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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Jun 13. 2016

스타트업과 대기업

오늘 아침 주간조선에서 [스페셜리포트] 카카오보다 먼저 났던 네이버는...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어쩌면 이 기사를 읽고 네이버가 스타트업들과 공생을 위해 O2O영역을 양보했고, 그래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여 성과를 내고 있으며, 네이버 역시 다른 쪽에서 기회를 잡아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생각이 다르다.




최근 들어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위상이 격상되며,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공식적으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었지만, 대통령 지시로 대기업 집단 기준이 자산 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오르며, 현재는 공식적으로 대기업 규제를 받지 않게 되었다.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가 이제는 대기업이 되어 스타트업들의 밥그릇을 뺐고 있다.'
'카카오는 국내 스타트업들과 경쟁하지 말고, 글로벌 IT기업과 경쟁해라'


카카오 드라이버

카카오는 지난해 콜택시 사업 진출에 이어, 대리운전, 그리고 홈클린까지 진출을 선언했다. 최근 카카오가 진출을 선언, 혹은 진출이 예상되는 O2O영역에는 저마다 여러 스타트업들이 존재하고 있는 영역들이다. 때문에 카카오의 이런 사업 확장이 스타트업들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국내 스타트업들 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 중 하나며, 필자 또한 국내 스타트업에 몸 담고 있다. 또 이들 모두가 크게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필자는 역량 있는 팀의 성공을 응원하는 것이지 단지 스타트업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라면 그 목적은 영리 추구, 즉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것이며, 우리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구분 짓기보다는 누가 시장환경을 개선시키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이 곳은 수 많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공존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이들 모두 주식/유한회사로써 주주의 이익과 영리를 추구해야 할 목적이 있는 기업이다. 또 이들이 부딪치는 전쟁터에서는 상대가 더 크고, 세다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그래야 할 이유도, 의무도 없다. '법'이라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고, 살아남아야만 한다.


다시 주간조선의 기사로 돌아가보면,

기사에서는 마치 네이버가 스타트업들에게 O2O영역을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필자는 '양보'가 아니라 네이버가 O2O영역을 포기하고, 해외시장 공략과 미래기술 투자 등 다른 영역으로의 '집중'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전쟁터에서 승리를 상대에게 양보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당시의 O2O영역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해외시장과 머신러닝 등 기술 투자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네이버의 추이를 보면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네이버가 양보해서 잘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잘하는 팀들이었다.


부동산 앱, 직방의 TV광고 한 장면.

현재 O2O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네이버가 비켜줘서 잘하고 있는 팀들이 아니다. 네이버와 경쟁했어도 충분히 경쟁력 있었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쉽게 시장을 리딩하며, 투자유치도 이끌어낼 수 있었겠지만,

이 들이 현재의 영역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해당 영역에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지, 단지 '네이버가 안 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제대로 못하는 팀들이었다면 네이버가 손을 뗏어도, 사용자들도 외면했을 것이다.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인력도 자본도 부족하지만 한가지 영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대기업은 신규사업이 실패해도 상관없겠지만, 스타트업의 실패는 곧 폐업으로 이어질수있다. 분명 어려운일이지만 스타트업만의 집요함과 절박함이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게 어디있겠나.


이 부분에서는 며칠 전의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님의 페이스북 포스트를 인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을 역임하시면서 국내외 수많은 스타트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센터장님의 생각이시다. 필자도 이 글에 크게 공감한다.


카카오도 다음의 마이피플,
네이버의 네이버톡(Line)과
경쟁할 때만 해도 스타트업이었다.


마이피플 광고




글 초반부에서도 언급했지만, 필자는 무조건적으로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역량 있는 팀들이 서로 경쟁하며 시장환경을 개선시키는 일은 응원하나, 그저 법인 하나 더 생겨나게 하는 것은 시장 환경에도, 국가적으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위해 양보하길 기다리기보다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되, 대기업과 싸워도 이길 만큼의 역량을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필요도 있다.


냉정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 준비없이 사업을 시작했다면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300>의 한 장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카카오가 사업을 확장하던, 네이버가 사업을 확장하던, 삼성이 사업을 확장하던, 아니면 구글이 사업을 확장하던.. 스타트업들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골리앗의 등장이 싸움을 힘들게 할 수는 있지만, 전쟁터에서 상대 가려가면서 싸울 수는 없지 아니한가.


그래서 필자는 네이버의 사례로 카카오의 사업 확장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시장환경을 개선시키고자 하는지를 두고 볼 필요가 있으며, 네이버 사례를 통해서는 오히려 스타트업들이 네이버의 선택과 집중을 배울 필요가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국내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연한 피터 틸(Peter Thiel)

필자가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대기업과의 경쟁이든, 규제이든 그 무엇이든 문제라고 생각되는 '그것'을 해결하는 일이 기업의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자.


마지막으로 지금도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하고 싶다. 임정욱 센터장님의 말씀처럼 필자 역시 제2의 카카오 같은 스타트업을 볼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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