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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파일럿 Jun 17. 2020

기장님~ 오늘 밤 찐하게 한잔 콜~?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아니 사람의 목숨을 책임지는 조종사가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조종사들만큼 음주에 엄격한 사람들도 없을 테니! 오늘은 조종사들의 전통이라면 전통  하나인 랜딩 비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랜딩 비어는  그대로 Landing Beer 합쳐놓은 단어로써 착륙 후에 한잔씩 하는 맥주를 말한다.  랜딩 비어의 기원은 지난번 얘기했던 솔로비행  물을 맞는 것과 같이 정해진 유래는 없다. 하지만 구전으로 전해지는 썰로는 세계 2 대전 당시 임무를 마치고  전투조종사들이 비행을 하면서 받은 긴장을 풀기 위해 착륙  맥주 한잔씩을 마시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물론  역시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찌 됐든 오늘날에는  전투 조종사가 아닌 일반 여객기 조종사들 혹은 General Aviation 조종사들 역시 착륙 후에 맥주를 한잔씩 하곤 한다. 그렇다면  랜딩 비어는 조종사들 사이에서 무슨 의미가 있으며 비행에 어떤 영향을 줄까? 흔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우스갯소리로 남자들 사이에서 친해지는 방법  하나가  한잔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역시 조종사들 사이에서 통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세상에 모든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한잔 하는 맥주만큼 꿀맛인 것이 또 있을까?>

필자는 사실 공군에서 비행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공군 조종사분들의 이야기는 제외하고 작성하도록 하겠다. 여객기 조종사에게 있어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는 일은 가장  보람이라고   있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불거나 시정이 안 좋은  같은 경우엔 더욱 긴장을 하고 이착륙을 진행하게 된다. 비행에서 이륙  착륙 과정을 흔히 Critical Phase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만큼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있기에 모든 조종사들이 바짝 긴장을 하며 비행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구간에서는 Sterile Cockpit이라는 룰도 존재한다. 이는 시동, 지상 활주, 이륙, 접근, 착륙등의 과정  10000ft 이하에서 조종사들끼리는 조종석 내에서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만 하도록 되어있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조종사들은 멀티태스킹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이런 크리티컬 한 구간에서 불필요한 사담  객실과의 

커뮤니케이션들은 조종사의 주의를 흩트려놓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장을 바짝 하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만약 다음날 비행이 없다면 조종사들은 이럴  흔히 랜딩 비어를 한잔씩 하곤 한다. 여기에선 한 가지 전제조건이 붙는데 음주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12시간 이내에 비행이 없어야 랜딩 비어를 마음 편히 마실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법에 의거하면 조종사는 비행 시작 8시간 이내엔 음주를 금하게 되어있다. 물론 항공사들은 이에 더해 일반적으로 비행 시작 12시간 전부터는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등지에는 조종사가 출근  음주측정을 해야 정상 출근으로 인정되는 항공사도 존재한다. 그러면 15시간 전부터 3시간 동안 엄청나게 마시면 항공법에 저촉이 되지 않으니 비행을 해도 되는가? 그건  아니다. 대한민국의 도로교통법에서 음주운전 적발 기준이 혈중 알코올 농도 0.03%인데 항공기 조종사들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2% 넘는 순간 법적으로 비행을   없다.  24시간 전에 술을 미친 듯이 마셨다 하더라도 비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2 넘으면 비행을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머리가 깨지도록 숙취가 심하다면 비행을 절대 하면 안된다! 물론 애초에 이렇게 마시지도 않아야겠지만>

