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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May 26. 2023

딱지치기

소소한 놀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과자를 먹고 난 후 그 봉지를 반으로 접고 또 접어 딱지를 접어 버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디에선가 들었는데 8~90%가 대부분 이렇게 딱지로 접어 버린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습관이 있다. 과자봉지를 비롯해 식당의 수저커버도 그렇다.


어느 날 남편과 딸아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식당에 갔다.

밑반찬이 세팅되었고, 종이봉투에 든 수저가 나왔다.

나와 남편은 자연스레 수저를 꺼내 놓은 뒤 수저커버를 세로로 반으로 접은 뒤 딱지의 형태로 접고 있었다. 


그 모습을 여섯 살 딸아이가 지켜보더니 말했다.

"엄마 뭐 접어?"

"응 딱지 접어."

"나도 알려줘."


아마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딸아이는 식당의 수저커버는 물론이고, 과자빈봉지를 내밀며 딱지를 접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젠 틈나는 대로 색종이로 딱지를 접는다.


오늘도 집에 돌아온 딸아이는 색종이를 색색별로 꺼내 놓더니 딱지를 열심히 접는다.

이젠 제법 모양새도 예뻐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볼품없었는데, 이젠 모양도 제법이고, 양면딱지를 잘도 접는다.


그리고 쉬고 있는 나에게 조금만 기다리라며 딱지 8개를 접을 테니 딱지치기를 하자고 한다.


'아... 쉬고 싶은데....'


몇 분 사이 뚝딱 양면딱지 여덟 개를 접었다.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해 딱지를 4개씩 골라 가졌다.


딱지치기는 순식간에 내가 다 따게 됨으로 쉽게 끝났다.

딱지를 치는 모습이 답답해 정확히 딱지에 맞추라고 가르쳐줬지만, 아직 10번 쳐서 한두 번 정도 맞추는 정도이다.

딱지를 넘기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 넘기기도 했다.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이라 경기는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포기를 하지 않았다.


다음 판 역시 내가 다 가져갔다.

또 하자고 말하는 딸아이에게 연습 더 하고 도전하라고 말하며 놀이를 멈출 수 있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접기 실력도 부쩍 늘고, 놀이의 규칙도 잘 지키는 모습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몰려온다.


귀찮아 쉬고 싶었는데, 같이 딱지치기하길 참 잘했다.


비록 일방적인 승리였지만,

패자의 모습이 즐거워 보여 더욱더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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