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초 Aug 06. 2023

나의 취향을 찾아서

요아소비의 아이돌에서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 사이 나만의 것을 찾아보자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바로 요아소비의 "아이돌 アイドル"이란 노래다. 애니메이션 OST 답게, 본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은 가사의 내용을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인상 깊은 가사가 있었다.


 "오늘 뭘 먹었어? 좋아하는 책은? 놀러 갈 때는 어디로 가? 

아무것도 안 먹었어, 그건 비밀, 무엇을 물어봐도 스리슬쩍 넘어가"


 아이돌은 아니지만 내 인생도 나름의 비밀들로 가득해서 남들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많지 않았다. 가정폭력이나 무직 취준생이라는 부정적인 딱지를 이리저리 숨기는 데 급박하기도 했고, 아버지한테 추적당하기 싫어서 SNS도 익명, 익명이 불가능한 페이스북은 아예 삭제했다. (실제로 아버지가 집을 나오기 전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계정을 추적, 팔로우한 적이 있었다.) 내 얼굴은 드러내지 않고, 내 과거도 드러내지 않고, 지인이나 친한 친구 사이에도 불편한 이야기는 삼가고, 마침내 내 감정도 숨기고. 그 결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가물가물해졌었다.


 내가 이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좋아한다는 감정도 흐릿해진 상태로 지내다가 정신과도 가보고, 상담도 받아보면서 천천히 내 감정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날 사랑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 그동안은 정말 날 사랑하고 이해하지 못했기에 미래나 희망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힘들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면접장에서 내 꿈이 뭐라고 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할 수 없다"는 비관을 현실이라고 변명하며 와르르 버렸던 나에 대한 생각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 호오와 돈이 되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을 했던 취미들과 될 수 없다고 접었던 꿈들을 다시 주섬주섬 주워 모아야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뭘까. 어떤 음악을 좋아할까. 어떤 이야기를 좋아했지? 어디를 좋아했고, 어떤 사람이 좋고, 어떤 일들이 기뻤고, 어떤 게 날 슬프게 했을까. 감정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들, 내 취향을 앞으로 찾아가 보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의 "취향"이란 대부분 필수적으로 "돈"과 연관된 것 같다. 과시적 소비뿐만 아니라 취향을 찾아가는 새로운 경험들은 대부분 "돈"으로 쌓아가는 시대다. 가장 쉽고 빠르고, 안전한 경험을 통해 취향을 찾아가는 방법이 "소비"이기 때문일까. 직장에서의 유사경험은 "부트캠프", 새로운 취미 찾기는 "원데이클래스"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경험들은 장르별로 세분화해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만 같다.


 비교적 저렴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 경험을 주는 것들은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미슐랭 가이드의 빕 구르망이라고 아는가? 훌륭한 퀄리티만 보다 보니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식당들은 대부분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미슐랭 스타 등급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의 훌륭한 가게들을 따로 모아 등재하는 일종의 등급 중 하나가 빕 구르망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가격"은 어느 정도 선이라고 생각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기준 한 끼에 45,000원 이하를 말한다. 한 끼에 45,000원, 사람마다 이에 대해 느끼는 상대적 값은 다를 것이다. 아껴서 좋은 걸 먹을 수 있다면 한 번 경험해 보기엔 좋다고 할 수도 있고, 이 가격이면 뷔페나 고급 레스토랑을 간다는 사람도 있고, 아예 이 기준 가격대는 나한테는 비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리스트 내에 비교적 저렴한 식당들도 많지만 맛있다는 이유로 어디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 또 그 "맛있다"는 내 입맛에도 맛있을까? 또한, 미슐랭은 요리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서비스나 가게 분위기가 별로일 수도 있다. 가격의 합리성, 경험의 질, 그에 대한 기준 등 여러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교적 저렴하게 내 취향과 좋아하는 걸 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일상을 적극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취향을 알아가 보기로 했다. 미술작품이나 영화 같은 것뿐만 아니라 생수의 맛이나 오늘 먹은 밥의 맛에서 어떤 게 좋았는지, 벌레의 어떤 점이 나를 소름 끼치게 하는지, 날파리의 좋은 점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정말로 나에 대한, 나를 위한 취향 찾기를 세심히 관찰하고 "낯설게 기록"하면서 미래의 이상도 천천히 그려보는 글을 이 매거진에서 쓰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