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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Feb 19. 2017

미국과 한국을 차별하는 불편한 생각

잘못된 프레임

 소셜미디어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게 되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워낙 자극적인 제목때문에 링크를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카오택시는 삥을 뜯고 우버는 세상을 바꾼다

" 이미 수년전부터 delivery.com 이라는 것이 있어서 도시안의 모든 음식점에서 배달음식을 배달해 먹는것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 사실 너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한국에선 이를 똑같이 한 배달의민족이 마치 대단한 것인냥 치켜세우고 그들또한 연신 브랜딩에 막대한 돈을 쏟아붇고 있다. "



카피캣의 세상.
세계와 경쟁하지 못하는 현실
...






위 글을 작성한 글쓴이는 미국의 기업들을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하였고, 한국의 기업들은 카피캣으로 치부하였다. 그 기준은 한국의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시기보다 미국의 기업의 그것이 더 앞서있다는 것이다.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비즈니스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 있지만, 필자가 특히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후발주자는 카피캣이다.' 라고 못박아 규정한 부분이다.



글쓴이의 논리대로라면,
테슬라(Tesla) 역시 자동차의 형태를 가져와
현 시대에 맞춰 개조한 차량이므로,
포드(Ford)의 카피캣이 될 수 있다.



Tesla


혁신적이지 못하고 카피캣으로 폄하한 국내 기업들, 글에서 언급한 배달의민족과 카카오톡이 진입한 시장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또 그 시장의 선발주자는 어디까지로 정의할 수 있을까?

위의 글쓴이의 논리가 맞다고 한다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우는 일런머스크의 테슬라는 혁신적인 기업일까. 글쓴이의 논리대로라면, 테슬라 역시 기존 자동차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서 석유고갈과 환경문제가 동시에 부딪친 현 시대에 맞춰 전기차로 개조한 카피캣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어떠한가.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먼저 시작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로 위의 글쓴이가 언급한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을 예로 들고 싶다.


닐슨 코리안클릭의 리서치 자료. 위 자료는 PC만을 조사한 자료이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싸이월드는 99년도에 설립되었으며, 페이스북은 2004년도에 시작되었다. 조금 더 정확히 짚어보면, 싸이월드가 인기를 끌게 된 미니홈피 서비스는 2001년도 부터 운영되었고, 이 때부터 인기를 끌기시작하면서 2003년도에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되었다. 싸이월드의 시작이 페이스북보다 최소 3년이 빨랐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결과는 어떠한가?


비즈니스는 먼저 하는 자가 승리하는 레이스가 아니다. 끝까지 남는 자가 승리하는 레이스이다. 혁신적이냐 그렇지않느냐는 그 다음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사실 혁신적인 부분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최대 미션은 '생존'인데 이 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 조차도 결국 '생존'을 위한 무언가 일 것이다.






위의 글쓴이가 예로 든 카카오택시와 우버는 사실 글쓴이의 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사례였다. 아니 어쩌면 글쓴이의 논리가 잘못되었음을 역설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버는 카쉐어링(Carsharing) 서비스이고, 카카오택시는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이다.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가 IT/모바일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해당 서비스의 주체가 일반 운전자와 택시 운전자(Licensor)로 서로 다르다. 이 때문에 규제도 다르게 적용받는다.

카카오택시가 곧 '앱내 자동결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카카오택시도 중간 수수료를 마진으로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우버와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택시와 배달의민족이 별다른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수수료만을 취급한다고 언급하며 '삥뜯기'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도 하였지만, 필자는 카카오택시와 배달의민족 덕분에 이전보다 더 편리해진 삶을 누리고 있다.


치킨 주문을 위해 전화번호부를 찾거나,
냉장고에 지저분한 전단지를
붙이지 않아도 되며,
잡히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느라
추운 거리를 헤매지도 않는다.


