다발을 집에 숨겨 놨다던가, 아니면 당신 주머니에 반지 같은 게 없냐며, 현금도 괜찮다며, 투덜투덜 신랑을 아침부터 갈궜다.

(그냥 귀여운 투정이라고 하자)




"여보 오늘 결혼기념일이니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뭐 먹을까? 순대 국밥?"


우리 신랑 내심 미안했는지, 아침을 사주겠단다. 순대 국밥................ 결혼기념일에 순대 국밥이라니.. 한참을 생각한 끝에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서로 두 손을 양주 머니에 넣은 채, 머쓱한 상태로, 식당가로 걸어 나왔다. 가는 길에, 3년 전 우리가 청약에 똑떨어졌던 아파트가 완공된 모습이 보였다. 줍줍까지 해서 떨어졌을 때 그 참담함...

모델하우스에 죽치고 있겠다고, 큰 가방에 담요랑 맥주랑 챙겨서, 급하게 아이들 친정에 맡기고 왔던 일들. 지금 생각하니 추억이 되어 있었다.

한참을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오랜만에 했다



결혼기념일에 꼭 스테이크 아니어도, 맛있는 거 먹었으면 됐지 뭐~

신랑은 콩나물국밥 5500원짜리. 나는 주꾸미 비빔밥 7000원짜리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오늘의 삼성전자우 주가와, 비트코인이 얼마나 올랐는지, 단독에 얼마나 많은 카톡이 와 있는지 말이다



"여보야. 당신이 나랑 같이 있을 때는 핸드폰 인 만졌으면 좋겠는데??"


신랑의 애교에, 핸드폰을 놓았다. 못 산다 정말....


12500원으로 한 끼 해결하고,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이렇게 끝났다. 결혼기념일?

호텔 예약해서 스테이크라도 썰어야 하나?

에라 꽃다발, 그놈의 것. 먹을 수도 없고 나중 되면 다 시들어서 버려야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콩나물국밥이랑 주꾸미 비빔밥 맛있게 먹고, 오랜만에 데이트도 했으니 그걸로 만족.


돈이 많이 않아도, 내가 사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주식이 오르지 않아도, 남들처럼 비싼 외제차는 타지 못해도.


나에게는 보기만 해도 꿀 떨어지는 이쁜 두 딸과, 귀엽고 듬직한 신랑이 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출근 전 15분 동안 후다닥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오늘도 일터로 향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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