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대중교통을 상당히 많이 이용한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는 당연히 버스, 지하철 등 흔히 BMW라고 부르는것들일 것이다. 그 외에 필자가 항상 BMW가 끊겼을때 은행 잔고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용하는 택시가 있다. 택시가 대중교통이냐에 대한 갑론을박은 존재하지만 오늘은 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비행에도 택시라는 용어가 있다. 처음 듣는 독자 여러분들은 "뭐야 비행기 타러갈때 타고 가는 버스를 택시라 하나?" 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의 친구 한명이 이렇게 물어봤었다.) 택시는 우리가 항공기를 탑승하는 주기장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진행하는 모든 지상활주를 택시라고 부른다. 따라서 우리가 택시를 하면서 이용하는 길을 Taxi Way라고 부르며 모든 지상 활주는 이 유도로를 따라 진행하게 되어있다.
<뉴욕 La Guardia 공항의 지도. 회색으로 된 부분의 알파벳들은 전부 Taxiway를 의미한다.>
이 지도를 보고 몇몇 분들께서는 아니 저 많은 길을 어떻게 다 외워서 가는거지? 혹은 저걸 어떻게 다 찾아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 역시 저 택시웨이들을 구분하지 못해 아주 큰일날뻔 한적이 있다. 역시나 미국에서 비행 할 때의 이야기이다.
이 날은 애리조나의 Kingman이란 곳을 들렸다가 라스베가스 공항으로 첫 비행을 하는 날이었다. 일반적으로 조종사들은 출발전에 브리핑을 통해 기상, 제한상황, 입출항 공항의 정보 등, 많은 것들을 같이 비행하는 기장 혹은 부기장과 공유하며 브리핑을 하곤한다. 특히 라스베가스에 처음 가는 일정이었기에 주변의 공역 상황과 입출항 절차 등에 대한 세세한 브리핑을 하며 비행을 준비했다. 늦은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이었기에 브리핑을 마치고 공활한 가을 하늘 아래 따스한 커피 한잔으로 카페인을 충전 한 뒤 기분 좋게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중간 경유지인 Kingman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순항 고도에 올라간 뒤 옆자리 Safety Pilot과 맛집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아주 순조로운 비행을 했다. 서쪽으로 가고 있었기에 내려앉는 석양을 보며 미국 사람들은 이런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Kingman 관제권 안에 진입하였다. 해당 공항은 Uncontrolled Airport 즉 관제사가 없는 비관제공항이었기 때문에 CTAF라 불리는 해당 비행장의 공용 주파수에 위치를 보고 하며 날아가던 비둘기가 여의도 공원에 내려앉는 것처럼 아주 사뿐히 랜딩을 하였다.
Kingman공항은 비행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 중 하나인데, 애리조나 주는 습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폐기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비행기들을 이 곳에 보관하곤한다. 따라서 해당 비행장을 식별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 중 하나가 활주로 옆으로 수많은 비행기들이 놓여져 있으면 Kingman 공항이라고 보면 된다.
