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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Dec 27. 2023

책이 출간 되었습니다

보통날의 시선 16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2023 군산시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책으로 『모든 다정한 저녁/글. 그림. 김정희/봄날의 산책』입니다. 그동안 쓴 글과 그림으로 엮은 세 번째 그림 에세이입니다. 


 책을 엮으면서 생각합니다. 더 꼼꼼하게 잘할걸, 더 세밀하게 살펴서 쓸걸, 그림은 또 왜 이렇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등 신경이 쓰였습니다. 출판사와 여러 차례 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수정을 거듭하였으나 제가 다 보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책을 내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그 첫 이유는 나 혼자 보던 글이 누군가에 전해져 함께 보고 느끼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면 기꺼이 내놓고 싶다는 것과 두 번째 이유는 최선에 다가서기 위한 나름의 애를 쓴 시간이 있었음을 스스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책이 이름을 달고 나왔다는 뿌듯함에 앞서 잘 쓰고 있는가 하는 물음 앞에 섭니다. 그러다가 이만하면 어때! 완벽은 없어! 역량껏 했으니 괜찮지! 싶다가, 쓰다 보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곁에 두고 또 한 발짝 디뎌 보려고 다독입니다.


 스승은 그랬습니다. 무엇이든 70%만 해도 괜찮다고, 좋아해서 쓰고 즐거워서 그리는 그림입니다. 그러면 된 것입니다. 나머지 30%는 살면서 쓰면서  채우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늘 진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투명하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꾸준히 쓴다면 글로 성장하고 글로 진화하는 현상을 어느 시점에선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바람을 갖기로 합니다. 


 쓴다는 일은 무엇일까요.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시대입니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아 쓰는 일 앞에 자기를 마주하고 앉을까요. 예전에도 이렇게 쓰고자 하는 일에 몰두했던 시절이 있었을까요. 제가 알기로 적어도 오늘날 같지는 않았습니다. 읽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지요. 가방과 손에는 언제라도 읽을 책과 시집이 있었고, 읽고 싶은 작가의 책 목록을 체크하고, 읽어냈다는 만족과 기쁨에 떨던 시절 말입니다. 읽는 행위만으로도 자존감 뿜어내던 순간들을 누구나 갖고 있겠지요. 


 글은 화수분 같은 것입니다. 쓸 게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글은 쓸수록 쓸 것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언어에 생각과 감정을  입힌 글이 세상을 향해 떠날 때 내 글은 이미 타인의 시선을 통과하면서 순간 휘발합니다. 저와 운명을 같이 하지 않습니다. 떠난 글은 이제 지극히 개별적입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재해석되어 새로운 감성과 정서적 이미지를 획득합니다. 


 언젠가부터 쓰는 일이 썩 괜찮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앞서 쓰는 일이 퍽 자연스러웠다고 할까요. 잘 쓰든 못 쓰든 몸에 익은 행위가, 낡았으나 고집하는 옷처럼 편했습니다. 몸에 맞고 어울리며 편안한 옷을 입은 듯 쓰는 일이 그랬습니다. 그렇게 써왔고 쓸 것이고 이후로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 것입니다. 


 책을 읽은 동생이 한 마디 전해왔습니다. 


 “누님! 이번 책은 뭔가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네요. 제 독후감입니다.”


 그러면 된 것입니다. 주변 사람에게 혹은 제 책을 읽은 누군가의 마음에 어느 한 부분 와닿는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언제나 쓰고 그리는 사람으로 살 것을 약속드립니다.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이번 책에 담긴 글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제 글이 고급스럽고 세련된 글과 그림은 아니지만 사툰 것이 주는 위로’가 담겨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고급진 글도 세련된 그림도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지요. 그러나 이런 글과 그림이 주는 위안이 저는 편합니다. 서툰 것끼리 연대하면 거기에도 작은 힘과 용기, 꿈이 실현되는 걸 무수히 보았으니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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