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도 정석이라는 게 있다.
저는 금융투자업계에 만 11년간 근무한 펀드매니저 입니다. 지금은 작은 핀테크 자산관리 스타트업을 창업했고요.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도 정석이 있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설령 이 투자의 정석이라는 걸 들어 본 사람이라 해도, 그것으로 충분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11년 커리어를 걸고, 그리고 제 코딱지만한 스타트업의 명예를 걸고 단언컨데, 정석대로만 투자해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습니다. 아, 이 어마어마한 수익이 매월 1,000% 넘는 수익을 이야기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변동성이 높은 자산일 수록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이 방식대로 투자하면 주식의 경우 연 5~15%, 코인의 경우 연 20~80% 정도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뭐라고요? 수익률이 너무 낮다고요? 이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 할 경우, 한방에 훅~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인생은 한방이니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거라고요? 뭐, 레버리지 비율을 원하시는 만큼 높이시면 됩니다. 물론 추천 드리지는 않습니다.
자, 이제 서론은 이쯤하고 본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최근에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서 대출을 받으려 썼던 PT에서 발췌했습니다. 저희 회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지금 이 글에서 이야기할 투자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아니, 투자 비법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냐고요? 안될 것도 없습니다. 곧 보시겠지만, 이 프로세스를 안다고 투자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일단 한번 보시죠.
투자의 정석은 이렇게 4개 단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미래를 예측할 때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모으고, 이를 토대로 미래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이 불확실성과 관련한 정보를 사용해 최적의 자산배분안을 계산해야 합니다. 그런 후 마지막으로 '켈리 자산배분 공식'에 따른 물타기 매매를 해야 합니다. 이 각각의 단계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각각 수백 건의 논문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를 이제 같이 고민해 보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여러분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데 있어 2가지 방법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귀납법과 연역법이죠. 많이들 헷갈려 하시는 부분인데, 간단히 말해 귀납법은 여러 정보로부터 하나의 원리를 도출해 내는 것이고, 연역법은 이미 도출된 원리가 얼마나 틀렸는지 점수를 메겨 기각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과학에서는 귀납적으로 가설이라는 걸 만들고, 이 가설을 기각시키기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는 형태로 협업합니다.
투자에 있어서도 정확히 똑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첫번째 '정보 모으기'는 귀납적 추론을 하기 위해 기초 정보를 모으는 단계이죠. 나중에 이 정보를 활용해 귀납적 추론을 하고, 이 추론 결과가 맞는지 연역적으로 검증한 다음, 부족하면 정보를 보충하고, 다시 귀납적 추론을 하고, 다시 연역적이게 되고.. 될 때까지 반복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모아야 할까요? 예측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알 수 없는 원리에 의해 만물에 조금씩 영향을 미칩니다. 나비효과 같은 개념이죠. 그러나 세상 모든 정보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한다 해도 모두 공부할 시간도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정보를 조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주식의 경우, 기업 CEO의 과거 인터뷰 기사라든가, 최근 재무상태표에 편입된 새로운 공장 자산이라든가.. 이런 정보가 보다 직접적으로 기업의 미래를 나타낼 수 있겠죠. 우리가 검찰이 아닌 이상 기업의 대표를 원할 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정보 조사는 100% 인터넷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제 지인 펀드매니저는 이마트에 가서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이마트에 가면 상품 별로 할인 이벤트가 붙기도 하고,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합니다. 이런 정보를 매번 기입해 놓고 나중에 쭉 분석해 보면, 상품을 만든 기업의 수익성을 판단할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를 학술적으로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의외로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석대로 배우지 못한 분들의 인문학적 상상력(또는 통찰)은 전문가 수준을 뛰어 넘기도 하죠(미네르바의 추억). 그러나 투자는 통찰에 기대는 순수 학문이 아닙니다. 투자는 기술입니다. 즉,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건데, 바로 이 두번째 단계인 '미래 불확실성 예측하기'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요새 유튜브를 보면 주가가 몇 퍼센트 오를거다라는 무시무시한 주장을 확신있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넘쳐 납니다. 물론 이 분들 덕에 투자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저 또한 이쪽 종사자로서 일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사건을 부족한 근거를 가지고(p값이 아주 높은 상황) 확신있게 주장하면, 정보의 바다를 헤매고 있는 개미투자자들의 심금을 울려 버리고, 무슨 종교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학문적으로는 이런 경우를 '확증 편향'이라 부릅니다.
