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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웅 Jan 05. 2024

한 해를 보내며

송년회에 가서 나누었던 문장 중 하나를 여기에 적는다.

‘우리’라고 말하면서 ‘나’를 뜻하는 것은 공들여 찾아낸 모욕 중의 하나이다.(아도르노, <미니마 모랄리아>)


2023은 정말 정말 정말 행복했고 좋았다. 많은 걸 알게 됐고 또 알던 많은 사실들을 도로 모르게 되었다. 두 과정 모두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보통은 이해하게 되었다는 건 포기한다는 뜻이었는데 이번 연도에는 포기하지 않고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이기는 사랑이 아니라 지지 않는 사랑을 믿는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으므로, 마음을 참으며 해내야 했다. 마음을 참는다는 건 조금은 이상한 말일 텐데 마음을 다잡기보다는 새어나가는 마음을 그러모아 잘 가두어야 했다. 아끼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마음, 여유를 즐기는 마음, 계절의 지나감을 붙드는 마음, 길가에 서서 나를 바람이 지나도록 내버려 두는 마음, 카페 창가에 앉아 햇살에 미소를 비추는 마음, 아무것도 아닌 광경에 애정 어린 눈길을 주는 마음 그런 것들을 모두 잘 참고 아껴야 했다. 내년엔 그런 마음들을 좀 더 자유로이 풀어둘 수 있도록 일이 좀 적었으면 한다. 물론 더 바쁘겠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좀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편이었다. 좋은 사람과 좋지 않은 사람을 잘 가려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대체로 모든 예감은 틀리고 통수를 맞아왔으나ㅎㅎ) 그런 것은 없고 나랑 잘 맞는 사람,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잘 맞지 않는 사람조차 정들고 또 보면 반가워서 그냥 내가 아는 사람과 아직 모르지만 알게 될 사람 정도의 구분만이 남았다. 날 이유 없이 미워하는 사람과 이유 없이 좋아해 주는 사람 모두에게 애정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다.


일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너무 못 써서 욕먹을까 항상 전전긍긍했는데 2023에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들, 해야 하는(해야 한다고 믿는) 말들, 나의 고민들, 나의 이상하고 진실한 마음들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것 자체로 좋았다. 읽고 쓰고 말하는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글쓰기를 사랑한다.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제 내가 좋다. 이제야 내가 좋다. 오래 미워해서 미안하다. 그래서 나를 아는 여러분도 다 좋아졌다. 다들 행복하고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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