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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나 Feb 26. 2024

일주일 내내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우

  비가 왔다. 일주일 내내.

 그리고 일주일 내내 서점을 찾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엄마 옆에 앉아 지겨움에 몸부림치다 결국 서점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우리 9살 먹은 막내 밖에는.

 

 서점을 연지 이제 겨우 열 하루. 아이들이 방학인 2월에는 월, 화, 수, 목, 금 14시에 열어서 18시에 닫고, 주말은 쉰다. 손님을 너무 배려하지 않은 건가 싶은 조금 양심에 찔리는 시간표이다. 원래는 서점에서 글을 쓸 계획이었지만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는 루틴이 좋은 것 같아서 요즘은 눈 뜨자마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거의 온라인 작업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간다. 인스타그램, 알라딘 중고서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세 가지만 관리를 해도 몇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내가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쓰면 손님이 오시고, 인사를 하고, 커피를 한잔 내어드리고, 손님은 손님 자리에서 책을 읽고, 나는 내 자리에서 글을 쓰고. 따로 또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풍경.

 서점을 꾸릴 때 나의 로망이었는데. 손님은 도통 안 오시고, 나는 내내 무언가를 업로드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옆에서는 장난꾸러기 막내가 계속 정신없이 말을 시키고, 왔다 갔다 돌아다닌다. 오. 마. 갓.

 오늘은 결국 심심하다고 주문을 외우며 부산스러운 막내에게 야단을 쳤다.

 "이눔아! 그만 좀 뛰어다녀! 정신사나워! 이럴 거면 학원 마치고 집에 가! 재미있는 책 많은데 왜 안 읽고 뛰어다녀!"

 나의 로망은 어디 가고, 집에 있었으면 안 먹었을 욕을 막내는 굳이 여기서 먹고 있다. 다시 한번 오. 마. 갓.

 그렇게 나는 오픈 열 하루 만에 조급해지는 마음을 직면하고야 말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중립지대의 어떠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온전히 너를 위한 공간도 아니고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도 아닌,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나눠먹는 케이크가 올려져 있는 테이블 같은 그런 공간. 그래서 사무실을 갖는 대신 굳이 타인이 방문할 수 있는 가게를 연 것이다.


 아. 일주일 동안 한분이 왔다 가시긴 했다. 손님인지 아닌지 애매하긴 하지만. 가게 문만 열고 "여기가 서점이요? 옆에 도서관 있는 거 아시오? 근데 여기다 서점을 했다고? 참 이해가 안 가네. 다음에 날 좋을 때 한번 와 볼께라." 하시곤 쿨하게 뒤돌아 떠나신 그 한 분.


 나의 실험이 가능할지, 어떤 식으로 이 공간이 만들어져 갈지. 예상이 전혀 되지 않는다. 주사위를 던졌으니 지켜볼 수 밖에.

 이제 중요한 것은 나의 평정심이다. 일주일에 빵명이라 할지라도 아들에게 버럭 하지 않을, 앉아서 내 책을 집중해 읽을 수 있는, 돌아가 저녁밥을 맛나게 차리고 다음날 즐겁게 출근할 수 있는 그런 평정심. 아. 이런 평정심이 가능하다고? 써놓고 보니 무리한 요구를 스스로 하고 있는 듯.

 그러니 제발. 머지않아 이곳을 좋아하는 손님 몇 분 생겼으면, 이틀에 한분은 오셔서 책 읽고 가셨으면. 일주일 내내 비는 안 왔으면. (비가 오나 안 오나 똑같으면 더 속상할 듯.) 간절히 바래본다.

 다행히 오늘은 하늘이 맑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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