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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개박수 Mar 25. 2021

펀드매니저가 너무 답답해서 알려주는 제정신 투자법(2)

자산배분의 정석

'제정신 투자법'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1단계인 정보 수집과 2단계 미래 불확실성 예측 방법에 대해 논의를 했어요. 앞선 두 단계는 한번에 몰아서 알려드린 솔직한 이유는 쓸 말이 별로 없어서입니다. 알려 드릴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적으려면 내용이 너무 방대해지기 때문에 되려 쓸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명해도 어차피 귀차니즘의 노예로 비춰지겠지만, 이 정도로 일단 정리해 두는 게 여러분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더 유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게 될 예정이니, 아직 답답하고 찝찝한 느낌이 있으시다면 글을 쭈~욱 읽어 제끼시면 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Step 3. 최적의 자산배분안 도출

오늘은 자산배분이라는 주제에 관해서만 한 회를 모두 소비하려 합니다. 자산배분이라는 주제는 내용 자체가 방대하고, 또 산업계(자산운용사들)에 의해 연구가 주도되면서 나름 정립이 잘된 분야입니다. 즉, 가벼운 정도로만(high-level에서만) 설명해도 별도로 연계해서 독학하실 수 있는 콘텐츠가 충분히 많다는 말이죠.


사실 제대로된 정량적 분석으로 자산배분안을 도출하려면 여러분이 간단한 코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도출하려면 최소 1,000번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하거든요. 지금 단계에서는 여러분이 합리적인 투자 접근법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수준에서 최대한 단순화 시킨 버전으로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좀 더 제대로된 최적화 방법은 추후 별도의 글에서 아래 단순한 모델이 가진 한계를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는 방식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확률의 확률로 보는 진짜 내 마음

지난 시간에 Step 2를 잘 수행하셨다면 여러분은 아래 표에서 'A'와 'B' 정도를 완성하셨을 겁니다. (아직 못했다면 지금 얼른 만드시면 됩니다~!)

이 표의 모든 수치는 제가 예시로 넣은 겁니다. 저는 사실 코인이 떨어질 거라 믿는 코인 회의론자 입니다.

주식으로 예를 들려니 회사 이름을 홍보하는 것 같기도 하여 코인으로 종목을 변경했습니다. A 컬럼에는 현재 가격보다 여러분의 리밸런싱 주기(예를 들어 1주일 후)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확률을 적었습니다. B 컬럼에는 이러한 여러분의 예측치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확신하는지를 확률로 표현해 적었죠.


이제 세번째 컬럼 '오른다고 믿는 확률'을 적습니다. 단순히 앞의 'A'와 'B'를 곱한 것입니다. 이 컬럼의 값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1주일 뒤의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 가격보다 올라 있을 확률에 대해 여러분은 45%만 확신한다는 이야깁니다. 반대로 떨어질 거라고는 21%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죠.


왜 이런 숫자를 만드는 걸까요? 여러분의 합리적인 뇌가 생각하는 진심과 각종 편향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뇌를 분리해 내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뇌는 추상화를 좋아하고, 추상화를 하는 속도가 그 어떤 고성능 컴퓨터보다도 빠릅니다. 따라서 복잡한 정보를 그냥 머리에다 두고 있으면, 뇌는 순식간에 그 정보를 단순화해 버리죠. 위 표를 머리에만 두고 1분만 기다리면, 여러분의 뇌는 "비트코인이 좋겠음. 전재산 올인 고고."라고 추상화를 해 버릴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분적으로 정보를 나눠서 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초간단 자산배분안 만들기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위 표를 작성한 사람(..저네요?!)은 대부분의 코인이 오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다고 믿는 확률'에서 '내린다고 믿는 확률'을 빼면, 내가 진짜 생각하는 '오를 확률'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비트코인의 '진짜 오를 확률'은 24%라는 말이 됩니다. (전문가 분들이 기겁할 발언이긴 한데, 합리적 포트폴리오를 수기로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모든 상황을 선형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여기서 뭔가 찝찝하니, 궁금한게 생기시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왜 굳이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을 따로 계산했지? 그냥 100%에서 오를 확률을 빼면 내릴 확률 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너무도 당연한 의문이고, 실제 이렇게 계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계산하게 되면, 우리는 "애매한 경우"라는 중요한 시나리오 하나를 고려하지 못합니다. 예켠데 만약 오를 확률이 30%이고, 내릴 확률이 20%라 계산했다면, 10%의 확률로 오른다 판단할 수 있는데, 내릴 확률을 따로 계산하지 않았다면 70%의 확률로 내릴 것이라 예측하게 됩니다. 