<Kingman 공항의 접근시 광경, 수많은 비행기들이 주님 곁의 어린양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의 공항엔 FBO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들지만 미국은 워낙 소규모 공항이 많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지나가는 조종사들이 랜딩 후 휴식을 취하며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FBO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순 없기에 이 날도 FBO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공항에 놓여져 있는 수많은 비행기들을 구경하였다. 필자가 알고 있기론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던 항공기들도 마지막 비행을 통해 애리조나 혹은 캘리포니아의 건조한 사막 지역으로 운송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혹여나 우리나라 항공사의 비행기를 두리번 거리며 찾아보며 "인생 살다보니 이런 구경도 하는구나"와 같은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재급유와 개인정비를 모두 마치고 시간이 되어 다시 라스베가스로 향할 시간이 되었다. 필자는 미국의 피닉스라는 지역에 있었는데 피닉스 역시 큰 도시지만 라스베가스는 미국에서도 손 꼽힐 정도의 대도시였기에 라스베가스를 구경할 생각에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택시를 하여 활주로에 진입한뒤 "we are taking off at Runway 35 North bound."라는 방송과 함께 다시 한번 힘차게 지축을 박차고 올랐다. 이륙을 한 후에는 땅거미가 지는 때였기에 야간비행에 대비하며 서서히 조종간을 당겨 순항 고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순항고도에 올라간 후 수많은 시골 소도시의 야경을 하늘에서 감상하고 있던 때, 라스베가스에 거의 다 와갔는지 관제사가 "Contact Las vegas center. Good day."라는 말과 함께 우리를 라스베가스 관제권에 넘겨주었고 라스베가스 관제사에게 우리의 목적지 공항을 얘기하니 관제사는 친절하게 목적지 공항으로의 방위로 유도를 해주었다. 라스베가스는 Class B 공역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들어가기가 까다로워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친절한 관제사님 덕분에 별 탈 없이 해당 공역에 진입을 했다.
<맥캐런 국제공항은 라스베가스 도심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항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직항이 존재한다.>
해당 공역부터 필자의 목적지 공항까지는 약 30KM정도 떨어져 있었다. 우리의 항로 바로 옆에 라스베가스의 메인 관문인 맥캐런 국제공항이 위치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라스베가스 시외곽을 원 호를 그리며 서서히 강하를 하고 있었다. 맥캐런 국제공항에 이착륙하는 수많은 항공기를 보며 나도 언젠간 저 공항에 내가 직접 조종을 해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순간 목적지에 거의 다 왔는지 관제사가 "Contact Tower. Good night."이라는 인사와 함께 해당 공항 관제탑으로 관제를 넘겨주었다. 관제사와 통신을 하며 우리의 의도를 전달하니 관제사는 너무나도 흔쾌히 "Cleared to Land."라는 말과 함께 우리에게 착륙허가를 내려주었고, 처음 방문하는 공항이라 약간의 긴장과 함께 다시 한번 식빵에 버터 발리는 착륙을 하였다.
라스베가스의 메인거리에서 구경할 생각을 하며, 순조롭게 착륙하여 감속을 하고 있던 도중, 관제사가 우리에게 유도로를 불러주며 해당 활주로를 빠져나가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여기서 필자의 기대는 깨진 탕후루 마냥 산산조각이 나는데, 필자가 한국에서 비행을 할 당시엔 지방에 울산, 양양, 여수 등 지방에 있는 규모가 작은 공항을 자주 갔었고, 이런 공항들은 유도로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다. 애초에 트래픽이 많이 없고 활주로가 한 본 뿐이기에 유도로를 복잡하게 만들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스베가스는 미국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큰 도시였고 필자가 착륙한 곳도 비지니스 제트들이 들어오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공항이었기에 Taxiway가 상당히 복잡했던 공항이었던 것이다. 택시는 조종사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수행해야하기에 일단 활주로를 벗어난 후 관제사가 불러주는대로 Read back을 하고 유도로 상에 있는 Direction sign과 Location sign들을 보며 더듬더듬 찾아가고 있었는데 옆에서 갑자기 "여기가 아니고 조금 더 가서 Right Turn 하는거 아니에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필자가 PIC 즉 해당 비행의 책임자였지만 자신감이 너무 없어 보이니 옆에서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
<좌측이 Location sign, 우측이 Direction Sign이며 이를 통해 해당 유도로를 찾아갈 수 있다.>