다시 한 번 우버와 카카오택시를 비교하면, 필자가 생각할 때 적어도 한국시장에서 혁신적인 사업자는 카카오였다고 생각한다.

Uber


우버가 들어오기 전부터 국토교통법에서는 유사한 서비스가 불법이 될 소지가 있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였지만, 우리나라는 우버의 차량 알선행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은 관련법이 개정되어 면허가 없는 자의 여객운송사업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우버와 유사한 서비스로 카풀 서비스 '풀러스'가 있지만, 풀러스 역시 카풀에 대한 규제 때문에 출퇴근시간에만 한정 운영되고 있다.


우버가 한국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다면, 관련 규정부터 면밀히 분석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문적인 로펌 혹은 법률가들과 관련 법령을 자사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했어야 한다. 물론 우버도 이와 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서비스 종료였다..


카카오는 우버와 달랐다. 카쉐어링을 운영하는대신 기존의 택시사업자를 파트너로 끌어들여 순식간에 전국서비스로 만들었으며, '카카오택시를 설치하면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 부분이 다른 모바일 콜택시앱을 제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아닐까 싶다. 콜택시를 한 두번 이용하는 승객이 아닌 자주 이용하는 승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라는 가치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택시서비스 X 전국택시연합회


또한 기존 사업자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면서 시장의 침입자(Invader)가 아닌 또 다른 파트너(Partner)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게 되었다. 당연히 우버처럼 여론의 찬반이 나뉘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침입자가 된 우버..
파트너가 된 카카오택시..
혁신의 평가보다 중요한건 생존.
생존하는 방법이 곧 혁신이 아닐까..



사실 이외에도 미국의 1등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가 더 존재한다.
Walmart는 한국의 이마트를 넘지 못하여 결국 한국 사업을 매각하였고,
Groupon도 티몬, 쿠팡을 넘지 못하였다.






조심스럽지만 글쓴이가 언급한 문제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혁신의 부족의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기업은 혁신적이고, 한국 기업은 후진적이다.' 라는 잘못된 프레임의 연장선이 아닐까 우려된다.



'미국'에선 그렇게 안해~
'미국'엔 이런게 있어~



Apple store at Buenos Aires.


미국의 기업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브랜드이다.

누구나 나이키 신발 하나쯤은 신발장에 있으며,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정도는 마셔봤을 것이다. 또 해외여행 중에 현지식사가 입맛에 맞지않으면 맥도날드도 방문해봤을 것이다.


세계 제 1의 경제 대국이며, 모국어가 세계 공용어로 인정되는 국가답게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나 브랜드는 곧 해당 분야의 세계 최고로 인정되기도 한다.



이미 완성된 세계 1등의 영재와 비교하여,
성장중인 한국의 상위권 학생들에게
'왜 너희는 세계 1등을 못하니?'
라고 다그치는 꼴이 되면 안된다.



세계 1등과 비교하면 당연히 부족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아니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우버와 카카오택시의 사례에서 보듯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고,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 규제속에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서비스를 개발하고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을 더 격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문의 앞부분에서 언급한 테슬라를 다시 언급하자면, 테슬라는 이미 존재하는 운송형태에서 그것을 가동하는 방식을 전환했을 뿐이다. 어쩌면 그 것이 전부였지만, 그 파급효과는 놀라웠다.


가솔린 방식의 연료주입 자동차는 한정자원인 석유에 의존하는 위험성과 함께 주행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로 인한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아 사용성이 떨어지며, 투박한 디자인에 수요도 부족했다.


테슬라의 Super charge station에서 Model S를 충전중인 Elon Musk.


그러나 테슬라는 이 모든 단점을 상쇄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4개의 바퀴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라는 부분에서 혁신적이지 않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테슬라만큼 혁신적인 기업을 또 찾을 수 있을까 싶다.







혁신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말자.







특허 관련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등의 화려한 수식어로 '혁신'이라는 단어를 포장하곤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것을 혁신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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