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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Aug 23. 2023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 대하여…

골프 그 재미와 의미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 대하여…

   

  

38도에 선을 쓰윽 긋고, 휴전선에 철책을 두르고, 비무장 완충지대까지 만드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세상이 있다. 교류란 오로지 땅굴을 통해서만 하고, 긴장완화로 만들어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도 쉽게 닫아 버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세상이 있다.


히드로에서 더블린에 도착하면 더블린 국경에서 ‘왜 왔니?‘, ’어디서 머무니?‘, ’언제 가니?‘, ’좋은 여행해라!‘고 하면서 여권에 도장을 찍어준다.


더블린에서 히드로에 도착하면 국경을 통과하지 않고 가방 찾는 곳으로 바로 인도된다. 제주도에서 서울 도착할 때처럼 내국인 취급이다. 노던 아일랜드 사람도 더블린을 통해 올 수 있으므로 내국민에게 여권을 요구할 수 없다. 아앨랜드는 영국과 다른 나라일 수 없다는 정신 같은 것이 은연중에 느껴진다. 어떻게든 입국자 컨트롤을 하겠지만, 입국자는 국경을 통과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브렉시트의 가장 큰 기술적인 문제가 노던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에 국경이 없다는 것인데, ‘도로에 톨게이트 같은 것 놓아서 컨트롤하면 되지 않느냐?’는 카자흐스탄 친구의 말이 생각이 난다. 누구도 노던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을 원하지 않는다. 영국은 아일랜드와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어떠한 형태의 국경을 원하지 않는다. 아일랜드는 더욱 그렇다. 원아일랜드이기 때문에 아일랜드 섬 안에 국경이 놓이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노던 아일랜드의 로얄 포트러시 골프클럽 근방에서 로이 맥길로이라는 선수가 나왔다. 영국은 열광했다. 토니 잭클린, 콜린 몽고메리, 낙 팔도에 이어 세상을 제패할 골프선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와 미국이 주도하는 골프계에 도전할 선수가 나왔다. 파워 넘치고 간결한 스윙, 뛰어난 숏게임(퍼팅은 부족하지만), 빠꾸 없는 도전정신이 그의 골프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맥길로이는 영국의 것이었다.


아일랜드는 원아일랜드다. 골프는 더욱 그렇다. 노던아일랜드 골프협회 같은 것은 따로 없다. 모두 아일랜드 골퍼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과 아일랜드의 아마추어가 대결하는 워커컵 골프대회가 있다. 프로로 전향하기 직전의 아마추어 최강자들이 국가를 대표하여 경기하는 대회다. 로리 맥길로이가 저스틴 토마스와 니키 파울러를 처음 만난 곳이 워커컵이다. 맥길로이는 워커컵에서 영국이 아니라 아일랜드를 대표해서 뛰었다. 고로 맥길로이는 아일랜드의 것이었다.


세계를 제패한 맥길로이에게 아일랜드 기자가 물었다. ’너는 브리티시냐, 아이리시냐?‘ 어린 맥길로이는 그의 골프처럼 돌아가는 법을 몰랐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이리시보다 브리티시에 가깝다고 느끼며 자랐다.‘


아일랜드 내셔날리스트는 이 말에 분노하며 맥길로이 기사에 악플을 달았다. 그러나 맥길로이는 아일랜드를 사랑했고, 아일랜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올림픽도 아일랜드 대표로 나갔다. 일부 내셔날리스트를 제외한 아일랜드 골퍼에게 아일랜드 사람인 세인 로리와 북아일랜드 사람인 로리 맥길로이 중에 누구를 응원하느냐고 물으면, 좋아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의 국적이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맥길로이의 팬은 영국과 아일랜드뿐 아니라 미국에도 많고 세계적으로 많다. 유러피언 투어 CEO 키이스 팰리에 따르면 LIV가 진정으로 데려가고 싶은 선수는 로리 맥길로이였다. 원샷으로 3억 불을 제안했다.


3억 불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선수가 있을까? ‘왜 LIV에 가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맥길로이는 이렇게 답했다고 전해진다. ’내가 가면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가?‘ 키이스 팰리는 맥길로이는 다른 선수를 진정으로 care하는 perfect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맥길로이는 오늘날의 골프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다. 그는 지난해 페덱스컵을 우승하여 250억 원을 상금으로 받았다. LIV가 생기면서 맥길로이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더욱 올라갔다. 그를 초청할 때 지불하는 초청비도 많이 올라갔다. 그가 3억 불을 거절했다고 해서 그가 잃은 것은 사실상 없다.


그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며 영국을 대표한다. 그 사이에는 더블린과 히드로처럼 경계가 있다가도 없다. 이번 주에 그는 골프를 대표하는 인물로 페덱스컵 2연패를 위해 출격한다. 나는 그를 응원한다. 이유는 그가 아이리시기 때문도 그가 브리티시기 때문도 아니고, 그가 골프를 진정으로 care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즌이 끝나면, 그는 유럽을 대표하여 로마에 온다. 라이더컵을 위해서 말이다. 나는 그보다 한 달 먼저 로마에 와 보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먼저 이해한 것은 로마에서도 잼보리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볕더위에 모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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