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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서슈맘
Dec 21. 2021
나에겐 똥가루, 너희에겐 마법의 금가루
워킹맘 이야기
눈이 많이 왔던 3일 전 이야기.
평소보다 30분이나 더 걸려서 퇴근을 했다.
안 그래
도 운전 못하는 김여사인데,
바닥이
미끌미끌 바퀴가 돌아서, 창문을 뚫고 나갈 기세로
고개를 치켜들고, 초 긴장 상태로 거북이 운행을 했던 것 같다.
퇴근하니 밤 10시 20분...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급 졸음이 왔다.
"눈 오니까 조심해서 와"
" 병원에 차 두고 오던가"
"애들은 내가 데리고 갈게"
친정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집으로 와주셨다.
길고 긴 현관문 비번을 또 잊으셨는지
엄마와 아이들이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장갑 챙겨, 나가자. 눈사람 만들자"
응.......... 이
시간에?? 아.. 제발.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무슨 눈사람......
?
"엄마 마음이 이미 눈사람이야.
"환자들 때문에 시달려서, 이미 녹초인데..."
속으로만 생각했다..
눈도 오고 나가고 싶었을 텐데, 하루 종일 할머니 집에서 엄마 퇴근하기를
기다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서른여섯. 이제 눈 오는 낭만 따위는 없다.
" 자기야 첫눈 오면 뭐 할 거야?"
" 우리 첫눈 오는 날 데이트할까?"
는 개뿔..... 손발이 오글오글.
눈은 그냥 똥 가루야...
운전하기 힘들고.
바닥도 지저분해지지.
게다가 바닥이 미끄러워지면 골절 환자 많아서, 나도 힘들단 말이야.
반갑지 않은 눈.
낭만은 개나 줘버려..
하필 신랑도 내일 새벽 근무라서,
이미 꿈나라에 가있고...
밤 11시 오롯이 나 혼자 아이 둘을 케어해야 했다.
아이들은 재미있어하는데, 왜 나는 힘이 드는 건지.
한걸음 한 걸음이 버거운 건지... 썰매를 끌어주는데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큰 건지 꽤 무겁다.
나도 어릴 때는 눈 오는 날이 참 좋았는데 장갑, 양말이 다 젖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놀았을 때가 있었는데....... 이젠 눈이 반갑지 않다.
밤 11시 아파트 단지에
눈놀이하는
사람은 딱 우리 셋뿐이었다.
"어머 아기들이 썰매 타네~"
지나가던 어르신이 아이들이 귀여운지 한마디 하고 가셨다.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귀엽다는 건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눈이랑 코는 뭘로 만들까??"
이 열정적인 엄마는 27층을 오가며
코를
만들 귤 , 눈을 만들 젤리
고깔모자까지, 두어 번을 왔다 갔다 했다.
혼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일찍 잠든 신랑이 갑자기 원망스럽고 얄미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장갑도 없는데..
엄마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며, 눈을 돌처럼 뭉쳐달란다.
저거 만드는데 손가락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자정은 안 넘겨서 다행이다.
"엄마 눈놀이를 했더니 배가 고프네"
"편의점 가서 간식 살까?"
5세 꼬마가
요구하는 게 제법 많다.
함박눈은 내리기 시작하지.
애들은 물 폭탄 맞은 생쥐 꼴이지..
아이들을 썰매에 태워 편의점까지 가서 맥주와 육포, 간식을 사 왔다.
솔직히 귀찮고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오늘 최고였다고
너무 즐거웠다고 말해줘서, 무언가 뿌듯함을 느꼈다.
주말에도
일나 가는 엄마.
하루 종일 얼마나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눈놀이했던 한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신나고 즐거웠을까....
재테크도 좋고 자기 계발도 좋다 이거야.
그런데, 내년부터는 아이들에게도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하루 한 시간이라도 만들어줘야겠다.
엄마도,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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