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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비 Feb 09. 2021

영화 <기생충>분석

스토리텔링이란 사전적 의미로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말 그대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기생충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영화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소재보다 뛰어났던 디테일     

기생충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꼈겠지만, 상징처럼 느껴지는 사물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를 보다보면 장면마다 핵심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소재를 말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물’이다. 기택의 문 너머에서 소변보는 사람, 쏟아지는 비로 인한 물난리 등 물과 관련된 여러 사건을 보여주면서 물의 폭력성에 대해 느끼게 한다. 

즉, 물은 곧 폭력을 나타내는데 이것은 기택이 물에 관한 사건에 대해서 어찌할 수 없이 당하는 것처럼, 무력에 힘쓰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초반에 자신의 집 앞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에 대해서 어떠한 압력을 가하지 못하지만 중반에 가서는 그 사람에게 물을 뿌리거나 무력에 맞서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중요한 사물 중 하나를 나타내는 수석은, 명문대에 다니는 친구가 선물해 준 것으로 자신이 그 수석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점점 자신이 성장함에 따라 그 수석에 대한 욕심 역시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중에 비에 쓸려 내려갈 때, 그 수석만을 챙기려는 기우의 욕심이 나타난다. 또한 그 수석은 직역하면 물의 돌이라는 뜻이 되는데, 기우의 친구가 재물을 상징한다며 선물을 한 것으로 비추어 보아 자본의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수석으로 인해 기택네는 부자의 집에 붙은 2대 기생충이 되었지만 결국 기우의 머리를 내려치게 만드는 흉기로 변모함으로써 무력과 폭력의 상징성을 나타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은 ‘계단’이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상하로 무빙하는 카메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뜻을 잘 몰랐지만, 기택의 집을 비추거나, 그 동네를 비출 때 반지하에 갇힌 가족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절대 카메라는 창문을 수직으로 비추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동익과 연교의 집을 보여주고, 그 집의 파티나 행사를 비출때는 카메라는 탁 트인 시야와 창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반 지하에서 올라와 점차 위로 올라가는 부의 권력을 카메라의 무빙을 통해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영화를 보면서 눈에 띄었던 장면이 있는데 계단이 높게 올라와 있고 그것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기택의 동네 높은 계단, 동익과 연교의 집에 있었던 지하실 계단, 기택의 화장실 계단 등) 이처럼 높낮이를 카메라의 무빙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무의식 중에 높은 곳과 낮은 곳을 교차해서 보여주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은 ‘맥주’다. 처음 그들이 반 지하에서 살 때에는, 필라이트(국산맥주)를 마신다. 굉장히 작은 디테일이긴 하지만, 점차 그들이 동익과 연교의 집에서 붙어살게 되면서 거짓으로 부를 누리게 되면서 양주를 몰래 마시거나, 비싼 수입 맥주를 마시는 등의 행동을 보여준다. 특히 지금 말했던 맥주나 계단의 상하높이처럼, 냄새나 그림 등을 통해서 계급사회를 철저히 구분하는 장치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서 관객이 이 영화를 봤을 때, 이 영화 소재 자체뿐만 아니라 디테일 적인 측면으로 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더욱 잘 설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공통적인 본성사랑     

영화에서 중심적으로 나타나는 가족들이 있다. 기택의 가족, 동익의 가족, 그리고 문광의 가족까지. 이 세 가족은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기택의 가족은 부의 빈곤에 못 이겨 동익의 가족에게 기생충처럼 붙어있는데, 그 과정에서 제 1의 기생충 가족을 발견한다. 그들은 바로 문광의 가족. 

    이 세 가족은 모두 다른 삶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기택은 가족들을 위해 여러 사업에 뛰어들지만, 그 끝이 좋지 않았고 피자박스를 함께 접거나 음식을 나눠먹고, 동익의 가족들에게 붙어서 서로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동익의 가족을 보자. 동익과 연교는 부자의 삶을 누리며 그들의 자식들에게 극진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안에서 나타나는 동익과 연교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서 영어과외 혹은 미술과외를 시키는 등 사랑이 있는 가족들의 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광의 가족. 문광의 가족은 아주 오래 전부터 동익의 집 밑바닥에서 그녀의 남편에게 남는 음식을 가져다주거나 아픈 그녀의 남편을 치료하는 등 그들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이것 역시 가족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영화를 분석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 점은, 그들의 계급 사회 안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사랑이 전제로 깔려있다는 점이었다. 계급성과 인간성이 혼동되는 많은 장면이 있고, 너무나 적나라하고 현실적 혹은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영화 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사랑으로 인해 우리가 이 영화를 볼 때, 낯설지 않고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라깡의 정신분석학을 통해 바라본 <기생충>     

