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과 호이안
세월을 십 단위로 세는 것이 이젠 놀랍지도 않다. 십 년 전은 엊그제 같으니 20년 전쯤은 후루룩 국수 두 번 면치기 한 느낌이랄까. 세상에 갈 곳이 많으니 두 번 오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20년 전 혼자였던 나는 가족들과 다낭에 왔다. 작년 여름쯤부터 내년 초 여행 가자 했던 부모님의 후보지 중에 하나였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고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깝고, 적당히 관광할 포인트가 있을 곳. 고르고 골라 다낭과 호이안을 선택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해외여행은 쉽게 계획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릴수록 더욱. 피곤해지면 다정함을 잃는 나를 아니까. 그래서 혼자 또는 남편과 둘이, 또는 부모님만 모시고는 떠났어도 아이 둘을 다 데리고 가는 건 미루고 또 미뤘던 것 같다.
엄마가 손주들과 같이 가고 싶다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부모님만 모시고 오려고 했다. 아이와 노년의 어른을 만족시키면서 하는 자유여행이 결국 둘 다에게 어중간한 여행이 될까 봐. 그런데, 아마도 함께하는 것에서 다른 것과 견줄 수 없는 추억이 분명 있을 것이라 주문을 걸며 하나하나 예약했다.
전날까지 일 마무리하느라 호기심 대마왕 아이들이 이것저것 여행에 대한 질문에 대답도 미뤘다. 아침에 공항 가면서 아이에게 전한 말.
“훤아, 이제 질문 실컷 해! 엄마 이제 일 다 끝냈어. 궁금한 거 다 대답해 줄게.”
아이들은 다행히 이동하면서도 내내 콧노래를 불렀고 특히 막내가 아주 기특하게 잘 기다리고 걸었다. 첫째는 오기 며칠 내내 편도염과 구내염으로 고열을 앓았는데 오기 전날 똑하고 떨어졌다. 크고 나서 처음으로 많아 아파 3킬로나 빠졌는데 여행 가서 맛있는 거 못 먹을 까봐 어찌나 약도 잘 챙겨 먹던지.
귀한 시간 선명하게 기억되게 꾹꾹 눌러 담아야지. 후루룩 국수 두 번 더 면치기 하듯 시간 지나면 오늘이 그리울 거야.
*글은 여행 첫날 밤 쓴 글이고 어제 일주일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언젠가 나머지 이야기와 사진들을 정리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