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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너무 좋아하는 것도, 재능"

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67화

by Sujiney

이쯤되면 병이다. 뭘 봐도 발레와 연관을 짓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것. 어느 일본 기업의 인재 채용 광고 카피.

"너무 좋아하는 것은, 재능. (好きすぎる”は、才能。)"

연희동 도자기 공방, 작업실 위도에서 즐거운 작업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일본의 광고 카피 문구 이야기가 나왔다. "가족이란, 귀찮은 행복" "본업은 행복" 등의 이야기가 오가다, 선생님이 문득 던진 위의 카피. 완전 마음에 스몄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일본의 대표적 출판 그룹 중 하나인 카도가와의 2023년도 신입 사원 채용 광고의 카피였다.



도자기 클래스 이전에도 이미 발레 클래스를 두 개 듣고 왔던 나. 마침 입고 있는 옷엔 커다랗게 'Ballet'라는 프린트.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따지면 거의 수석무용수다. 얄궂은 건, 좋아하는 마음과 잘하는 몸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나의 경우는 적어도 그러하다.

잘하지 못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의 얄궂음이여.


하지만, 생각을 고쳐본다.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고. 무언가에 열정을 쏟고, 더 잘하고 싶어지는 성장의 동력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기에 위의 광고 카피도 나온 게 아닐지. 물론, 그런 삶이 의미가 없다는 건방진 이야기는 아니다. 의미 없는 삶이란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엔 각자의 의미가 있으니.

몸도 맘도 굳은 성인이 되어, 취미로 발레를 배우면 한 가지만은 명확하다. 발레 프로 무용수가 될 수 없다는 것. 아무리 용을 써도, 주역은 될 수 없다. 그게 발레라는 잔인하고도 엄격한 아름다움의 본성이다. 정리하자면, 우린, 적어도 나는, 성취의 한계가 명확한데도 계속해서 시간과 돈을 들여 노력을 하고 있는 것. 누가 보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겠지. 그럼에도 어쩌겠나.

좋은 걸.




그래서일까. 최근 이승용 선생님이 클래스에서 해주신 아래 말씀에 눈물이 핑.

"여러분들이 발레에 대해 갖는 진지함이 너무 아름다워요. 오히려 저희같은 프로 무용수들은 그냥 당연히 매일 하는 건데, 여러분들은 하나하나에 진지하잖아요. 계속 그렇게, 그 마음을 갖고 하시면 좋겠어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래, 발레라는 건 힘들고 어렵고 더디 늘지만, 그럼 또 어때. 계속 하는 거다. 좋은 걸 어떻게 해.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발레를 좋아하는 것. 너무 좋아하는 것. 그것이 나의 재능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무하며, 오늘의 쁠리에를 점검하고 내일의 쁠리에를 기대하자.

By Suji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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