필자 역시 분명 지도를 숙지하고 왔지만 그 많은 유도로를 다 외울 순 없었고, 예상한 것과 다른 활주로로 착륙을 했기에 예상 유도로가 바뀌어 있던 것이다. 여기서 또 한번의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 스스로 확신이 없으니 옆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듣고 해당 유도로를 지나쳐 다음 지점으로 가기로 결심을 한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이 미국에서 비행 경험이 훨씬 많으니까 맞겠지."라는 생각과 하면서 다음 지점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관제사가 우리를 불렀다. "Cessna 0000 Stop!!! Where are you going?" 이 말을 듣는 순간 면허 딴다고 고생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눈앞에 마블 오프닝처럼 스스슥 지나가며 "와 유튜브에서만 보다가 진짜 내가 전화하게 생겼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물어봤으니 대답은 해야했기에 관제사에게 우리 다음 지점으로 가고 있어. 라는 무전을 보냈다. 그랬더니 관제사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너 내가 거기서 우회전 하라 했잖아 왜 직진해? 너 학생 조종사야?" 라는 질문을 하였고 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배웠기에 필자를 가르쳐 주셨던 모든 선생님들께 죄송함을 가졌지만, 순간적으로 "오 이 사람 나 봐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Yes I'm a student pilot, I'm sorry this is my first time landing in here."이라 대답했다. 그랬더니 관제사는 역시나 깊은 한숨과 함께 "처음 오면 지도 정도는 보고 와야할꺼 아냐... 너 Progressive Taxi 필요해?"라는 약간의 질책이 섞인 질문을 하였다. Progressive Taxi란 시정 악화와 같은 기상 현상 혹은 익숙치 않은 공항에서 Follow me Car가 안내를 해주는 택시 방식을 의미한다. 순간적으로 Progressive Taxi를 해달라 할까 고민했지만, Follow me car가 오는 시간도 상당할 것이고, 이 사람이 맘 바뀌기 전에 빨리 주기를해야겠다는 생각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거절하고 유도로를 다시 한번 천천히 불러달라 요청을 했더니 이 세상 친절한 관제사님은 다시 한번 천천히 유도로를 불러줬고 어느 지점에서 좌회전해야하는지 우회전 해야하는지 다시 한번 친절하게 우리를 터미널까지 안내해주었다.
다시 관제를 듣고 천천히 택시를 하며 터미널로 가는 도중에도 "이 관제사가 우리보고 전화하라고 전화번호 불러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Taxiway Violation은 항공기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위법이기에 최소 징계, 정말 재수가 없으면 면허가 날아갈 수도 있는 아주 큰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일로 면허가 날아가면 지금까지 투자한 모든 시간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에 심장소리가 들릴정도로 가슴 조마조마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추석에 한우 선물 세트를 보내야 할 것 같은 세상 친절한 관제사님은 다행히 우리를 가엽게 생각해줬는지 아무일 없단 듯 "Contact Ground. Good bye."라는 말과 함께 보내주셨고 그제서야 나대던 심장이 잠잠해져 안전히 터미널에 주기를 하고 비행을 종료 할 수 있었다.
<터미널에 들어와 Welcome to Las Vegas라는 말을 보는 순간 겨우 심장이 안정되었다. 해당 문구는 맥캐런 공항이다.>
항공기의 시동을 끈 후 옆자리 조종사와 우리 면허 살아남았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왔다. 식사를 하러 갔는데도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정도로 긴장은 풀리지 않았고, 원래 식사 후 메인거리에서 구경을 하려한 계획을 취소하고 공항 라운지에 앉아 비행을 준비하던 그 날의 기억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항상 모든 비행 준비는 철저해야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라는 교훈을 준 밤으로 남아있다.
오늘은 택시에 대한 기억의 한조각을 좀 꺼내보았다. 사실 필자 역시 왜 지상활주를 택시라 부르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사실 학교에서 배울 때 부터 택시라고 부르니까 택시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당 관제사는 분명 화가 났지만 그래도 내가 솔직히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했더니 다시 한번 안전하게 나를 터미널로 유도해주었다. 인생에서 역시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순간들 혹은 실수를 하는 순간들이 많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은 누군가 있을 것이고, 실수는 분명히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조력자들의 도움을 통해 우리 역시 한 단계 더 성장하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인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