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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서슈맘
Dec 06. 2022
유쾌한 환자 이야기
병원 이야기
오늘 데이때 입원한 40대 중년 남성분은
어깨 수술을 받으셨다.
수술명은 RCR Rt shoulder
회전근개파열 수술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찢어진 힘줄을 봉합하는 수술이다.
내가 수술을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이 수술을 받고 아파하는 환자들을 많이 봐왔다.
수술 후
2-3일 동안은 진통제의 힘을 빌려야 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오늘 수술을 받으신 환자분은
꾀 유쾌한 분이셨다.
부분마취 후 수술을 끝내고 나온 환자가
말씀하셨다.
" 어제부터 굶었더니 배고파 죽겠어요.
짜장면이랑 제로 콜라가 먹고 싶어요"
보통 수술하고 나오시면 정신도 없고 아파서
배고프다고 말씀들을 잘
안 하시던데.. 배가 많이
고프셨나 보다
. 그리곤 바로 배달의 민족으로
음식을
시켜 드셨다.
보통 수술을 하시면 통증과 컨디션 저하로
잘 일어나지 못 하시던데....환자분은 배달 음식까지
시켜드시고는 나오셔서
스벅 커피 네 잔을 수줍게 내미셨다.
" 배달료가 남아서 커피 샀어요. 드세요"
커피를 주시고는 시크하게 들어가셨다.
그때부터 우린 눈치챘다
꾀 유쾌한
환자분이라는 것을...
(부분 마취를 했기때문에 수술 후 바로 거동 가능)
환자분~ 안 아프세요? 많이
아프실 텐데.?
내가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하신다.
"
어릴 때부터 하도 많이 맞아서 이정돈 아무렇지도
않아요. 느낌도 없어요"
우리 모두 빵 터졌다....
정형외과 신경외과는 디스크
파열, 골절환자들이
입원을 많이 하는데 통증이
극심할 때는
간호사들에게 온갖 짜증과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쩔 때
는 우리가 마치 화풀이 대상처럼..
입원하자마자 히스토리
(간호력)를 몇 가지 물어보려고
하면
" 지금 아프고
짜증 나니 말 시키지 마요"
" 아까 외래에서 다 얘기했는데 왜
또 물어봐?
앵무새도 아니고.
간호 사끼 리 인계 안 해? "
이렇게 화를 내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통증이 있지만
우리에게 예의를 다 해주시고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려는 저런 환자분들도 계신다.
물론 아픈 환자분들에게 친절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만 우리도 사람이기에
가끔은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
일을 하고 있는데 환자분이 병실에서 나오신다.
폴대에 주렁주렁 수액을 끌고
어깨 보조기까지
하신 채로..
말씀하신다
" 저기 선생님 진짜 진짜 죄송한데요"
" 여기 수액이 역류되어서
안 들어가나 봐요"
" 한번 봐주실래요?"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고 계시고
수술 당일이라서
힘드실 텐데 굳이 간호사 콜벨을
누르지 않으시고 직접 나오셨다...
심지어 우리들에게 "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써주셨다
언니, 아가씨, 저기~, 간호원!!!!
이런 호칭을 자주
듣다 보니 선생님이란 호칭은
아주 감사하다..
아무튼..
다음부터는 힘드시니 나오지 말라고 말씀드렸더니..
" 아니. 내가 두 다리가 있고 멀쩡히 걸을 수 있는데
미안하게 뭐하러 불러요.? 허허허 "
아니 세상에 이런 환자분이 다 계시다니!!!
환자 등 뒤에서 후광이 보였다...
우리 병동은
포괄 병동이다.
보호자 없는 병동으로
간병인을 대신해 환자분들이 하기 힘들어하는 일
도움 등
을 준다.
중증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식판 치워달라
.
침대 바닥
에 핸드폰 주워달라.
틀니 닦아달라. 사과 깎아달라..
이런 요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수술 당일에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오셔서 정중하게 부탁을 하시는 환자분도 계신다.
15년을 일하면서 많은 환자분들을 보았지만
오늘처럼
유쾌하고 긍정적인 환자분을 보면
나 역시도 기분이 좋다.
환자가 주신 커피는 고이 집으로 가지고 왔다.
나와
아이컨텍하면서 주신 선물이니 가져와야지.
커피는 신랑이 맛있게 먹어주었다.
내일은 그 환자분에게 더 친절한 간호사가 되어야겠다.
이브닝 끝나고
집에 오니 밤 10시가 넘었다.
엄마와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겨우 달래.
시간이 너무 늦어 책
한 권 읽어주지 못하고 재웠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공존하지만
아이들은 간호사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니까..
생각이 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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