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재일교포 지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무려 길이가 1미터가 넘는 무를 보자말자 나의 검색손이 바빠졌다. 야요이시대에 일본에 전해진 무는 당시 산마, 토란, 박과식물(참외와 오이)과 함께 일본에 전래된 가장 오래된 채소다. 무는 이집트와 지중해 동쪽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전해졌고, 아시아루트는 중동을 경유해 중국과 한국을 거치거나,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거쳐 일본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현재 일본에선 47종이 넘는 무가 전국적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그 중 기네스북에 등재된 무가 2종류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로 카고시마현의 사쿠리지마무(桜島大根31.1kg)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로 아이치현의 모리구치무(守口大根1.917m)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채소가 있다는 것은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재료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하기 때문에 고객의 입이 자연스럽게 즐거워지는 동시에 농사를 짓는 생산자도 덩달아 웃음꽃이 핀다.
하지만 류경오 아시아종묘대표이사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 농산물 유통이 아직까지 도매시장의 영향력이 큰 탓에 경매사나 중도매인이 찾는 품종을 농민들도 선호하다보니 신품종 개발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인류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안전한 먹거리 확보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종자가 향후, 한국 농업의 가장 큰 무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농산물직판매장(파머즈마켓)에서도 농가들이 동일한 농산물의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격경쟁에 돌입하지만, 현명한 농가들은 가격보다는 차별화할수 있는 품종에 힘을 쏟는다. 한 품종을 제대로 생산하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날씨가 좋아 한 품목의 생산량이 조금이라도 늘면 가격이 떨어져 크게 손해보는 게 우리 농업의 현주소다. 베스키라빈스31의 광고카피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을때 비로서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을 되새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