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단어도 익히고 직접 그린 백일홍 그림도 감상하세요
초여름부터 10월까지 꽃이 100일 동안 피어 백일홍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 꽃은 Zinnia Elegans라는 학명처럼 몹시도 우아합니다. 처음 이 꽃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건 풋풋하던 20대 어느 여름이었어요.
어릴 때 농촌에서 살다 무일푼으로 상경해 사업으로 자수성가하셨던 아버지는 식물을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어 여가 시간에 농작물을 기르며 웬만한 채소는 자급자족하셨어요. 그중 직접 키우신 열무로 만든 김치는 연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고, 옥수수, 고추, 오이, 토마토 같은 채소들이 꿀맛을 자랑했답니다.
아버지는 텃밭을 일궈 수많은 채소를 수확해 식구들과 맛있게 먹는 걸 큰 기쁨으로 삼으셨고 채소뿐만 아니라 꽃 좋아하던 엄마를 위해 예쁜 꽃들도 많이 심으셨어요. 그중 하나가 백일홍이었는데요, 제대로 된 화분도 아닌 대형 스티로폼 상자에 담겨 자란 백일홍 무리들은 여름이 무르익으며 빨강, 노랑, 주황, 자주, 분홍색의 화려한 꽃을 아름답게 피워내 사람들의 눈길은 물론 꿀벌들도 사로잡았습니다.
여름 내내 다채롭고 화사한 색감을 자랑하던 백일홍은 가을이 되며 서서히 시들고 말았지만 바짝바짝 말라가며 갈변하는 꽃잎의 모습마저도 우아하고 아름다웠어요. 그때 백일홍 사진을 찍어두고 몇 년이 흘러 그림으로 그려보았지만 자연의 섭리를 소박한 모습으로 담은 꽃을 따라잡기엔 저의 꽃사랑과 손놀림이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프랑스 리옹에 살 때 아빠의 백일홍과 꼭 같은 백일홍들을 길에서 마주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합니다. 상상력을 총동원해 백일홍 꽃잎 안에 꽃들을 그려 넣고 수많은 동물들과 백일홍 위에서 책 읽는 요정을 그리는 작업을 하는 동안 꽃이 된 듯 행복했어요.
재작년 여름 제주도에서 길가에 빼곡히 심어진 백일홍을 접하고 아빠가 가꾸셨던 꽃들이 문득 떠올랐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꽃을 예전처럼 많이 심지 않으시지만 아빠의 꽃들은 제가 화폭에 담아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아버지 건강하세요. 엄마도 꽃이 만발한 별에서 행복하세요!
백일홍의 꽃말을 영어로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Zinnias carry a spectrum of meanings across different cultures. In the Victorian era, they symbolized thoughts of absent friends, making them popular choices in bouquets exchanged between loved ones. Today, they are often seen as symbols of endurance, goodness, and constancy, reflecting their ability to thrive in various conditions and climates. This stalwart flower is believed to mean joyous endurance, happy to bloom in the heat of summer and continues to put forth beautiful flowers. Consequently, zinnias make a meaningful gift for a friend who is going through a tough time.
백일홍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떠나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여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꽃다발에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오늘날 백일홍은 인내, 선함, 그리고 불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다양한 환경과 기후 속에서도 잘 자라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 강인한 꽃은 기쁜 인내, 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행복하게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꽃을 끊임없이 피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백일홍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친구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absent : 부재
*endurance : 인내, 지구력, 끈기
*goodness : 선함, 덕, 미덕
*constancy : 불변
*thrive : 자라다, 성장하다
*stalwart : 굳건한, 강인한
*consequently : 따라서, 그 결과
다음은 인상 깊게 읽은 책 헤르만 헤세의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중 그가 친구에게 쓴 편지입니다. 헤세의 백일홍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금 정원에는 1년 중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여전히 빨간 석류가 타오르는 불꽃처럼 여기저기 달려있고, 달리아와 과꽃, 그리고 매력적인 붉은 푸크시아까지 보입니다. 그러나 늦여름과 초가을의 다채로운 색을 대표하는 꽃은 역시 백일홍입니다!
