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취준생은 기존의 취준 스트레스에 더하여 크게 2가지의 고통을 추가적으로 겪고 있다. 첫째가 업황 악화로 인해 사실상 닫히다시피 좁아진 취업문이고 둘째는 이동과 모임의 제한으로 어려워진 스트레스 관리이다. 기업의 줄어든 티오는 취준생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스트레스 관리는 취준생마다 천차만별로 달리할 수 있다. 현명한 취준생이라면 고통의 상황 속에서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는 것보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취준생에게는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좀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의 모색이 필요하다. 내가 실천해오면서 효과를 본, 직간접적인 취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아래에서 크게 건강 관리, 자기 개발, 취준 전략 재점검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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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과 마음의 건강 지키기
1) 몸 건강: 잘 먹고 잘 씻고 잘 움직이기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모두가 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국일수록 단지 코로나 음성을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전반적으로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너져 가는 멘탈을 일으켜 세울 최고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
(1) 식습관 및 위생수칙 점검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인스턴트 음식, 가공식품 등의 섭취가 늘었는지 자신의 식습관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식습관은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이다. 나는 패스트푸드 등의 편식으로 인해 이유 모를 두통과 복통에 시달렸다가 매일 신선한 야채를 최소 1회 섭취하는 방식으로 의식적으로 채식을 식단의 일부로 강제하자 그러한 통증도 사라지고 소화도 잘되며 몸도 더 가벼워졌다. 돈 아낀다고 식단 균형이 망가지면 병원비로 돈이 더 나갈 수 있다. 건강해야 취준도 하고 돈도 번다. 좋은 영양제에도 하나쯤은 투자하는 것도 좋다.
또 나는 개인 위생 수칙의 준수로 코로나19뿐 아니라 환절기마다 달고 살던 감기도 지난 여름 한 번을 제외하고는 걸리지 않고 무탈하게 지난 일년을 보냈다. 마스크는 물론이고 니트릴 장갑, 휴대용 핸드워시와 같은 개인 위생용품 모두 쿠팡과 네이버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고 손씻기를 습관화하면 감염병을 높은 확률로 차단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절실히 깨닫고 있다.
(2) 모임은 어려워도 몸은 움직이기
이시국에 헬스장에 가는 것은 어려워도 산책, 등산, 홈트 등 실외나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도 생활의 일부로 포함시키면 좋다. 하루 종일 방에서만 있는 것과 밖에 나가서 파란 하늘을 보고 햇살을 느끼고 마스크를 통해서라도 바깥 기온과 공기를 느끼는 것의 기분은 천지차이이다. 방구석에서는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스트레스 받던 자소서 문항 하나가 동네 한바퀴 산책하고 오면 할만해 보이는 경험은 나뿐 아니라 많은 취준생이 이미 겪었을 것 같다.
운동은 이러한 심리적인 리프레시 목적도 있지만 면접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나의 경우 지난 일년간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아무래도 운동량이 줄다 보니 어쩌다 하루 멀리 나가는 날이면 예전보다 훨씬 큰 피로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집콕만 하다가 갑자기 대면 면접을 가게 되면 엄청나게 피곤해져서 본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시대에도 미리미리 몸을 적절하게 움직여 두는 게 평소의 체력을 위해서도, 서류를 위해서도, 면접을 위해서도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2) 마음 건강: 잘 쉬기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사실 가장 중요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좀 뻔하기도 하고 여기에서 다루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또 이것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의 양질의 콘텐츠가 이미 곳곳에 넘쳐나니 여기에서는 코로나19 시대의 '휴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코로나19 시대에 누군가를 만나기도, 여행을 가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쉬어야 할 것인가. 혼자 쉬자니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고립감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취준생이라면 어떤 휴식이 취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휴식일까. 나의 경우 취업과 관련 없으면서 비대면으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활동이 휴식에 도움이 되었다.