사실 합리적인 투자에서 주가가 얼마가 될 것인지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가격을 달성할 확률은 0%에 가까우니까요. 더 중요한 정보는 '그 주가에 도달하지 못할 확률'입니다. 수포자들께 상당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성적인 투자를 하려면 통계추론방법에 대해서는 공부를 해 두셔야 합니다. 네, 정보를 통해 도출해야 하는 최종 결과물이 아래와 같은 '확률 분포도'라는 말씀입죠. 수포자시라고요? 이 글을 읽고 이해하시는 데는 전혀 무리 없습니다. 제 글을 계속 구독하신다면 어느새 수포자를 탈출해 있으실 거에요.
자, 방금 정보를 통해 확률분포도를 도출한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량적 투자 분야에서는 통계학적인 적합 모델을 활용해서 이 부분을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제가 계속되는 글을 통해 설명 드리려 하고요. 컴퓨터를 못 쓰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지금부터, 세계 최초로 제가 컴퓨터 없이 딥러닝 연산을 하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마음 속 확률분포도'를 그리시는 일입니다. 무슨 말이냐, 예를 들어 정보를 열심히 읽고 공부한 다음 눈을 감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종목들을 정리해 보세요. "아아.. 보인다.. LG전자.. 삼성전자.. 테슬라는 아니야.. 쿠팡?.. 쿠팡도 손정의가 다 털었댔어.." 이런 식으로요.
그 다음 오를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은 순서로 종목을 열거해 보세요. 잘 모르겠다면 다시 정보를 공부하고 돌아와서 열거를 이어 가시면 됩니다.
첫번째 종목이 오를 확률이 몇 %인지 마음 속에 느껴지는 그 숫자를 써 보세요. 이와 상대적으로 나머지 종목에 대해서도요. 아리까리 하다면 다시 공부하고, 추가 자료 조사를 하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적은 오를 확률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확신하는지, 즉, 이 오를 확률이 맞을 확률을 각 종목에 대해 적어보세요. "음.. 삼성전자가 많이 오를 것 같긴 한데.. 적게 오를 LG보다는 확신하기가 어려워.." 이런 식으로 혼자 중얼거리면서 작업하시면 됩니다.
이게 뭔 멍멍이 소리냐고요? 사이비처럼 들릴 수 있어도, 웬만한 딥러닝 분석보다 훨씬 뛰어난 연산 작업입니다. 여러분의 뇌는, 그 어떤 딥러닝 머신보다도 뛰어난 추상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 연산은 컴퓨터가 빠른데, 결국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할 수 있는 상황(바둑 포함)에서는 컴퓨터가 강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인간이 아직 뛰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만들고 있는 딥러닝 모델이 위에서 인간이 하는 과정을 흉내내서 자동화한 수준 밖에 되지 않지요.
'내 마음 속 확률분포도'를 구하셨으니, 이제 자산배분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일만 남았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면 루즈해지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시간부터 자산배분을 다뤄 보겠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켈리자산배분공식을 통한 무적의 물타기 트레이딩 기법을 배워 보겠습니다. 나중에는 이 전체 과정을 딥러닝을 활용해 자동화하는 요령도 알려드리려 합니다.
회사 기밀 아니냐고요? 이렇게 다 알려주면 이제 막 창업한 제 코딱지만한 회사가 바로 망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방식은 이미 다 알고 있는(여러분만 모르고 있는) 투자 방식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명제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보력이 경쟁력이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아무리 유튜브에서 차트 분석으로 1,000% 급등주를 찾아 준다 해도 현혹되서는 안됩니다. 차트에 활용되는 정보는 가격과 거래량, 이 둘 뿐이거든요. 게다가 차트는 딥러닝이 사람보다 훨씬 잘 봅니다. 이건 제가 차차 알려드릴게요.
다음시간까지 성투하시고, 항상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를 계획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