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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월매 Jan 25. 2023

여행 갈 때 '이것' 없으면 절반짜리 여행

25개국 여행 후 뒤늦게 알게된 여행 비기

이모님이 '유럽 소도시 여행2' 라는 책을 빌려줬다. 여행 가이드북이다. 그러고보니 이전에 당신이 유럽여행 책을 보다보니 진짜 여행하는 것처럼 좋더라는 말에 별 생각없이 맞장구를 쳤었는데, 꽤나 관심있는 것처럼 들렸나보다.





요즘에 인터넷이 있는데 누가 여행책을 보나. 전혀 관심은 없었지만 어쩐지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 대충이라도 보고 돌려주려 책을 펼쳤다. 네덜란드, 독일, 체코 등 유럽 중부 오른쪽 국가들 중에서도 소도시들만 모아놓은 가이드북이었다. 슥 훑어봤는데, 이게 웬 걸. 생각보다 소도시들의 매력이 제대로다. 보통 유명하지 않은 도시라 함은, 예를들어 미국의 중소도시의 경우엔 해봐야 시청 앞이나 맛집 정도, 혹은 그마저도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나 유럽은 전국 구석구석에 오래된 풍요가 녹아있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으로 여행지 정보를 검색한다. 그에 비해 이런 책은 마치 90년대에 아빠가 가족여행 전 전화로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회화를 연습하고, 종이지도를 준비하던 시절에나 쓰던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아는 유명 관광지에 겉핥기식 정보만 있는 팸플릿 정도에 그칠거라고.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Just go 유럽소도시여행2 중부/동부 유럽 9개국 (최철호 최세찬 지음)'은 이제까지 내가 본 그 어떤 여행 정보보다 알차고, 또 샤프했다.



검색으로는 한참 걸릴 것같은 산발된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있고 환전부터 기차예약 방법, 숙소 종류 정하는 팁 등 까지 상세했다. 미지의 세계에 도착해서 뭐 부터 알아야하는지도 모르는 여행자에게 적격이다. 현지 투어가이드나 해줄수 있을 것 같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도 쏠쏠하다. 블로그에는 글쓴이가 이용한 교통편과 그것에 대한 감상이 주로 안내가 돼있다면 가이드북에서는 각 교통편의 장단점과 가격이 한눈에 정리돼 있었다. 유튜브에서 15분짜리 영상을 하염없이 빨리감기하며 알아냈을 랜드마크 소개가 단 한 두 페이지 안에 깨끗한 고딕체로 담겨있다.


이중에 한 곳, 내가 가본 적이 있는 체스키크룸로프 부분을 펼쳐보았다.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당시 아무 정보도 없이 어디라도 가야겠다 싶어서 도착한 체코의 작은 고성도시는 '멋들어진 중세도시' 정도로만 기억하는데 알고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 예쁜 건물과 오래된 보도블럭 안에 스토리가 있고, 문화가, 역사가 있었다. 영어로 대충 읽고 지나쳤던 내용들이 10년뒤의 나에게 이렇게 다가와 이곳에 다시 한번 와보면 어떻겠냐고 새롭게 손짓한다.


레스토랑 추천도 있다. 주요 인기 메뉴와 가격까지 친절하게 안내돼있어 보기만해도 입맛이 돈다. 물론 관광명소를 제외한 곳들, 그러니까 근사한 멋쟁이 카페나 로컬 맛집들은 따로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곳들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가면 한국인들만 득실득실하다는 문제가 있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길 누구보다 싫어하는 민족인 한국인으로서 이역만리 타지에서까지 향우회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면 맘편히 ”구글맵“ 평점을 믿는 편을 추천한다.


3월에 여행이 예정돼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지. 이번 여행을 위해 투어 가이드북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그 동네의 모든 것을 아는 설명충이 되어.. 동행자인 남편의 고막을 닷새동안 즐겁게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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