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넷이즈), 웰빙 흑돼지 브랜드 '왕이웨이양' 오픈
알리바바와 징동이 계속해서 신유통(零售领)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 대표격 인터넷·게임 기업인 왕이 역시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달 16일 왕이 산하의 농업 브랜드인 ‘왕이웨이양(网易味央)’은 중국 내 최초로 항저우 시후 문화 백화점의 세기 롄화 징쉬엔점(世纪联华鲸选店)에 흑돼지 전문 신유통 매장을 오픈했다. 잇따라 17일에는 광저우 게임 테마 카페에 ‘이지엔(易间)’이란 햄버거 매장을 세웠다.
우선 왕이웨이양은 직접 흑돼지를 키워서 고기를 판매하는 것을 주로 하는 자회사다. 이를 통해 삼겹살, 족발, 갈비, 꼬리, 만두소 등 15종의 부위를 판매한다. 각 부위는 350그람 단위로 포장된다. 위챗 공공계정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판매를 하고 있다. 징쉬엔(鲸选) 앱에서 왕이웨이양의 제품을 주문하면, 3km 내 1시간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왕이웨이양이 중국 내 전통 신선 매대와 구별되는 것은 제품 구매 가이드부터 요리, 배송을 일체화했다는 점에 있다. 오프라인의 소비자들에게 더욱 밀착하여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제품의 전문화’ ‘젊은 층의 타깃화’ ‘구매의 편리화’ ‘정보화’ ‘외식화’의 콘셉트를 가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일체화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왕이웨이양은 유행처럼 번진 ‘신유통’ 때문에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다. 왕이의 창업자인 딩레이(丁磊)의 주도 아래 왕이는 2009년부터 흑돼지 축산 분야에 진출했다. 왕이는 축산 과정을 스마트화해 흑돼지의 유통을 관리했다. 보통 흑돼지는 아니다. 돼지의 양육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고급화한 전략을 취한 것이다. 지난 해 11월 25일 경매에서 왕이의 흑돼지는 11만 위안(약 1900만 원)에 판매됐고, 26일에는 16만 위안(약 2750만 원)에 낙찰됐다.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물론, 대중 참여 요소를 빼놓은 건 아니다. 올해 3월 21일에는 왕이웨이양 흑돼지 제품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는데, 3일 만에 1000만 위안(약 17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왕이웨이양이라는 브랜드를 대중들에게 확산시키려는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왕이는 오프라인 매장과도 계속해서 합작을 하고 있다. 파트너사인 세기롄화징쉬엔점은 ‘신유통’을 테마로 만들어진 매장으로, 왕이 역시 이 흐름을 타고자 합작을 맺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왕이가 파트너십을 통해 오프라인에 진출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신유통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왕이 산하의 ‘왕이옌쉬엔(网易严选)’이라는 ODM(제조자개발생산)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광저우에 세운 이지엔이란 카페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안심 흑돼지 햄버거’를 메인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햄버거의 특징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내세운다는 것인데, 최근 중국의 웰빙 트렌드와도 같은 궤를 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의 생활 압박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폭발적 상승, 대학을 위한 1선도시 호구 확보, 업무 압박 등에서 나온 현상인데, 왕이는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왕이웨이양은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의 제품을 싸고 빠르게 구매하는 개념을 넘어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식자재를 식당과 고객에게 편리하고, 신뢰성을 보장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
왕이는 올해 4월부터 오프라인 진출 청사진을 구축했다. 왕이웨이양은 와이포지아(外婆家)라는 요식업체와 합작을 맺고 주바(猪爸; 돼지아빠)라는 식당을 공동 투자해 오픈했는데, 왕이는 돼지고기 육류를 공급하고, 와이포지아는 식당 관리를 분담하는 구조다. 이 식당은 순식간에 항저우에서 웰빙 식당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왕이의 돼지고기 판매 사업은 신유통이라는 중국 내 IT 트렌드와 세대적 요구에서 등장한 산물이다. 신중산(新中产)의 생활 방식에 ‘웰빙’을 더한다는 개념인 것이다.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거나 최신 기술을 앞세운 전략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웰빙으로 새롭게 브랜딩화한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이번 발표를 인터넷 기업이 단순히 신유통을 쫓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지 말아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 원아시아 왕핑핑 에디터
번역: 원아시아 유재석 시니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