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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Aug 16. 2024

'진화'에 대한 오해

단어 사용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오늘날 대개 다윈의 진화론을 떠올리면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부터 생각나는데 이는 당대의 철학자 하버트 스펜서의 영향 때문이다. 다윈도 그의 영향으로 5판부터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진화(evolution)라는 용어 자체도 원래 다윈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펼쳐짐의 뜻을 담은 evolution이라는 단어가 진보(progress)를 함축한다고 생각해 사용하지 않고 줄곧 "변화를 동반한 계승(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는 용어를 쓰다가 1871년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펴내면서 '진화'라는 단어를 처음 쓴다. 『종의 기원』의 경우에는 1872년에 출간된 6판에 가서야 "진화"로 대체한다.

- 종의 기원(찰스 다윈, 장대익 옮김) 옮긴이의 서문 중에서 -

'진화'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보'를 떠올린다. 더 우수한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여기는 것이다. 


예전에 창조설을 믿는 A와 대화한 적이 있다. 그는 대화 중에 B가 이야기 한 '진화'라는 단어에 굉장히 거부감을 표현했다. '진화가 아니라 자연선택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때요?'라고 제안했고 B와 나는 자연선택에 의한 과정이 곧 진화임을 설명하였으나 A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가 생각하는 '진화'는 '진보'였던 것이다.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라는 용어는 우수한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희석시키는 느낌이다. 그래서 훨씬 그 의미에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진화에 목적과 방향은 없다. 단지 그때에 '적합한' 것이 있을 뿐이다. 지금 적합한 것이 나중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이 지금은 적합한 종일 지라도 언젠가는 적합하지 않아 모두 멸종할지도 모른다. 다윈은 생명의 진화가 그 누구도 살아서 목격할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는 장엄하고 정연한 과정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사진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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