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내음 Mar 02. 2023

로그아웃

단톡방을 나가며

한 사람 한 사람 방을 떠난다.  아무 말 없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누군가는 큰 하트 이모티콘을 남기며 방을 나간다.       


방을 나가려다 말고 잠시 머뭇거린다. 단톡방의 앨범에 간직되어 있는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함께 했던 길고도 짧은 순간들을 떠올린다.   



        

피아노 치는 것 외엔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내게, 우연히 듣게 된 글쓰기 수업은 가슴 설레는 도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강의를 들으며,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마음을 주고받았다.


어느덧 3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2년 여의 코로나 기간에도 중단 없이 온라인으로 이어져 왔던 글쓰기 수업은 세 권의 공동책 출간과 두 번의 북 콘서트를 치러냈다. 서너 번의 문학기행도 함께 떠났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도 해보지 않은 나에게, 문우들과 같이 보냈던 3년 여의 시간은 문학소녀가 된 듯 순수하고 따뜻했다.


제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문우를 축하하기 위해  떠난 2박 3일의 제주여행은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즐겁고 해맑았다.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가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던 일, 두툼한 오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외쳤던 ‘해당화(해마다 당당하고 화려하게)‘, 미식가 회장님이 애정하는 식당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고등어회를 먹을 수 없게 되어 낙담하다가 포장은 가능하다는 사장님  한 마디에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던 그 순간의 짜릿함을 떠올릴 때면 아직도 입가에 스멀스멀 미소가 반진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같이 해서 행복했습니다 ‘. 할 말은 많지만 짤막한 글과 함께 ‘나가기’ 버튼을 누른다.   

방이 있었던 그 자리는 언제 있었냐는 등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로그아웃한 빈자리가 쓸쓸하다.

아쉬움과 그리움, 후회가 어우러진 여러 가지 마음이 스멀스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이별이고 로그아웃이지민 , 마음속 로그인은 영원히 그대로 존재할 것을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건반 소리, 마음의 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