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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개박수 Mar 20. 2022

투자 전문성이란?

개나 소나 투자 전문가인 시대. 진짜 투자 전문성에 대한 담백한 이야기

시중에 돈이 넘친다는 뉴스를 봤다면, 투자 할 때이다.


시중에 돈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음? 나는 없는데?" 네, 원래 돈이 넘쳐 난다는 표현은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 돈이 쌓여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은행은 대출을 해줘야 하는데,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이 대출을 안 받아 간다는 말이죠.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출 받아 공장 지어서 스마트폰 생산을 늘리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일 테니 말입니다. 금리가 워낙 낮아지다 보니, 일반 개인들이 생계형 대출을 늘리게 되고, 이는 다시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되었습니다.


시장에 돈이 넘처나는 때에 개인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요? 대출금리가 싸졌으니 대출을 받아 치킨집을 차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먹을 고객들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의 직원이라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보기에 미래가 불투명해서 고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치킨집을 열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치킨집 오픈하느라 대출 받아서 이자는 나가는데, 매출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더 큰 문제는, 옆집 아저씨도 나랑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치킨집을 차렸다는 겁니다. 네, 다같이 지구 멸망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도박 = 투기 = 투자


시장에 돈이 넘처날 때 가장 효율적인 돈쓰기는, 바로 도박입니다. 잉? 이게 무슨 말인가요? 만약 위에 언급한 치킨집 사장님이 치킨집을 안차리고, 1억원을 대출을 받아 옆집 아저씨와 도박을 했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누가 당선 될지를 두고 내기를 했어요. 그런데 옆집 아저씨가 이겼습니다. 그럼 우리 아저씨는 어떻게 되는거죠? 네, 1억원 빚을 진 채로 바도 부도가 났습니다. 그리고 회생신청을 하게 되면 이 빚은 부실채권이 되어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떨어지게 되죠. 그런데 옆집 아저씨는 1억을 벌었습니다. 이건 다시 은행의 자산건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단순하게 보면 결과적으로 은행에 덕지덕지 쌓여만 가던 돈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이렇게 돈이 돌아야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그런데 도박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은행에 쌓여가던 돈을 실물경제로 빼는 역할은 잘 수행했는데, 문제는 실물경제의 선순환 사이클을 일으키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만약 이 돈이 도박으로 흘러 가지 않고,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어땠을까요? 우리 아저씨가 1억원을 대출 받아 삼성전자 주식에 몰빵을 했다면, 삼성전자 주가를 밀어 올렸을 것이고,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또한 오르게 됩니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삼성전자는 더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공장 설립과 고용 증대에 대한 유인이 더 커질 것입니다. 네, 주식투자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도박입니다. 


이렇게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도박을 우리는 "투기"라 합니다. 투기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주식 투기꾼이 많아지면 버블이 일어나고, 버블을 맞이한 산업은 전래없던 혁신을 일으킵니다. 한국 경제도 IT버블로 인해 IT강국이 되었죠. 그런데 부동산과 같이 공급이 제한적인 시장에 버블이 일어나면, 공급 혁신이 탄생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모두가 가난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외환시장은 어떨까요? 외환시장에 투기꾼이 몰리면 환율의 변동성이 줄어듭니다. 이건 좋은 겁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줄어들면, 여러분은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어떤 타이밍에 환전을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착한 투기꾼이 되고 싶은데, 제가 투자하는 자산이 사회적으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죠?"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대부분의 정부에서는 사회를 불행하게 만들 여지가 있는 투자자산에 대해서는 세금을 많이 물리는 등의 강도 높은 제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산들은 대체로 사회에 선순환 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부동산이나 금, 석유 등에 대한 투기는 나라 경제 전체를 쥐고 흔들 파급력이 있어서 실물 투자는 피하셔야 하고, 파생상품이나 간접투자상품을 통해 접근하시는 게 옳습니다. 이 글에서도 편의 상 "좋은 투기"를 "투자"라는 단어로 표현하겠습니다. 본래 투자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생산설비를 매입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욕심만 많은 비전문가가 투자로 망하는 과정


자, 그래서 우리 아저씨는 이제 투자가 좋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윽고, 대출 받은 1억원을 가지고 삼성전자 주식에 시원하게 몰빵 했지요. 그런데 다음날!!! 계좌를 까보니 1억원이 9천만원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우리 아저씨는 겁에 질린 나머지 남은 9천만원이라도 건지기 위해 주식을 모두 팔았습니다. 안도하고 있던 것도 잠시, 마치 아저씨가 주식을 모두 팔기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주가는 반등을 시작했고, 곧 상한가(+30%)에 도달합니다. 가만히 들고만 있었어도 9천만원이 1억1700만원이 됐을 건데 말이죠. 우리 아저씨는 여기서 실망하지 않고, 상한가에 다시 9천만원 어치 주식을 매수합니다. 그런데 웬걸? 또 마치 아저씨가 매수하길 기다렸다는 듯이, 매수하자마자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9천만원이 8천만원이 됩니다.


마음이 너무 아픈 나머지, 아저씨는 유튜브 투자 전문가를 검색해서 영상을 시청합니다. 굉장히 똑똑하게 말 잘하는 젊은 친구가 명쾌하게 종목을 집어주고, 이게 3개월 안에 1,000% 오를거라 자신 있게 주장합니다. 혹시 사기꾼일지 몰라서 이전 영상들을 찾아보니, 영상은 볼 수 없고, 월 83만원을 1년치(1,000만원) 선불을 내야 하는 유료 카카오톡 방에 들어 가야지만 종목 추천을 꾸준히 받을 수 있다 합니다. 남은 돈 8천만원에서 1,000만원을 비용으로 낸다 해도 수익률이 1,000%면 남는 장사라는 생각에 과감히 결제하고 카톡방에 진입합니다.


