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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rin Dec 11. 2022

인터뷰어 경력 8년 차,
어떻게 인터뷰하냐면요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 정도는 질문하지 마세요

*발행하는 모든 글은 얼큰하게 두 잔 걸치고 씁니다. 가볍게 봐주세요.


인터뷰 질문지까지 상사와 선배 그리고 클라이언트에게 빨간 펜과 함께 피드백 받던 시절이 있었다. 영향력 있는 공기관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을 제작하는 작은 디자인 에이전시였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보내는 1교 수정본은 그야말로 ‘피바다’였다.(이렇게 수정 줄 거면 새로 직접 쓰시던지요!) 프리랜서로 상주해 있던 한 선배에게 받았던 질문지 피드백은 아직까지 또렷하게 기억나는데, 바로 이것이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같은 질문은 초짜나 하는 거예요.
에이전시가지말라고왜아무도나한테말안해줬어

그 당시 얼굴 붉히며 속으로 엉엉 울던 내가 우습게도 몇 년이 지나 같은 말을 이 글에서 하고 있다. ‘적어도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는 인터뷰이에게 질문하지 마세요 뻔하지 않은, 경쟁력 있는 기사의 첫 출발은 질문이다.


정답은 아니지만, 오답은 아닌 질문지 작성법


1) 우리가 인터뷰하는 대상은 보통 인터뷰 경험이 한두 번쯤 있을 확률이 높다. 먼저 인터뷰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참여한 모든 인터뷰 기사를 찾아 보자.(인터뷰이가 운영하는 소셜 계정을 검색해 보는 것도 베스트) 기사를 토대로 정보를 취합하고, 그 정보를 재료 삼아 질문을 꾸려야 한다. 어쩌라는 거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아래 예시를 참고하자. 


예시 1)

총 5곳의 회사를 경험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 님께서 운영하고 계시는 브런치에 <신입 커리어를 망치는 회사들>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하셨죠.(기존 정보) ○○ 님만의 합격하는 이력서 그리고 포트폴리오 팁이 있다면요?(질문)


예시 2)

종이 패턴에서 캐드로의 전환, 그리고 손그림에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로의 전환처럼 의상 제작도 3D가 주류가 될 거라는 생각이 지금의 3D 디자이너 길로 이끌었다고요.(기존 정보) 그럼에도 이전에 하셨던 디자인 작업에 애정이 있으셨던 만큼 그 결정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질문)


2) 질문지 안에서 미리 스토리텔링을 구성해 두자. 나는 (분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세 파트로 나눠 목차를 잡듯 중제를 적는다. 그럼 전체적인 인터뷰 흐름도 자연스러워지고 답변을 가져와 원고로 푸는 시간도 단축해 준다.

마감일 지키기 힘든 건 여전합니다.. 

3) 만약 인터뷰어 경험이 적다면, 히든 질문을 준비해 두자. 인터뷰이가 준비한 질문에 술술 대답해 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살펴 보면) 10명 중 8명은 핵심만 간략히 답변하거나, 하이라이트로 쓸만한 재밋거리를 던져주지 못한 채 인터뷰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 

이때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풍성하게 이어나가기 위해 준비해 뒀던 히든 질문을 꺼내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진다.(짬이 차면서 이 준비는 점차 불필요해진다.)


인터뷰 진행 시 이것만큼은 지켜 주세요 (※라떼주의)


1) 질문지는 인터뷰 당일 기준, (최소) 일주일 전 인터뷰이에게 공유하자. 인터뷰이가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2) 사진 촬영을 진행했을 경우, 기사에 사용할 사진을 사전에 검수 요청하자. 썸네일과 같이 디자인이 필요한 사진은 작업이 들어가기 전에 검수 받아야 디자이너가 두 번 일하지 않는다.


3) 말해뭐해 기사 발행 전, 원고 검수는 필수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면, 대략의 초안을 작성한 후 빠르게 검수 요청하자. 사실 확인과 기사에 들어가도 문제 없을 내용을 검수 받는 것이다. 그 이후 최종 원고를 작성하는 방법이 제일 효율적이다.(인터뷰이에게도 최종 교정교열하지 않은 초고라고 말해 두자.)


4) 기사 발행 후, 기사에 대한 유저(독자) 반응을 공유하자. 인터뷰이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 그것이 자기 PR, 셀프 브랜딩의 핵심이다. 


5) 인터뷰 시간보다 10~15분 일찍 장소에 도착하자. 5분은 질문지를 작게 소리내 읽으며 말을 버벅이지 않도록 워밍업해 주고, 5분은 용모를 확인하자.(안구건조증이 심한 나는 눈곱을 확인하는 편이다.)

당신이 궁금해

인터뷰어는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인터뷰이 삶에 다이빙해 깊숙한 면면을 들여다 보는 눈은, 호기심과 애정에서 비롯된다. 물론 사람에 데이고, 일에 치이는 상황에서 그 마음을 유지하는 건 몹시 어렵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은 심정이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게 직장인의 숙명이니까. 

그래서 질문지가 더욱 중요하다. 내가 듣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이야기. 하루에도 몇 백개씩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 내 기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자문하며 인터뷰어와의 유대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는 것이다. 도저히 질문하고 싶은 게 없을 땐,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하나 꺼내 마셔 보자. 알코올이 해결해 주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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