 그렇다면 안전하게 비행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레이오버 혹은 베이스 공항에 도착하여 임무를 마친 후에 랜딩 비어를 하게 되었다.  랜딩 비어는 단순히 고생해서 긴장을 풀려고 마시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항공기를 운항하기 위해선 최소  명의 조종사가 필요하고, 현재 대부분에 항공기는 운항을 위해 2 pilot 체제를 택하고 있다. 물론 비행시간이 연속 8시간을 넘어가면 항공법에 의거하여 다른 조종사가 탑승을 하여야 하지만  부분은 차치하고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그럼 이제 기장과 부기장이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랜딩 비어를 하고 있다. 물론 술을 즐기시지 않는 기장님이나 피곤하셔서 쉬고 싶은 기장님들은 랜딩 비어를 하시지 않기도 하지만, 오늘의 주제가 랜딩 비어이니 랜딩 비어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랜딩 비어는 서로 간의 비행에 대해 이야기를   있는 시간이다. 기장님들은 분명 부기장에게 있어 직장상사이지만 한편으로는 부기장들이 배우고 따라가고 닮아야  선배이다. 이런 선배들에게 나의 비행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듣고 나서 다음 비행엔 잘한 것은  잘하고, 못한 점은 고치고 하면서  비행 실력을 갈고닦는 것이다. 사실 조종훈련생들은 비행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비행의 앞뒤로 교관 조종사들과 비행에 대하여 얘기하는 시간이 있다. 필자가 졸업한 학교에서는 Pre Flight Briefing Debriefing이라고 불렀다. 물론 여객기 조종사들도 비행 전에 항로상 날씨  여러 사항들을 점검하는 시간이 존재하고 비행 후에 디브리핑을 해주시는 기장님들도 계시지만 훈련생 시절만큼 디브리핑이 필수는 아닌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내가 하나라도  배우기 위해선 이런 랜딩 비어를 마시는 시간을 이용하여 여러 질문을 하고 배울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물론 조종훈련생 시절에도 휴무 전날에는 종종 교관님들  편조원들과  같이 회식  맥주를 한잔씩 하곤 한다.  과정을 통해 교관님  같은 교관님의 제자들과 친목을 다지고 비행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발전할  있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우리네 모든 일이 그렇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더욱 좋은 성과가 나온다. 랜딩 비어도 이를 위한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랜딩 비어의  다른 장점은 기장님 혹은 교관님들과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사람  사람으로 만날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것이다. 우리도 대학시절 혹은 학창 시절 조별과제를 하면 나와 친한 선후배  동기들과 하는 게 시너지가 더욱 발생한다는 점을 겪어봤을 것이다. 비행 역시 팀으로 이루어져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실력과는 별개로 나와 함께하는 팀원들과의 인간적 교류는 안전한 비행을 하는데 분명 도움을 준다. 특히나 비행에서 최근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점이 CRM이라는 점인데 이는 Crew Resources Management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기장과 부기장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안전한 비행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나와 안면이 있고 조금이라도 친밀한 기장님과 비행을 하는 것이, 무섭고 안면이 없는 기장님과 비행하는 것보단 훨씬 편안하고 긴장을  하게 되기에 안전 비행에 도움을   있다. 조종사에게 있어 적당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오히려 비행을 망칠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항공사의 경우 조종사들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에 일어나선 안될 사고가 일어난 경우가 있기 때문에, 특히나  CRM 강조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추세이다. 이를 넓게 가져간다면 비행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팀워크를 유지해야 한다. 비행은 조종사뿐만이 아닌, 항공교통 관제사, 항공정비사, 운항관리사, 객실 승무원  모든 항공사 관련 직원  정부 공무원들이 합심해야 안전하게 임무를 성공할  있다. 따라서 성격이 모나고 독불장군인 것보단 둥글둥글  성격이 항공사에선 일반적으로  선호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랜딩 비어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말이 거창하여 랜딩 비어지 여타 다른 회사원들 역시 퇴근 후에 맥주 한잔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항공법에 의거하여 음주량  시간의 제한이 있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말이다. 종종 SNS 보다 보면 객실 승무원 분들 역시 동료들과 랜딩 비어를 하시는  같다. 물론 객실 승무원분들도 장시간 승객들을 케어하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내 안전을 지켜야 하니 그분들의 노고 역시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있다. 조종사들은 그럼  술을  마셔야 하나요?”라는 의문이 생길  있는데 절대 아니다~ 랜딩 비어는 상징적으로 맥주를 마신다는 점이지 술을  못한다면 여타 다른 음료를 마시며 같이 비행했던 팀원들과 어울릴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종사들은 매년 항공종사자 신체검사를 갱신해야 하고 여기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비행을 그만두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누구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들이며 여타 회사에서 하는 회식과 같은 자리도 적은 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하루의 끝을 시원한 맥주로 마무리하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다. 직업이 조종사인 주변 친구 혹은 가족이 퇴근  기장님과 혹은 부기장과 맥주 한잔 하고 갈게~ 해도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오늘도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라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최근 무더위에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날씨도 덥고 시국도 어지러운 요즈음 사랑하는 사람들과 밤에 시원한 맥주 한잔 혹은 음료수 한잔하며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말을 해주며 가슴 따듯한 저녁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내일도 Have a safe 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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