요즈음 늘 이 꽃을 꺾어 방에 꽂아둡니다. 꽤 오래가는 편이라 싱싱할 때부터 시들 때까지 꽃이 변해가는 모습을 행복하고 호기심 어린 눈길로 한없이 지켜볼 수 있습니다. 방금 꺾은 다양한 색깔의 백일홍 다발만큼 건강하고 강렬하게 빛나는 꽃은 없습니다. 백일홍은 빛을 받아 더욱 강렬해지고 현란한 빛깔을 뿜어냅니다. 진하디 진한 노랑과 주황, 쾌활한 빨강, 신비로운 짙은 보라... 순진한 시골처녀의 리본이나 일요일 나들이 옷을 닮았습니다. 이 강렬한 색들을 원하는 대로 나란히 늘어놓아도, 뒤섞어놓아도, 꽃들은 늘 황홀하게 아름답고, 강렬하게 빛나고, 아주 조화롭고,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를 자극하고 돋보이게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당신에게 새로운 것은 아닐 테지요. 백일홍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인척 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나의 백일홍 사랑을 말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은 벌써 오래전부터 나를 사로잡은 가장 편안하고 가장 반가운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 감정이 어느 정도는 노쇠했겠지만 절대 약해지지 않았고, 특히 이 꽃이 시들 때 더욱 강렬해집니다! 꽃병 속에서 서서히 빛이 바래 죽어가는 백일홍을 바라보며 죽음의 춤을 체험하고, 삶의 무상함을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중히 받아들입니다. 가장 무상한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래서 죽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며 가장 사랑스러운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이여, 일주일이나 열흘동안 꽃병에서 시들어가는 백일홍을 한번 관찰해 보세요! 그 후로도 며칠 더 색이 바래가면서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백일홍을 날마다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싱싱할 때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고 황홀하던 색이 섬세해지고 지쳐 아주 부드럽게 흐려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틀전만 해도 주황색이던 꽃이 이제 노란색으로 변하고, 이틀후면 얇게 청동을 입힌 듯 회색이 됩니다. 쾌활한 농부를 닮은 청적색은 그늘에 가린 듯 서서히 창백해집니다. 지친 꽃잎 가장자리는 고개를 숙이고, 여기저기 주름이 집니다. 탁해진 흰빛, 말할 수 없이 감동적이고 호소하듯 슬픈 빛을 띤 붉은 잿빛, 그것은 증조할머니의 빛바랜 비단옷이나 희미해진 낡은 수채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색일 겁니다. 그리고 벗이여, 꽃잎의 색깔 변화를 완성합니다. 꽃보다 더 향기롭고, 더 경이롭고, 점점 더 정신적인 것으로 넘어가는 천국여행이 죽음을 완성합니다. 다른 때는 꽃의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금속이나 광물을 닮은 기이한 색, 고산지대의 암석이나 이끼, 바닷말에서나 볼 수 있는 청회색과 잿빛 녹색, 청동색으로 변하며 꿈을 꿉니다.
좋은 포도주의 특별한 향기, 또는 복숭아 껍질이나 아름다운 여인의 피부 위에 난 솜털의 유희를 잘 알듯, 당신은 이런 것들의 가치도 잘 압니다. 내가 시들어가는 백일홍의 색채에 열광하고, 슈티프터의 <야생화>를 읽으며 다정하게 들리는 음조에 열광할지라도, 내가 권투선수보다 더 섬세한 감각과 더 깊이 울리는 정서를 가졌을지라도, 나를 감상적인 낭만주의자라고 비웃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벗이여, 우리는 이제 몇 명 남지 않았고, 우리 같은 이들은 멸종위기를 맞았습니다. 음악성이 전축의 소유로 축소되고 니스칠이 잘 된 트럭이 아름다운 세계로 통하는 미국 취향의 현대인들에게, 그런 것에 나 만족하고 즐기는 반쪽 인간에게 예술을 가르쳐 보세요. 꽃의 죽음, 빛나는 회색으로 변하는 장미를 가장 생동감 있고 가장 감동적이며 모든 생명과 모든 아름다움의 비밀로 체험하도록 가르쳐보세요. 그들은 아마 놀랄 겁니다!
나의 이 여름편지가 당신에게 상기시키는 이러저러한 것들을 잠시 명상해 보세요! 그럼 오늘의 질병이 내일의 건강일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당신 안에서 깨어나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겉보기에 아주 튼튼하고 저주스러울 만큼 건강해 보이는 돈과 기계의 인간들은 한 세대를 행복하고 멍청하게 지내다가, 그다음에는 어쩌면 의사, 교사, 예술가, 마술사를 찾아가 돈을 많이 내고 다시 아름다움의 비밀로, 영혼의 비밀로 이끌어 달라고 청할 겁니다.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그림 보러 놀러 오세요!
인스타그램 @nonichoi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