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일주일 내내.
그리고 일주일 내내 서점을 찾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엄마 옆에 앉아 지겨움에 몸부림치다 결국 서점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우리 9살 먹은 막내 밖에는.
서점을 연지 이제 겨우 열 하루. 아이들이 방학인 2월에는 월, 화, 수, 목, 금 14시에 열어서 18시에 닫고, 주말은 쉰다. 손님을 너무 배려하지 않은 건가 싶은 조금 양심에 찔리는 시간표이다. 원래는 서점에서 글을 쓸 계획이었지만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는 루틴이 좋은 것 같아서 요즘은 눈 뜨자마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거의 온라인 작업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간다. 인스타그램, 알라딘 중고서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세 가지만 관리를 해도 몇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내가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쓰면 손님이 오시고, 인사를 하고, 커피를 한잔 내어드리고, 손님은 손님 자리에서 책을 읽고, 나는 내 자리에서 글을 쓰고. 따로 또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풍경.
서점을 꾸릴 때 나의 로망이었는데. 손님은 도통 안 오시고, 나는 내내 무언가를 업로드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옆에서는 장난꾸러기 막내가 계속 정신없이 말을 시키고, 왔다 갔다 돌아다닌다. 오. 마. 갓.
오늘은 결국 심심하다고 주문을 외우며 부산스러운 막내에게 야단을 쳤다.
"이눔아! 그만 좀 뛰어다녀! 정신사나워! 이럴 거면 학원 마치고 집에 가! 재미있는 책 많은데 왜 안 읽고 뛰어다녀!"
나의 로망은 어디 가고, 집에 있었으면 안 먹었을 욕을 막내는 굳이 여기서 먹고 있다. 다시 한번 오. 마. 갓.
그렇게 나는 오픈 열 하루 만에 조급해지는 마음을 직면하고야 말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중립지대의 어떠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온전히 너를 위한 공간도 아니고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도 아닌,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나눠먹는 케이크가 올려져 있는 테이블 같은 그런 공간. 그래서 사무실을 갖는 대신 굳이 타인이 방문할 수 있는 가게를 연 것이다.
아. 일주일 동안 한분이 왔다 가시긴 했다. 손님인지 아닌지 애매하긴 하지만. 가게 문만 열고 "여기가 서점이요? 옆에 도서관 있는 거 아시오? 근데 여기다 서점을 했다고? 참 이해가 안 가네. 다음에 날 좋을 때 한번 와 볼께라." 하시곤 쿨하게 뒤돌아 떠나신 그 한 분.
나의 실험이 가능할지, 어떤 식으로 이 공간이 만들어져 갈지. 예상이 전혀 되지 않는다. 주사위를 던졌으니 지켜볼 수 밖에.
이제 중요한 것은 나의 평정심이다. 일주일에 빵명이라 할지라도 아들에게 버럭 하지 않을, 앉아서 내 책을 집중해 읽을 수 있는, 돌아가 저녁밥을 맛나게 차리고 다음날 즐겁게 출근할 수 있는 그런 평정심. 아. 이런 평정심이 가능하다고? 써놓고 보니 무리한 요구를 스스로 하고 있는 듯.
그러니 제발. 머지않아 이곳을 좋아하는 손님 몇 분 생겼으면, 이틀에 한분은 오셔서 책 읽고 가셨으면. 일주일 내내 비는 안 왔으면. (비가 오나 안 오나 똑같으면 더 속상할 듯.) 간절히 바래본다.
다행히 오늘은 하늘이 맑다.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