(1) 내가 관심있는 분야: 유투브 실시간 방송, 네이버 방송 톡, 실시간 채팅이 가능한 웨비나
관심 분야의 유투브 실시간 방송을 보면 누군가와 수다떨며 방송을 보는 느낌이라 잠시나마 사람들과 소통하는 느낌이 들며 취업을 잊고 휴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투브에서 지난 연말연시에 크라임씬 전시즌 연속 방영을 했었는데 채팅창은 크씬 고인물들의 향연 그 자체였다. 크씬 전편을 열번씩은 본 것 같은 크씬 덕후인 나인데도 방송 자체보다 나 같은 고인물들의 반응이 재밌어서 방송을 끄기 힘들었다. 유투브도 사실 혼자 보다 보면 외로운데 크씬 고인물인 나 같은 사람이 무려 수만명이나 있다니! 수만명이 동시에 같은 걸 보며 같은 장면에서 열광하는 건 너무 짜릿하다. 같은 이유로 나 혼자 산다 금요일 본방도 네이버 방송 톡을 켜놓고 보곤 한다. 여긴 출연자들에 대한 눈살 찌푸려지는 악플이 좀 있어서 자주 보진 않지만.
가벼운 예능보다 좀 더 학습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실시간 채팅창이 있는 웨비나도 추천한다. 세바시도 코시국을 맞아 온라인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어 클릭 몇 번으로 신청만 하면 좌석 수 제한(엄밀히 말하면 참가자 수 제한이 있긴 한데 근 몇 달간 강연 참가신청 마감된 걸 못봤다)과 참가비 없이 유투브나 줌으로 접속하여 댓글과 질의응답을 통해 소통하는 실시간 강연을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연사 중 지나영 교수님의 세바시 강연을 유투브 실시간 방송으로 들으며 강렬한 영감을 받았고 취준 중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얻었다.
(2) 내가 관심없는 분야: 카카오톡 단체 채팅
내 관심사와는 다른 세계를 눈팅하는 것도 의외로 휴식에 도움이 되었다. 뜬금없지만 몇 달 전부터 축산 카톡방에 하나 들어가 있는데(원래는 축산 관련 회사에 지원하려고 하던 시절 축산업계 종사자 여론을 잠시 눈팅하려고 들어간 거였다) 뜻밖에도 소 영상과 사진이 생각보다 귀여워서 채팅창을 못 나가고 있다. 또 내 취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농가 분들의 하루하루가 담긴 사진과 대화가 뭔가 목가적이면서 인간적이라서 힐링도 되고, 한편으로는 내 치열함과는 다른 방식으로 치열한 그분들의 삶의 현장을 엿보면서 역시 어느 업계든 생존은 쉽지 않구나 싶어서 자극도 된다. 꼭 단체 채팅이 아니더라도 나와는 다른 길을 가는 다양한 사람의 생생한 삶을 엿볼 수 있는 플랫폼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이시국의 휴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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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기개발하기
취준생을 괴롭히는 또다른 것은 남들은 앞서가는데 나만 정체된다는 느낌일 것이다. 나는 코로나19 시기 역시 나의 성장을 위한 시기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이 시기를 집중적으로 활용하여 무언가를 이룬다면 마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시국 취준 레이스가 길어져도 무력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 영어 실력 늘리기
대한민국 국민의 단골 새해 계획이자 인생 숙제인 영어 공부는 나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영어면접은 닥쳐서 준비하기보다 6년째 활동하고 있는 스피치 모임과 1년 넘게 해온 전화영어를 통해 미리미리 영어로 듣고 말하는 훈련을 해둔 게 도움이 되었다. 그 밖에도 주 3회가량 스터디에서 아티클 읽고 의견 말하기, 구어체 책 읽고 예문 만들어서 말하기 훈련도 전반적인 영어 듣기와 말하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 Udemy, Udacity 같은 이러닝 플랫폼에서 부족하지만 관심있는 취업 분야의 교육을 이수하는 것도 영어 듣기 실력을 늘릴 뿐 아니라 다소 허전해보이는 레주메의 자격증/수료증 란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코노미스트지의 관심가는 아티클의 음성이나 유투브에 올라오는 원어민의 영상도 설거지할 때마다 틀어 놓으며 나 자신을 영어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 힘쓰고 있다. 코시국에도 이런 지속적인 노력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나 자신이 기특했고, 나 자신이 만들어낸 긍정적인 변화를 지켜보며 높아진 자존감은 취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
2) 온라인 자기개발 모임 참석