카톡방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들어 와서 활발하게 이야기 하는 중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나와 비슷하게 아직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사람이 3명 정도 있었고, 다른 30여명의 사람들이 이 톡방에서 수익을 어떻게 냈었는지 실제 거래내역 캡쳐 사진을 올려가면서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캡처 이미지가 조작된 건 아닐까 하던 중에 누군가 방금 시간이 찍힌 채로 모니터 인증샷을 찍어 올립니다. "아, 이건 진짜 의심할 여지가 없구나!" 아저씨는 이 카톡방에서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하겠다 속으로 거듭 다짐합니다. 머릿속에는 이미 은퇴 후 나를 갈구기만 하던 마누라에게 보기 좋게 10억원이 찍힌 통장을 보여줄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카톡방에서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3개월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투자금 7천만원은 이제 3,000만원으로 쪼그라들어 있었습니다. 1개월 정도 지났던 시점에서 뭔가 이상하다 느꼈던 아저씨는 환불을 요청해봤지만, 환불 안된다는 데 동의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돈을 낸 것이니, 그래도 더 기다리면 벌 날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성실하게 하라는 대로 했던 겁니다. 신기한 것은, 아저씨는 계속 잃었는데, 여전히 톡방에서는 수익이 났다는 인증샷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아저씨와 비슷한 시기 톡방에 진입했던 다른 아저씨들 3명은 이미 탈퇴한지 오래입니다.


"사기 당했구나!"라는 생각에 아저씨는 국가에서 공인한 전문가에게 남은 돈 3.000만원을 맡기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서는 은행에 가서 펀드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간 괜찮은 수익을 냈던 펀드 3개를 보여주는데, 연간 수익률이 5% 수준입니다. 문제는 그 전년도 수익률이 -3%이고, 그 전년도는 1%였습니다. 평균 대출금리에도 못미치는 수익률이라는 겁니다. 대출 1억원을 받아서 금리가 연 3%로 300만원씩 나가는데, 지금 3,000만원을 투자해 연 평균 3%의 수익을 낸다면 30만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아마 땅 파서 장사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을 펀드매니저 출신인 지인에게 상담하니, 지인은 일단 남은 돈이라도 빨리 대출을 갚으라 합니다. 그리고서는 잃어버린 7,000만원을 갚기 위해 경비 일이라도 뛰어야 한다 조언해 줍니다. 경비 일을 하면 연간 2,000만원은 저축할 수 있을 것이고, 이 돈을 차곡차곡 갚으면 4년 안에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후회되는 선택이었지만, 아직 너무 늦진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이제 마누라 잔소리 들으러 집에 가야 할 시간입니다.


투자전문성에 대한 이해


여러분이 회식 자리에서 "투자 전문가"를 소개 받았다 상상해 보세요. 이 사람이 무엇을 잘 할 것이라 기대하시나요? 투자 전문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돈을 굴려서 수익을 잘 내는 사람" 정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잘못된 인식입니다.


투자 전문가는 투자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입니다. 투자 전문성이란,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욕심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며, 투자 전문가는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익을 극대화 시키고, 불확실성을 최소화 시키는 요령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위 사례에서 마지막에 등장했던 우리 아저씨의 지인이 투자 전문가의 좋은 예인 것이죠. 아저씨는 이 지인을 통해 자본주의라는 게임을 완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투자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알고 있다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단어는 바로 "현실적" 입니다. 현실적인 방안과 비현실적인 방안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저희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얼마 전 반장선거를 치렀습니다. 반장선거를 준비하면서 공약을 내세우고 발표를 해야 하는데, 반장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동시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런 아이의 반장 목표는 과연 현실적인가요, 비현실적인가요? (이 똑같은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주었고, 아이는 주말 내내 발표 준비를 한 끝에 반장에 당선되었습니다.) 


현실적인 목표란 달성 가능한 목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목표달성 방안이라 함은, 이 레시피를 충실하게 수행했을 때 목표 달성 확률이 상당히 높은 방안을 의미합니다(즉, 100명이 이 처방을 똑바로 이행했을 때 적어도 85명은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그래서 사실 투자전문가는 술자리에서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대부분 잔소리 내지는 당연한 이야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술자리에서 인기 있는 사람은 "야, 나만 믿고 삼성전자 올빵해. 나 작년에 주식으로 3억 벌었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죠. 이 말을 잘 분석해보면, 현실과의 관련 있는 말이 삼성전자라는 종목이 존재한다는 사실 밖에 없습니다.


마무리 한마디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투자 전문가일 확률이 50%인 시대입니다. 진입 장벽이 없는 분야이다보니 소비자의 분별 능력이 더 크게 요구됩니다. 결과적으로 투자 전문가 홍수를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욕심에 눈이 먼 여러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더 좋은 건, 여러분 스스로 투자 전문성을 갖추는 일입니다. 너무 어렵지 않냐고요? 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 진짜 현실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 드리려 합니다. 왜 알려 주냐고요? 네, 저희가 6월 런칭 준비 중인 서비스 '쫄보'가 있는데, 투자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이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봐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 글까지,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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