이 영화를 분석하는 도중, 수업시간에 대략적으로나마 배운 라깡의 정신분석학이 떠올랐다. 라깡의 정신분석학 내용 중, objet a (대상 a) 의 개념이 생각이 났는데 이 개념을 기생충을 분석하는데 조금 사용해보려고 한다. 자크 라깡이 말한 대상 a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이자 시간 속의 상상적 순간을 의미하는 잃어버린 대상을 뜻한다. 

교수님이 하셨던 이야기 중 현재 우리 역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 대상을 위해서 즉 추구하는 목적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희생시키고 있을 수 있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이처럼 자크 라깡은 이 대상 a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대상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는데, 기생충에서 역시 기택의 가족들은 그들이 부족했던 삶의 대한 부, 그리고 계급 사회에 맞추어진 이 사회의 규범에 따라 삶을 산다. 그러면서 욕망하고 추구했던 계급 사회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것을 사실적이고 매우 극적으로 보여준 경우가 영화 ‘기생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점이 분명 있겠지만,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목적은 결국 그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희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익과 연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계급사회의 위에 올라와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 계층에 대한 현실을 외면하고 더 높은 문화를 숭배한다. (ex- 미국의 문화) 이 장면은 그들 역시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의 욕망의 대상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느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동익과 연교가 집에서 기택과 그의 가족들을 흉보는 것을 장면을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그들 모두 결핍된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그들의 감정을 소모하고 희생한다고 느꼈다. 또한 라깡이 말한 상징계 중 언어가 생각난다. 자크 라깡이 말한 언어는 인간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확신시켜주기도 하지만, 나와 나 사이의 틈을 만들어 그 틈 사이로 인간을 억압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 개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영화를 대입시켜 이 개념을 이해해보자면 그들이 말하는 언어는 그들의 가치관이나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을 통해서 완전히 그들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말을 통해 자신을 꾸미고 말을 통해 거짓을 만들어 내거나 사회 전반에 펼쳐진 억압된 환경 안에서 언어는 마음대로 춤을 추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촘촘히 짜인 규율과 사회적 규범이 정립되어 있는 사회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간은 그 틈 사이를 비집고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반대로 그 사회의 규범과 규율이 없을 때 인간은 혼돈한다. 그런 점에서 이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존재가 바로 언어라고 생각한다. 자크 라깡이 말한 언어 역시 상징계를 말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분석하면서 개념을 대입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기생충>을 본 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나의 감상평을 짧게 적고 영화 분석을 마치려고 한다. 일단 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합작은 이미 많은 호응과 찬사를 받았기에 나도 그들 중 한명으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또 한 번의 합작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조여정 배우 그리고 이선균 배우, 최우식 배우 등 유명한 연기파 배우들까지. 

그러나 이 영화는 한 번 더 내가 가지고 있던 기준치, 기대감을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배우의 발견’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원래 기대하던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처음 보는 배우들의 완벽하고 소름 돋는 연기에 탄성이 나왔다. 이정은 배우와 장혜진 배우, 박명훈 배우, 그리고 박소담 배우까지. 그들의 연기는 영화 <기생충>의 주제의식을 그들 스스로가 뿜어내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들이 작품 안의 하나의 소재처럼 완벽히 표현했다. 오히려 기대하던 배우들보다도 더 신선하고 충격으로 다가왔다. 배우들의 열연 외에 영화 기생충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주제였다. 

봉준호 감독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완벽히 들어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해석과 분석을 통해서 관객들이 작품이 가르키고 있는 방향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부의 계급사회에 억눌린 인간상, 그리고 기생충처럼 표현된 인간의 본성, 억압된 자아의 분열 등 너무나 많은 것을 담아서 생각하고 또 해석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여운이 오래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해석들이 나왔고 영화 평론가들의 분석이 이어졌다. 그만큼 영화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 영화가 담은 숨은 의미들을 파악해내는 재미도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내가 만약 다시 한번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담백하게 정말 스토리만을 보고 싶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너무나 많은 의견들이 머릿속에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사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한 점이었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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