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슈맘 Dec 24. 2021

삼십대 중반, 아이 둘 엄마의 크리스 마스 이브는?

워킹맘 이야기


12.24일

사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걸 깜빡했다.

그저 나에겐, 12월 24일은 유치원 다니는 두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된 날.


어제 38도를 찍은 큰아이의 몸 상태가 걱정되어, 신랑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하고 나왔던, 그냥 정신없던 24일이었을 뿐이다.


출근하는데 병동 단톡방 알람이 계속 울렸다.

아~ 크리스마스 인사였구나..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였구나.!!!

지금은 그저 30대 중반의 아이 둘의 워킹맘일 뿐. 크리스마스에 대한 로망이 없어진지 오래다.



"크리스마스에 나가면 사람들 무지 많을 텐데"

"올해는 또 무슨 선물을 주문해야 하나. 택배가 밀릴 테니 미리 주문해놔야겠네"

"크리스마스에 근무하면, 엄마한테 애들 맡겨야 하나?"


이런 현실적인 생각들뿐이다. 어떠한 의무감?이 있었다.


20대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화이트 크리스마스, 연말, 망년회, 12.31일 이런 날들이 너무 소중하고 특별했었다.


" 크리스마스 때 남자친구 여행가"

" 친구들이랑 룸 빌려서 파티하기로 했어"


남자친구와의 이브 파티를 위해서, 지하상가에 가서 새 옷을 사기도 했고,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 미용실에 가서 비싼 머리를 한 적도 있었다.

20대 때는 크리스마스가 연말 큰 행사였는데~~~


이제는 주말,명절 없이 삼교대 근무를 하면서, 아이 둘의 엄마가 되면서, 어느 순간 나에게는 낭만과 여유가 없어진 것 같아서 갑자기 서러운 생각이 들었다.

재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 이모부가 산타 옷을 입고, 산타 행사를 해줬었는데, 이제 코로나도 그렇고, 이제 동생네 부부도 바쁘다 보니, 거창한 행사를 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우리 병동 후배들은 남자친구, 친구들과 만나 파티할 생각에 들떠 있던데, 나는 왜 설레지 않는 걸까...

삼교대로 하루하루 몸과 건강은 늙어가는데, 이제 지쳐서 그런 걸까?






출근하니 사물함 안에 이렇게 귀여운 선물이 있었다. 병동 선생님이 크리스마스라고 주신 선물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병동 식구들에게 성탄절 선물을 준 적이 없었는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 따뜻한 동료들과 같이 일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나도 나누는 걸 참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무언가 여유가 없었나 보다




원무과에서 일하시는 남자 선생님이 올라오시더니 수줍에 선물을 건네주신다.


" 우리 와이프 가요. 병동 선생님들한테 주래요. 크리스마스잖아요"

수줍고 멋쩍은 웃음으로 선물을 주시는 선생님~ 아내가 주라고 했단다. 귀엽기도 하고 고마움에 웃음이 났다.

이런 게 직장 다니는 맛이지~




큰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생. 100일 신생아 때부터 아이를 키워주셨고, 둘째는 50일 부터 키워주신 우리 친정 엄마.


아이들 주려고 펭수 케이크를 샀다며, 귀엽지 않냐며, 카톡을 보내셨다.

소녀 같은 우리 친정엄마, 크리스마스 같이 보낼 생각에 설레셨던 걸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


어느 순간 낭만 따위 없이,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집->직장->집->직장의 반복. 이런 현실이 나를 이렇게 낭만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그래도 12.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오프를 주신 우리 수 선생님께 감사하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 때론 소녀스럽게, 낭만적으로, 감성적으로 현실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12.24 일 아이들의 방학 시작.....

힘들다, 고되다. 내 시간이 없다는 생각뿐이었던 오늘.! 

너무 빡빡하게 살진 말자.. 반성을 해보며,


퇴근할 엄마만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