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선에서 솟는 것만큼 지독한 악취도 없다. 그것은 인간에게도 신의 경우에도 한낱 썩은 고기일 뿐이다. 만약 의식적으로 내게 선을 베풀려고 하는 계획을 품고 내 집으로 누군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될 경우 나는 그의 선행이 내게 베푸는 결과, 즉 그 선이라는 것이 내 핏속에 섞일까 두려워 입과 코와 귀와 눈을 흙먼지로 가득 채워 질식하게 만드는 저 아라비아 사막에 건조하고 뜨거운 모래폭풍을 피하듯 달아날 것이다. 그건 안 될 일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자연스러운 악행을 당하는 게 낫다. 내가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추위에 떨 때 따뜻하게 해 주고 또는 수렁에 빠졌을 때 나를 끌어내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게 선을 베푼 사람이 아니다. 그 정도의 일은 뉴펀들랜드종의 개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자선은 인간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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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라한 누더기 차림으로 호수에서 얼음을 자르는 어설픈 아일랜드 인부들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나은 고급 옷이라 할만한 것을 걸치고도 덜덜 떨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몹시 추운 어느 날 물에 빠졌던 인부 하나가 몸을 녹이려고 우리 집에 찾아왔다. 그는 바지 세벌과 양말 세 켤레나 껴입고 있었는데 모두 더럽고 낡은 것이었음에도 내가 내주는 여벌의 옷을 사양해도 좋을 만큼 내의를 잔뜩 갖고 있었다. 요컨대 이렇게 물에 빠지는 일이야말로 그에게 정말 필요했던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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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이 어쩌면 자신의 생활 방식을 통해 그가 구하고자 하는 그 비참한 상황을 가장 열심히 더 만들어내는 사람 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1명의 노예를 판 수익금으로 나머지 9명의 노예들에게 일요일만 자유를 주는 위선적인 노예 주인과 다를 바 없다. 또 가난한 사람에게 부엌일을 시킴으로써 자비를 베푸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일은 자신이 하는 편이 훨씬 더 자비로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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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은 일류에 의해 높이 평가받는 거의 유일한 미덕이다. 아니 그건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러한 과대평가는 바로 우리의 이기심 때문이다.
이곳 콩코드에서 어느 화창한 날 건장하고 가난한 한 사람이 내게 마을 사람 하나를 칭찬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남자가 가난한 이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것이다. 이들 자선가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의 정신적인 아버지들보다 더 많은 존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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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선에 의당 따라야 할 찬사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받쳐 인류에게 축복을 안겨준 모든 이들을 공정하게 대하기를 요구하는 것뿐이다. 나는 인간에게서 고결한 행위와 자비로운 마음을 가장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데 그것들은 이를테면 인간의 줄기와 잎에 해당한다. 그 풀이 시들면 사람들은 환자를 위한 비천한 용도로, 그것도 주로 돌팔이 의사들이 애용하는 약초로 쓰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인간의 꽃과 열매다. 인간의 향기가 내게 풍겨 오기를. 그 성숙함으로 우리들의 인간관계에 풍미를 더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인간의 선함이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행위여서는 안 되며 그것은 늘 남아도는 것 그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의식적이지도 않은 행위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수많은 죄를 감춰주는 박애다. 자선가 자신이 헤어난 슬픔에 대한 기억으로 마치 공기처럼 인간을 감싸면 그것을 연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절망이 아니라 용기를 질병이 아니라 건강과 안정을 함께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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