요즘 같은 강제 고립의 시기에는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온라인으로 자기개발을 하는 것이 비대면으로나마 사회적 교류를 통한 정서 안정이라는 효과를 가져다 주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2016년부터 토스트마스터즈라는 스피치 모임에서 활동해왔는데 이 모임으로부터 코로나19 시기에도 굉장한 활력을 얻고 있다. 취업스터디, 독서모임 등 여럿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모여 함께 자기개발을 하는 모임은 소셜 미디어를 조금만 찾아봐도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자기관리가 어렵고 누군가의 감시 내지 규율하에 공부습관형성이 필요한 취준생이라면 캠스터디, 열품타스터디, 기상스터디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스터디를 찾기 어렵다면 챌린저스라는 목표달성어플도 도움이 될 것이다.
3) 도서관 희망도서 비치 신청
혼자만의 시간이 많은 코시국은 어찌 보면 그동안 미뤄왔던 독서를 하기에 최적의 시기이다. 대학생이라면 소속 대학 도서관, 졸업생이라면 시립, 구립 도서관에 희망도서 비치를 신청할 수 있다. 나는 필요한 책은 막바로 사기보다는 우선 동네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해보고, 도서관 소장 도서가 아닐 경우 급한 책이 아니라면 희망도서비치를 신청하여 엄청난 지출을 아끼면서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연초라서 각 기관별로 올해의 도서구입 예산은 아마 넉넉할 것 같다. 개인 소장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자기개발을 위해 한번쯤 빌려 읽어보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 주머니 가벼운 취준생은 이러한 좋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무료로 읽는 것도 나에게는 취준 중간 중간 느껴지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3. 현실 직면하고 취준 전략 재점검하기
근본적으로 취준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은 취업하는 것이다. 찐 ISFP에 즉흥충, 감성충인 나도 취업준비는 계획적이고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감정으로만 세상일이 풀리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나 세상일 중에서도 돈이 직접적으로 걸려 있기에 더 냉정하고 차가울 수 밖에 없는 취업을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현실을 회피하기보다 냉정하게 현실 직면하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취업에 성공하여 취준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다.
1) 합격자, 현직자에게 피드백 받기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여 열심히 취업준비를 했는데도 기대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합격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취준을 진행하고 있는 게 맞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와 함께 같은 필드로의 취업을 준비하고 도전하여 내가 실패한 그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회피할 대상이 아니라 연락을 더 자주해야 할 사람들이다. 감정 싹 빼고 뭐가 나에게 도움되는 방향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특히 그 회사에 다음에도 지원할 거라면 합격자들에게 정보를 얻어내서 나와는 달랐던 그 사람들의 모범답안을 샅샅이 연구하는 게 내가 다음 도전에서 합격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나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한 회사에 최종 탈락 통보를 받고 나서, ①채용 진행 과정에서 이미 탈락을 예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멘탈 회복이 빨랐음 + ②합격자들의 취준 과정에 대한 기억이 가장 생생할 때 최대한 많은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얻고 싶었음 + ③내년에라도 그 회사에 꼭 가고 싶었음의 쓰리 콤보로, 모든 걸 다 때려치고 싶은 감정을 절제하고 빠르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최탈한 다음날 같이 공부했던 스터디 최합자들에게 연락하여 그들의 공부방법을 샅샅이 긁어모아 내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들의 세심한 조언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해의 공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냉정한 자기진단과 합격자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한 번 최선을 다해보고 떨어지는 것과 스스로를 고립시켜 겪지 않아도 될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표류하다가 취준기간이 속절없이 길어져 스스로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결국 포기하는 것은 감내할 스트레스와 미련과 후유증의 크기가 다르다. 다른 누가 아닌 나의 인생을 위해 합격자와 현직자를 활용하자.
