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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내음 Nov 19. 2023

낯선 이별

덴마크, 노르웨이 여행기 1 (2022)

3년 만이다. “잠시 멈춤” 상태였던 해외여행 길이 조심스럽게 열리기 시작했다. 귀국하기 전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귀국행 비행기도 못 타고 10일을 여행지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무리수가 있었지만 언니의 세 자매 여행 제안은  유혹적이었다.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모든 것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랫 만의 해외여행 이어서일까. 서울에서 13시간을 날아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서 환승 게이트를 찾아가던 중이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꽉 붙잡고 있던 캐리어의 손을 잠시 놓는 순간 가방이 기우뚱하고 균형을 잃더니 우당탕탕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운동신경도 없고 순발력도 없는 내가 가방을 잡겠다는 신념 하나로 저지른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에스컬레이터 끝 바닥에서 내동댕이 쳐 있는 가방을 일으켜 세웠을 때는 , 이미 여기저기 부러지고 망가진 부상병의 모습이었다.  


새 가방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 마음에 들지도  않는 가방을 공항 면세점에서 샀다.

정성 들여 개어 넣은  옷가지와 물건들을 새 가방에 쓸어 담고 가게를 황급히 떠나려다  뒤돌아보니 부서진 가방이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고마웠어, 미안해.”

애써 외면하며 종종걸음으로 탑승구를 향한다.


낯선 곳에서의 이별은 더 가슴이 아프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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