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73회
발레가 취미라는 건 어찌보면 특권인지도 모를 일이라고 문득, 생각했다. 뉴욕시티발레단(NYCB)의 수석무용수 사라 먼스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다. 발레가 직업이 되었을 경우의 고통, 그 화려함 뒤에 숨은 어둠을 솔직히 고백한 내용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취미발레인인 우리가 선망하는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이 수석무용수는 우울증의 긴 터널을 지나왔다. 팬데믹 이후, 손꼽아 기다렸던 공연에서 턴을 하나 빼먹는 실수를 하고 난 뒤, 자책의 구렁텅이에 빠지면서다.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 거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먼스는 NYT에 이렇게 말했다.
자책 무한 루프에 빠진 그는 무한 연습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고 한다. 뭐든 과하면 탈이 난다. 연습도 그러했다. 먼스의 몸과 마음은 점차 지쳐갔고 악순환과 우울증에 빠졌다. 그는 "매 공연이 끝나면 눈물이 쏟아졌다"고 NYT에 말했다. 감동이나 감사의 눈물이 아니었다. "내가 왜 이것밖에 못했을까" "내가 왜 이러지" "난 역시 부족한 가봐" 등의 자책의 눈물이었다. 그는 결국 발레단에 SOS를 쳤다. "나,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먼스에 탄복한 이유는 도움을 청할 용기가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 NYCB의 부속 학교인 스쿨 오브 아메리칸 발레(SAB)는 심리 상담 센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발레 프로 무용수가 된다는 건 압박과 고통의 길이지 않을까. 옷장만 수석무용수인 내 입장에선 상상만 해도 힘든 일의 연속일 것. 그만큼 멘털이 중요할 터다.
하지만 취미발레에서도 가끔 멘털이 흔들릴 때가 발생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원하는만큼 잘할 수 없다는 욕심 때문이다.
너무 좋아하다보니 너무 잘하고 싶고 너무 열심히 하는데 그러다보면 외려 그 마음이 독이 되는 때가 온다. 그러다보면 발레를 좋아하는 만큼 실망감이 커지고 몸도 맘도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일 터. 다행히 아직 겪은 적은 없고 앞으로도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일명 '발태기(발레 권태기)'도 그래서 오는 게 아닐까.
그래서일까. 더시티발레 공연 연습 중 신현지 선생님의 아래 말씀이 마음에 완전 스며들었다. 연습 1주차에 해주셨던 말씀.
"여러분들, 연습을 하면서 꼭 조심하셔야 하는 게 있어요. 다치지 않는 겁니다. 몸을 다치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요, 마음을 다치지 않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 취미발레 역시 몸은 아니지만 마음만큼은 무용수들처럼 뜨겁다. 이 뜨거운 마음이 우리에게 화상이 아닌 온기로 이어지도록, 잘 관리해나가자.
결국 우린 행복과 자유를 위해, 발레라는 아름다움을 선택한 것이니까. 스스로의 마음을 소중하게 돌보자. 내가 없으면 발레도 없다.
By Suj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