2) 일정한 시간제한을 두고 그 기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다른 길로 틀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용기있고 아름다운 것이다. 유한한 우리의 인생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분별하는 능력은 어쩌면 단순히 취업이 아닌 인생 전체를 통틀어 중요한 능력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분야로의 취업에 도전할 때는 현직자를 통한 전략수립 뿐 아니라 여기에 내 유한한 인풋(시간, 돈...)을 얼마나 투입할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직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옳은 방향성과 전략으로 일정 기간 시도했는데도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면 다른 입사지원 루트, 다른 회사, 다른 업계, 다른 직무, 다른 나라로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통했던 현직자의 방법이 여러 상황이나 조건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취업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다른 길로 트는 게 나에게 스트레스가 덜하고 더 맞는 길일 수도 있는 거다.
나는 내 능력과 가용자원의 한계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무한정 한 회사를 준비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내가 설정했던 기간 내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며, 그래서 불합격 앞에서 속상했지만 한 번 시원하게 울고 나서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목표한 회사가 있다면 내가 그 회사를 위해 얼마나 투입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그 시간 동안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움 없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그래도 떨어진다면 미련없이 돌아서서 다른 길을 모색하자. 당신은 끈기 없고 멘탈 약한 취준생이 아닌, 자신의 유한한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스스로의 능력치와 취업시장의 현실을직면하고 받아들이는 멘탈 강한 취준생이다.
문과 취준의 경우 취업이 너무 어려워지다보니 코딩과 같이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를 과감하게 배워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례도 요즘 많이 보이고 있다. 과거에 있던 길, 세상이 좋다고 하는 길을 용기있게 벗어나 미래에 생겨날 길, 나에게 더 맞는 길을 개척하는 게 어쩌면 세상이 정해 준 성공 공식을 따라 가는 것 이상으로 의미있고 멋진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처한 상황이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예상 밖이고 가혹한 것만 같아 한없이 우울해질 때마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에 착잡해하던 나에게 지인이 침사추이의 한 펍에서 파란 눈을 껌뻑이며 단호하고도 따뜻하게 해줬던 말이 생각난다.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이고 어려워 보여도 반드시 길은 있다"고. 난 그 말을 믿고 싶다. 코로나19가 아니라 더 지독하고 끔찍한 상황이 와도 정신 차리고 샅샅이 찾아보면 헤쳐나갈 길은 있을 거라고. 갑작스레 맞닥뜨린 천재지변으로 철썩같이 믿어오던 삶의 루트가 막히고 벼랑 끝에 몰린 듯한 상황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나의 목적지로 향하는 대체 경로가 설령 내가 기대했던 꽃길이 아니거나 직선 최단 경로가 아니면 뭐 어떤가.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최종 목적지 또는 그 근처로라도 향하는 길은 눈을 크게 뜨고 잘 찾아보기만 하면 언제나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다.
또 가시밭길인 줄로만 알았던 당신의 길이 어쩌면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뒤돌아보면 거대한 장미꽃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당장의 가시가 영원히 이 길의 전부인 것으로 속단하여 눈물 흘리고 좌절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여행자가 되어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밑창이 두꺼운 신발을 챙겨 신고, 혹여 가시에 찔렸을 때 나를 보호할 연고와 반창고도 챙기고, 가시가 너무 크고 빽빽하다면 시야를 넓혀 조금은 가시가 작고 듬성듬성한 루트도 찾아보고, 가끔씩은 어디선가 느껴지는 이름 모를 향기도 음미하며 한걸음씩 걸어가보자. 눈앞의 가시가 두렵고 아프다고 주저앉기엔, 당신의 목적지는 분명하고 소중하다. 코시국에도 당신의 소중한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있다. 우리는 그 길을 우리의 두 다리로 걸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