이 개념을 좀 더 확장해서 간단하게 자산배분안을 구현하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보겠습니다. 일단 저는 수기로 매매를 할 때는 버릇처럼 10% 정도의 현금을 남겨 둡니다. 그렇다면 종목을 꽉 채워 투자할 경우, 투자 비중은 90%가 될 것이고, 이것에 비례하게 비트코인이 오를 확률에 비례하게 투자 비중을 정하면 되겠죠? 진짜 오를 확률이 24%였으니, 이를 90% 투자비중으로 환산하면 49%를 투자하는 것으로 결론 지을 수 있습니다. (위 표에 보면 엑셀에 넣을 수식도 표기했습니다. 구현이 어려우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초간단하지 않은 진짜 자산배분 소개

이렇게만 끝내면 여러분이 위에 소개한 내용이 자산배분의 전부인 줄 아실까봐, 제가 진짜 자산배분의 확률론적 접근법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해 드리려 합니다. 관심 없으시면 이 부분은 일단 스킵 하셔도 됩니다. 나중에 <확률론적 딥러닝으로 투자모델 만들기> 시리즈에서 심도있게 다룰 부분이기도 해서, 맛봬기 정도라 생각하고 보실 분들에게만 추천 드립니다.


재무학에서 배우는 자산배분의 정석은 무수히 많은(실무적으로는 보통 1,000개) 자산배분안을 발생시켜 아래 그림(Efficient Frontier라 합니다)을 우선 그려놓고, 빨간 접선이 곡선에 닿는 지점의 자산배분안(포트폴리오)을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자산배분안이 최적의 포트폴리오이고, '마코비츠 최적화(Markowitz Optimization)'이라 합니다. 마코비츠의 포트폴리오는 현대포트폴리오이론(MPT)의 결론이라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가 이 방식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합니다.

이 그림의 원저자가 제게 소송을 걸면 저는 그분의 사인을 받을 겁니다.

위 그림에서 X축의 Standard Deviation은 우리말로 표준편차입니다. 저희 확률론적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저 부분을 '불확실성'이라 표현하죠. 그리고 Y축은 기대수익률입니다. 각 포트폴리오(각 점)에 투자를 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평균 수익률을 의미합니다. 음? 평균과 표준편차? 네, 지난 시간에 봤던 바로 그 가우시안 확률분포도를 다르게 표현한 그림일 뿐입니다.


사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실제로 구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아직 설명하지 못한 많은 부분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레버리지 비율(빚을 얼마나 내야 할까), 무위험이자율(위 그림에서는 Risk Free Rate of Interest), 확률분포도의 종류(고딩 때 배운 가우시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등.. 임의로 정해야 하는 것이 참 많아요.


나중에 우리가 코딩 단계에 들어갔을 때, 각 데이터를 어떻게 끌고 오는지, 데이터를 어떤 수식을 써서 가공해야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생활밀접형 설명으로) 등을 디테일하게 다루겠습니다. 저는 50대 컴맹 아주머니들께도 블록체인 개발을 가르친 경험이 있으니, 너무 불안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켈리자산배분 공식에 대하여...

공부 좀 하신 분들은 마코비츠 모델의 단점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켈리자산배분공식'을 써야 더 적극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학계에서도 있는 큰 오해입니다. 켈리공식이 결국 마코비츠와 같은 모델이라는 건 수학적으로 쉽게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 간단한 블로그 글이 있습니다: http://epchan.blogspot.com/2014/08/kelly-vs-markowitz-portfolio.html) 자산배분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저도 많은 공부를 했지만, 그냥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켈리공식(Kelly's Criterion)의 보다 직접적인 용도는 바로 물타기 트레이딩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다음 시간을 위해 아껴뒀습니다. 저는 켈리의 열혈 팬입니다. 마카오에 가면 무조건 블랙잭만 하는데, 이 켈리공식으로 비행기삯 정도는 무조건 뽑습니다.


왜 이 좋은 걸 처음 들어보셨을까요? 켈리공식은 우리나라에 '부의 공식'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 책이 많이 있으니 읽어보시길 권장 드립니다.


자, 그럼, 다음 이 시간까지 성투하시고, 항상 장기적으로 미래를 설계하실 기원합니다. ㅃ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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